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 정용진 VS ‘조용한 승부사’ 신동빈…맞불놓은 이커머스 시장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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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럽’ 정용진 VS ‘조용한 승부사’ 신동빈…맞불놓은 이커머스 시장 승자는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4.05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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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대중 친화적 성격으로 ‘용진이 형’ 별명 얻어
신동빈, 현장방문·조직개편·신사업 발굴에 집중
이커머스 시장서 승기 잡기 위해 SSG닷컴·롯데온 키운다
국내 유통업계들의 움직임이 거세지는 가운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제공=각 사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무게추가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유통업계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이 가운데 재계를 대표하는 ‘셀러브리티(셀럽)’으로 알려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은둔의 황태자’라는 평가를 딛고 다양한 접촉을 시도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정용진 부회장은 다양한 소통창구를 이용해 ‘용진이 형’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대중과 친화적인 행보로 유명하다. 정 부회장이 SNS에 올린 음료는 판매량이 평소보다 2배 이상 늘기도 해 ‘신세계의 새로운 흥행 보증 수표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듣는다. 

그에 비해 신동빈 회장은 아직 언론과의 접촉이나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많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비공식일정에 직접 현장을 살피러 방문하고, 롯데그룹에 대한 자문을 구하고자 직접 외부 경영학계 인사들을 찾는 등 ‘스킨십’을 늘리는 중이다. 

이들이 바빠진 이유는 각 사가 가진 오프라인 매장 강점을 극대화하고 이커머스 시장의 새로운 판세를 만들기 위해서다. 신세계와 롯데의 올해 최대 경영 화두는 ‘불요불굴’과 ‘게임체인저’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SG 랜더스와 부산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관중석에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SG 랜더스와 부산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용진 부회장, 이슈 몰고 다니는 ‘인싸’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4일 인천 SSG랜더스파크에서 열린 개막전에서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를 직관했다. 해당 경기는 무엇보다 SSG랜더스의 데뷔이자 유통 라이벌 롯데와의 첫 경기라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정 부회장은 VIP석이 아닌 본부석 뒤쪽 일반석에서 팬들과 함께 앉았다. 장내 아나운서가 정 부회장을 소개하자 일어나서 손 인사와 함께 고개를 숙이는 등 관중석의 열띤 박수갈채에 화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프로야구단을 인수한 신세계그룹은 계열사인 스타벅스를 전 세계 최초로 야구장에 입점시켰다. 주문하면 관중석으로 스타벅스 커피를 배달하는 서비스도 개발 중이다. 정 부회장은 이를 의식한 듯 핸드폰 케이스 뒤편에 스타벅스 카드를 넣었고, 야구를 관중하며 스타벅스 음료를 섭취하는 마케팅을 보였다.  

정용진 부회장은 재계 총수로는 거의 유일하게 개인 SNS를 운영하고 있고, 유튜브나 방송에 출연하는 등 대중과의 접촉에 거리낌이 없다. 갑자기 개인 인스타그램에 장보고 있는 이마트 매장 사진을 올리면, 58만 명이 넘는 팔로워들이 정 부회장이 어디 매장에 떴는지 댓글을 통해 서로 공유한다.  

최근에는 ‘인싸’들이 즐겨 찾는다는 음성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 ‘클럽하우스’에 등판하기도 했다. 지난 2일 정용진 부회장은 “롯데가 내 의도대로 반응했다”며 롯데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의 배너 문구를 언급했다. 

롯데는 정 부회장이 지난 달 30일 SSG 랜더스 창단식을 앞두고 클럽하우스에서 “걔네(롯데)는 울며 겨자 먹기로 우리를 쫓아와야 할 것”이라고 도발하자, ‘롯데온’ 홈페이지에 ‘원정 가서 쓰윽 이기고 ON’이라는 이벤트 배너 문구를 크게 삽입하며 응수했다.

정 부회장은 롯데의 이같은 반응에 대해 “롯데가 미워서 그런 게 아니다”며 “롯데는 저희 30년 동반자이자 숙명의 라이벌”이라고 언급했다. 단순히 라이벌인 롯데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노이즈 마케팅을 통한 ‘윈윈’ 전략이었다는 설명이다.

