[김장한 칼럼] 기적의 항암제 'CAR-T` 치료 받아야하나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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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한 칼럼] 기적의 항암제 'CAR-T` 치료 받아야하나①
  • 김장한 울산의대·서울아산병원 교수
  • 승인 2021.04.06 16:0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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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항암제 효과는 좋은데, 약값이 5억원이라니
글리벡 이어 CAR-T 치료제도 약값 논란 예상돼
글로벌 제약사들의 독점권, 고가약값 관철하려 해
김장한 울산의대 교수
김장한 울산의대 교수

[김장한 울산의대·서울아산병원 교수] 암 진단이 사망 선고라는 상식과 같던 이야기가 이제는 바뀔 수 있을까? 수술,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가 우리가 아는 대표적 치료법이었는데, 지난 20년동안 이런 상식을 극복하기 위한 항암치료제 개발이 눈부시게 이뤄졌다.

항암제 '글리벡'의 탄생 

예컨대 만성골수성 백혈병에 대한 치료 효과가 너무 뛰어나서 임상 시험 도중에 기존 표준 치료를 포기하고 모든 피험자들에게 투여하기로 결정할 정도였던 '글리벡(Gleevec)'은 스위스 노바티스(Novartis)사가 개발한 항암제이다. 

글리벡은 필라델피아 유전자(백혈병 유발 유전자)가 만들어내는 티로신 카이네이즈 활성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치료제다. 기존 연구로 알려진 의학적 사실에 기초해 암 작동 기전에 정확하게 표적을 정해 약물을 개발한 결과 이같은 획기적인 성과를 냈다. 전 세계 해당 백혈병 환자들은 이 약물 개발 소식을 듣고 하루라도 빨리 판매되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2001년 초, 빠르게 품목 허가가 났을 때 미국에서 '글리벡'의 1년 약값은 2만 6000 달러였다. 우리나라는 당시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글리벡 보험 약값을 정당 2만 3045원으로 확정했다. 한 달에 3백만원 이상 소요되는 것이다. 

이에 건강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장기 복용해야 하는 암 환자 형편상 이같이 책정된 글리벡 약가를 수용할 수 없다면서 생산 원가나 투자 비용을 밝히라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백혈병 환우회 소속 환자와 가족들이 노바티스사의 글리벡 약값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백혈병 환우회 소속 환자와 가족들이 노바티스사의 글리벡 약값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CAR-T 치료제도 약값 논란일 듯

비슷한 예가 되거나 더 할 수도 있는 사례가 최근 발생했다. 지난 2017년 8월 노바티스사의 CAR-T((Chimeric Antigen Receptor T-cell: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제인 '킴리아(KYMRIAH)'는 25세 이하의 불응성 또는 재발성 B세포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B-cell precursor acute lymphoblastic leukemia)에 미국 FDA의 허가를 받았고, 2018년 5월 성인으로 2회 이상의 체계적 치료에 불응 또는 재발된 거대 B세포 림프종(large B-cell lymphoma)성 요법으로 적응증이 확대된 항암제다.  

일각에서 '기적의 항암제'라 불리는 킴리아의 허가 당시 서류에 의하면 소아 환자의 경우 기존 약물 요법은 관해율(자타각적 증상이 감소하는 비율)이 40% 이하로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한 반면, 새 항암제인 킴리아는 관해율이 80%라고 분석하고 있다. 

대체 치료 방법이 없었던 환자로서는 눈이 번쩍 뜨이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치료제 구입 가격은 47만5000 달러로 계산되어 있는 것이 또 문제가 됐다. 

우리나라의 식약처도 올해 3월 5일에 노바티스사 ‘킴리아주’를 승인했다. 이제 환자 가족들은 국민 건강보험 적용을 해달라고 청원을 할 것이다. 하지만 식약처에서 품목 허가를 하는 것과 해당 치료법에 대한 건강보험을 승인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해당 의료 기술에 대한 비용 편익 분석을 하게 될 수도 있지만, 이 치료제는 이미 효능이 입증됐기에 문제가 되는 것은 결국 약값일 것이다. 결국은 정책적 판단이 건강보험 적용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CAR T 치료제는 어떤 항암제?   

CAR T 치료법은 자신의 T세포를 외부에서 조작한 후 다시 인체내로 투여해 암세포를 공격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입양세포치료법(adoptive cell transfer)'으로  분류된다. 

종양 내부에는 암세포를 공격하는 림프구가 있는데, 이것을 종양침윤림프구(tumor-infiltrating lymphocytes)라고 한다. 그러나 림프구의 공격에도 암세포를 이겨낼 수 없기 때문에 암이 전이되는 것인데, 이 림프구를 외부에서 도와주자는 개념의 치료법이다. 타인의 림프구를 이용하면 정상 조직마저 공격당하기 때문에 환자 본인의 T 림프구를 채취해 체외에서 배양, 재투입하는 방식이다.

CAR T 세포는 암 세포에서 발현되는 특정 항원을 인식하는 항체로 만든 수용체와 항체 결합시 해당 T 세포를 증식시키는 세포내 신호 전달 부위가 결합되어 있다. 

