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업계, 인기 '웹소설·웹툰' 확보 경쟁...사전검증된 콘텐츠만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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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업계, 인기 '웹소설·웹툰' 확보 경쟁...사전검증된 콘텐츠만 허용?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1.04.05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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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있어도 만들게 없다”...검증된 IP선호
넥슨, 엔씨, 스마일게이트 등 게임업계까지 나선 IP 확보전
IP 유니버스 구축 경쟁...KT "2023년까지 IP 1000개 확보"
유망한 세계관 하나로 다양한 '리사이클' 가능해
영화 강철비2 스틸컷. 영화 강철비는 웹툰 '스틸레인'의 분단 세계관을 공유한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머니게임 양상으로 흘러가는데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게 가장 큰 걱정이다.”

한 온라인스트리밍 서비스(OTT) 관계자가 최근 ‘쩐의 전쟁’이라 불리는 콘텐츠 제작 경쟁을 놓고 한 말이다. 

올해 공개된 IT 업계의 콘텐츠 투자액은 웨이브 1조원, 넷플릭스 5500억원, KT 4000억원, 티빙 4000억원, 쿠팡플레이 1000억원 등 수천억원을 뛰어 넘는다. 여기에 한국 진출을 계획 중인 디즈니와 HBO맥스, 애플 TV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 글로벌 사업자 투자액까지 감안하면 그야말로 ‘쩐의 전쟁’이다. 문제는 미디어 콘텐츠 산업의 특성상 투자금액이 곧 콘텐츠 흥행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OTT 업계 관계자는 “미디어 산업은 제조업과는 다르다”며 “할리우드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수천억이 들어간 영화가 망하는가 하면 수백억 규모로도 엄청난 성공을 거둘 수 있어 예측이 어렵다”고 말했다. 

OTT를 중심으로 콘텐츠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투자금 활용 방안을 고민하는 IT업계가 선택한 전략 중 하나는 웹소설과 웹툰의 지적재산권(IP) 확보다.  

“돈이 있어도 만들게 없다”...검증된 IP선호

지난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4000억원을 들여 영미권 기반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 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웹소설 IP를 확보해 2차 판권(웹소설을 활용한 웹툰, 드라마, 게임, 영화 등 콘텐츠의 지적 재산권)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카카오는 이미 그룹 내 영화와 드라마제작사, 게임제작사와 웹툰 플랫폼을 갖췄고 카카오TV를 통해 오리지널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한 콘텐츠 제작사 관계자는 “최근 콘텐츠 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실패 확률이 낮은 검증된 작품 위주로 만들 수밖에 없다”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스위트 홈이나 승리호가 그런 경우”라고 말했다.

만화 스위트홈 표지. 사진=만화진흥원

작품 한 편에 수백억원 단위 투자금을 집행해야하는 IT 업계에서는 투자 실패를 줄이고자 유명 배우와 작가가 투입된 ‘텐트폴(Tent pole)’ 작품을 선호한다. 이 때 실패를 줄이고자 찾는 게 유명 웹툰과 웹소설의 IP라는 설명이다.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이 드라마로 만든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의 경우 네이버 웹툰이 원작이다. 

웹툰 스위트홈은 2017년 김민태 작가가 (작화 황영찬) 네이버에 연재하면서 태국어·인도네시아어·중국어 ·스페인어·프랑스어·영어로 번역돼 각국에서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 스위트홈 제작비는 회당 30억원, 총 300억원으로 알려졌다.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스위트홈의 계약 내용에 대해선 알 수 없지만 웹툰 작가와 네이버가 계약할 때 2차 판권에 대한 부분을 결정하는데 대부분 플랫폼에서 수익을 가져가는 것으로 안다”며 “어떤 웹툰의 2차 판권이 인기를 끌지 모르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계약시 2차판권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플랫폼 입장에서는 웹툰을 통해 1차 수익을 얻고 계약에 따라 웹툰의 2차 판권으로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스위트홈처럼 글로벌 OTT에 콘텐츠를 공급할 경우 원작 웹툰에 대한 전세계적 마케팅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중국 자본까지 들어오면서 콘텐츠 제작에 자금이 쏠리는데 흥행을 보장할만한 스토리를 찾다보니 웹툰과 웹소설에 대한 투자도 과열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게임업계까지 나선 IP 확보전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 등 게임사도 2차판권으로 확장 가능한 IP 확보전에 나섰다.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3일 지상파 방송사 MBC와 IP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MBC의 IP를 엔씨소프트가 웹툰, 웹소설, 게임으로 만들고, 엔씨소프트의 IP를 MBC가 영상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엔씨소프트는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 지분 6%를 보유한 3대 주주다. 엔씨소프트 자체 웹툰 플랫폼 버프툰(BUFFTOON)도 갖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SBS와 웹툰 영상화를 위한 협력에 나선 바 있다. 

게임사 스마일게이트 역시 IP를 활용한 2차 판권 사업에 진출했다. 미국 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전세계에서 가장 큰 수익을 거둔 게임은 스마일게이트의 1인칭 슈팅게임 ‘크로스파이어’다. 크로스파이어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자 스마일게이트는 미국 소니픽쳐스와 함께 할리우드에서 크로스파이어 IP를 활용해 영화제작을 진행 중이다. 

IP 유니버스 구축 경쟁...KT "2023년까지 IP 1000개 확보한다"

웹툰이나 웹소설은 ‘세계관’을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에서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것 역시 IT업계가 관련 IP 확보에 나서는 이유다. 

카카오페이지는 2017년 영화투자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가 시나리오 작업 중이었던 ‘승리호’ IP에 투자했다. 시나리오가 완성된 상태가 아니었지만 메리크리스마스는 영화를 제작하고 카카오페이지에서는 웹툰화 하는 방식으로 IP를 활용하기로 계약한 것이다. 넷플릭스가 영화화된 승리호의 판권 구매에 지불한 금액은 310억원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승리호는 일주일만에 80개국에서 스트리밍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웹툰 역시 영화 흥행에 힘입어 5개국에서 연재 중이다.

카카오페이지 관계자는 “앞으로 제작사 메리크리스마스와 함께 승리호 세계관과 캐릭터를 확장시켜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우석 감독의 영화 강철비시리즈 역시 웹툰이 원작이다. 양 감독이 직접 웹툰의 스토리를 쓴 스틸레인 1·2·3은 다음웹툰과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됐고 카카오가 투자에 참여해 영화 '강철비1·2'로 제작되면서 극장에서 상영됐다. 

카카오페이지 관계자는 “우리는 스틸레인의 세계관을 분단세계관이라 부른다”고 설명했다.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한 웹툰과 영화가 시리즈로 제작된 것이다. 

구현모 KT 대표는 지난달 23일 KT그룹의 콘텐츠 전문법인 '스튜디오지니'를 통해 2023년 말까지 웹소설 등 원천 IP 1000개, 드라마 100편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유망한 IP를 발굴해 하나의 세계관에서 다양한 창작물을 만드는 흐름”이라며 “콘텐츠 투자에 워낙 돈이 쏠리다 보니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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