판을 벌이고 대중의 관심을 모으는 정 부회장의 행보는 신세계의 최근 공격적인 사업 확장과도 맞닿아있다. 신세계는 지난 1월 이커머스 시장의 잠재적 경쟁자로 여겼던 네이버와 2500억 원대 지분교환을 통해 ‘신세계-네이버 동맹’을 공고히 했다. 

지난 1일엔 온라인 여성패션 편집몰인 W컨셉(W Concept)을 인수했다. 신세계의 이번 W컨셉 인수 발표는 지난달 말 SSG닷컴에서 외부인도 상품을 판매하는 오픈마켓 서비스 출범 선언 이후 1주일 만이다. 또 신세계는 이커머스 3위인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도 롯데와 함께 뛰어든 상황이다.

이유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야구단, 네이버, W컨셉 등 그 업계의 독보적인 플랫폼과의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일환”이라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제공=롯데지주

‘회장 취임 10주년’ 신동빈 회장, 달라지나

사실 롯데는 재계 서열 5위지만 눈에 띄는 성장 동력이 없는 상태다. 삼성은 차세대 반도체와 바이오, 현대차는 수소·전기차, SK와 LG는 전기차 배터리 등 차세대 성장 사업으로 정하고 대대적인 투자에 나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신동빈 회장도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이 지난해 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조직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조직을 슬림화하고, 젊은 피를 대거 발탁한 행보는 그같은 고민과 무관하지 않다. 승진 및 신임 임원 수를 2019년보다 80% 수준으로 대폭 줄였고, 일부 계열사에선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퇴직도 권고했다. 롯데가 가지고 있는 보수적인 문화에 빗대어보면 이는 파격적인 변신이다. 

롯데그룹은 최근 미래 먹거리로 바이오 산업을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3일 롯데지주는 “바이오 사업에 대해 검토 중에 있다”고 공시했다.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는 했지만, 바이오 사업 진출을 부인하지 않은 만큼 공식 발표는 시간문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오 사업은 롯데그룹의 주력 부문인 유통·화학과는 결이 다른 분야다. 그럼에도 바이오 산업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이유는 올해 회장 취임 10주년이 된 신동빈 회장이 위기를 맞은 롯데를 위해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라는 평가가 있다. 

미래 먹거리 발굴과 별개로 롯데그룹의 가장 큰 당면 과제는 유통부문의 부활이다. 유통은 롯데그룹의 중추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코로나19사태로 오프라인 매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자 신 회장은 매장 슬림화라는 특단의 조치와 함께 '스킨십 경영'을 강화했다. 소수의 수행원만 대동한 채 롯데월드몰,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스마트 팩토리 등을 방문해 매장 곳곳을 둘러봤다. 롯데푸드 광주 공장, 롯데마트 여수점 등 지방 방문도 이어졌다. 

하지만 유통업의 무게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시장으로 빠르게 옮겨 가면서 롯데도 뒤늦게나마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최근 중고나라를 인수한 것도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가능성을 높게 봤기 때문이다. 롯데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도 뛰어들어 5월 초로 예정된 본입찰에 공격적으로 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는 그동안 신동빈 회장이 계속 강조했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이뤄내기 위한 과정이기도 하다. 롯데는 상품개발부터 물류까지 ‘유통 전 과정의 디지털화’를 달성하기 위해 디지털 중심으로 체질 개선 중이다. 

‘롯데온’의 체질개선 작업은 올해도 계속될 예정이다. 롯데온은 최근 새 수장으로 나영호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을 영입하며 새 출발을 알렸다. 롯데온 관계자는 “올해 그로서리 상품을 강화해 트래픽과 충성 고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라며 “마트, 슈퍼 상품 등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커머스 시장점유율 1위 네이버가 신선식품을 강화하겠다고 나섰고, 쿠팡 역시 5조 원의 실탄을 토대로 그로서리 등 신선식품 물류를 강화하고 있다. ‘새벽배송’의 원조 마켓컬리는 올해 뉴욕증시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며, 라이벌 신세계는 네이버와 손을 잡았다. 롯데온은 롯데의 7개 계열사를 한 번에 모은 플랫폼이라는 강점이 있지만, 이 사이에서 경쟁력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롯데 관계자는 “신 회장은 어려운 시기를 마주할 때마다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위기를 타파하고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맞이해왔다”며 “앞으로도 그룹의 양 성장축인 유통과 화학부문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한 투자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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