실험실에서 이 단백질을 만드는 CAR 유전자 사슬을 제작해 바이러스 내부에 넣은 다음에 환자의 혈액에서 추출한 T 세포가 실험실에 도착하면 준비된 바이러스 감염을 이용해 CAR 유전자를 주입한다. 특정 항원을 투입하면 106개 수준으로 증식해 환자에게 주입할 T 세포 치료제가 만들어진다. 

CAR-T의 제조 및 투여과정. 출처=식품의약품안전처 보도자료
CAR-T의 제조 및 투여과정. 출처=식품의약품안전처 보도자료

적응증인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 암세포에는 표적 항원 CD19가 과다 발현되는 것이 잘 알려져 있으므로, 제약사는 이 부분을 인식하는 단클론 항체의 단일사슬 변이부분(single chain variable fragment) 염기서열과 T 세포 증식을 유도하는 내부 신호 체계를 가진 CAR 유전자를 만들어서 치료제로 품목허가를 받은 것이다. 

치료 단계는 다음과 같다. ①환자의 혈액에서 T 세포를 분리한다, ② GMP 인증을 받은 시설에서 T 세포 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하여 CAR 유전자를 전달한다, ③ CAR-T를 증폭 배양한다, ④ 환자의 림프구를 제거하기 위해 세포독성 항암제를 투여한다, ⑤ 준비된 CAR-T를 환자에게 투여한다. 

CAR-T 세포 배양과정.
CAR-T 세포 배양과정.

②, ③단계에서 제약사 시설을 이용하게 되는데, 약값으로 5억원 정도가 청구된다. 미국의 경우에는 ①, ④, ⑤ 단계를 병원에서 시행하면서 추가로 수억원의 치료비가 청구될 것으로 예상된다. 적게 잡아도 10억원 이상이다. 

우리나라 환자들은 ②, ③ 단계를 미국에서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더 들 수 있는 반면, 병원비 자체는 매우 낮을 것이다.

약값이 너무 비싼 것 아닌가

의약품에 대한 특허 보호는 새로운 의약품의 개발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는 반면, 개발된 의약품의 독점적인 생산, 판매로 인해 의약품 가격이 고가로 설정하게 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획기적인 효과를 가진 의약품이 개발하는 제약사는 더욱 독점적인 판매를 희망하기 때문에 가격에 대한 환자들의 반발이 더 크게 나타나곤 한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신약의 개발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고 주장한다. 

2013년 포브스 기사에 의하면, 약물 하나를 시장에 내놓기까지 3억5천만 달러가 소요되고, 다수의 약물을 내놓는 큰 제약사들은 실패 비용까지 고려해 50억 달러까지 비용을 잡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최근 결과인 2020년 학술지 논문에 의하면 2009~2018년간을 조사한 결과, 신약 개발 비용은 3억 1천만달러에서 28억 달러가 드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과거보다는 신약 개발 비용이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절대적 수치가 크기도 하지만, 신약 개발 비용을 추산해 적정한 약값을 산정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의약품 공급에 앞서서 각 나라들과 약값 협상을 한다. 약가 협상 과정에 상대방 정부가 약가 인상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는 독점권을 이유로 국내 출시를 하지 않거나 공급을 제한한다. 물론 생산이 제한적인데 수요가 증가해 물량 부족 현상을 겪고 있기 때문에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이유를 대며, 조속한 시기에 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둘러댄다.  

하지만 이면에는 가격에 대한 불만이 자리하고 있다. 가격 인상을 요구하지도 않으면서 물량 부족을 이유로 공급을 줄이는 경우도 있다. 어차피 판매를 독점하기 때문에 장래 가격 인상을 위해 전략적으로 미리 경고를 해놓는 것이다. 

생명을 위협하는 특정 질환에 대한 환자 수는 전 세계적으로는 많으나 개별 국가로 본다면 일반적인 대사 질환과 달리 제한적인 경우도 있어 다수의 약물들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기도 한다. 이렇게 시장이 좁은 경우는 경제성으로 인해 대체 치료제 개발조차 더디기에 사실상 다국적 제약사들이 갑의 위치에 서게 되는 것이다.

이에 더해 이번 CAR T 치료제에는 다음의 방어 논리도 제시되고 있다. 이 치료법의 뛰어난 치료 효과로 인해 일회 치료제로는 비싸 보이지만, 저렴한 다른 치료 방법을 택하거나 치료하지 않는 것에 비하면 환자가 죽기 전까지 의료에 소비하는 비용 또는 각종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총 비용이 절약된다는 주장이다. 이것은 차후 시간을 가지고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다. 

● 김장한 울산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서울아산병원 교수(박사)는 서울 의대와 법대 및 동 의대, 법대 대학원(석사)을 졸업하고 법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법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부 전공은 법의학과 사회의학이다. 대한법의학회 부회장, 대한의료법학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 의학과 관련한 역사, 예술, 윤리, 법, 제도, 정책 주변 이야기를 두루 다룰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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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자 2021-04-06 17:28:25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비용이라지만 넘 비싸서 엄두가 안 나겠습니다. 어찌해야 하나요 ㅠ-ㅠ

모바일큰손 2021-04-06 18:58:12
이제 병원과 친해질 나이라고 하지만 아프면 수술방에 갈게 아니라 산으로 가야 한다는 결심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조만간 산으로 자연으로 간다는 희망을 품고 몇년 남지 않은 정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멘 나무아비타불관샘보살 아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