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리포트] 美 아케고스 블록딜 직격탄 '노무라홀딩스' 2조원대 피해
상태바
[재팬리포트] 美 아케고스 블록딜 직격탄 '노무라홀딩스' 2조원대 피해
  •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 승인 2021.04.05 10:1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본 언론, 리먼쇼크 급 충격을 우려
아케고스사를 이끄는 한국계 미국인 집중 조명
잇따른 일본 금융 업계의 불상사로 이미지 타격 불가피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지난달 26일 미국 뉴욕증시에서 발생한 대규모 블록딜 불씨가 일본 금융투자업계에 화염 수준의 공포로 다가서고 있다.  

이번 블록딜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아케고스캐피탈의 주거래 투자사인 노무라홀딩스는 약 2조원대의 피해가 불가피 하다는 전망도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미국의 블룸버그는 ‘월스트리트에 억측 난무 - ’전대미문‘의 골드만삭스 블록 거래’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고 이틀전 벌어진 블록딜을 상세히 보도했다.    

이 기사에서는 미국의 대표적인 다국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지난달 26일, 전례 없는 약 105억 달러(약 12조 원) 상당의 블록딜(장외 대규모 주식 거래)을 했다고 전했다. 게다가 세계에서 가장 큰 투자은행 및 글로벌 금융사인 ‘모건스탠리’도 대규모 거래를 한 것이 드러나 월가에 억측이 분분하다고 보도했다.

이번 거래는 세계 증권 관계자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으며, 25년 경력 중 이 정도의 대규모 블록 거래는 본 적이 없다는 한 관계자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반면 이 사실은 일본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며 미국 증시 이슈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며칠 후 일본 최대 금융투자자사인 노무라홀딩스의 공식 발표가 나오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일본의 최대 투자은행 노무라홀딩스가 ‘미국 자회사 거래로 2200억 엔의 손실인가’라는 자막과 함께 지난달 30일 TV도쿄 메인 뉴스 ‘WBS’가 보도하고 있다. 사진=TV도쿄화면 캡처.
일본의 최대 투자은행 노무라홀딩스가 ‘미국 자회사 거래로 2200억 엔의 손실인가’라는 자막과 함께 지난달 30일 TV도쿄 메인 뉴스 ‘WBS’가 보도하고 있다. 사진=TV도쿄화면 캡처.

지난달 29일 ‘노무라홀딩스’는 미국 자회사에서 고객과의 거래로 고액의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발표했다. 노무라홀딩스는 해당 고객에 대한 청구액은 지난달 26일 현재 약 20억 달러(약 2조 2000억원)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지난달 29일, 이번 노무라홀딩스의 손실은 미국 주식시장에서 3월26일에 이뤄진 전대미문의 대규모 주식 블록딜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또, 이번 거액 블록 거래의 배후에는 거래 은행으로부터 200억 달러(약 22조 6000억 원) 상당의 주식 매각을 강요당한 ‘패밀리오피스(부호들이 집안의 자산을 운용하기 위해 세운 개인 운용사로 규모가 최소 1000억 원 이상)’인 ‘아케고스캐피탈’이 있다고 전했다.

이런 아케고스사가 노무라홀딩스가 제공하는 서비스 부문의 고객이었다며 이번 노무라홀딩스의 손실에 아케고스사와의 거래가 연관되어 있다고 익명을 조건으로 한, 복수의 관계자로부터의 정보를 바탕으로 보도했다.

노무라홀딩스는 이번 소동과 관련해 “당사 및 미국 자회사의 업무 수행이나 재무 건전성에 문제는 없다”라고 강조했지만, 주가는 29일의 종가로 전주말 대비 16% 급락했고, 다음 날인 30일에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미쓰비시UFJ증권홀딩스’는 지난달 31일 유럽의 자회사에서 미국 고객과의 거래로 약 300억 엔(약 3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발표하면서 해당 고객으로 인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 청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쓰비시UFJ증권홀딩스, 유럽의 자회사, 미국 고객과의 거래에서 현시점의 손실액 약 300억 엔’이라는 자막과 함께 3월 31일 보도하고 있는 NHK 메인 뉴스 ‘뉴스워치9’. 사진=NHK화면 캡처.
‘미쓰비시UFJ증권홀딩스, 유럽의 자회사, 미국 고객과의 거래에서 현시점의 손실액 약 300억 엔’이라는 자막과 함께 3월 31일 보도하고 있는 NHK 메인 뉴스 ‘뉴스워치9’. 사진=NHK화면 캡처.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지난 1일 오전, 일본 TBS는 미국의 투자회사들이 채무 불이행에 빠져 대형 금융기관에 거액의 손실을 안길 우려가 있는 문제로 미국과 영국의 금융당국이 거래처가 된 미국과 일본계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조사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헤지펀드인 아케고스사가 마진콜(선물계약 기간 중 선물가격 변화에 따른 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에 응하지 못해 채무 불이행에 빠졌다며, 이에 최근 거액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힌 스위스의 금융 대기업 ‘크레디스위스’ 및 노무라홀딩스, 미츠비시UFJ증권홀딩스가 아케고스사와의 거래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루 뒤인 지난 1일에는 일본의 초대형 금융사인 ‘미즈호홀딩스그룹’마저 아케고스사와 관련되어 100억 엔(약 1000억 원) 규모의 손실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자 파문은 더욱 커졌다.

이에 아소 다로 금융 담당 장관은 지난 2일 기자 회견에서 일련의 문제에 대해 “재무 건전성이 크게 훼손돼 금융 업무가 마비될 정도의 사태로는 번지지 않을 것”이라며 “금융청은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일본은행이나 해외 당국과도 정보를 공유해 상황을 주시하겠다”라고 발언했다.

이렇듯 아소 부총리와 관련 대형 금융사들은 피해가 경미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로 인한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아르케고스사와 거래가 있었던 복수의 금융기관에 대해서 미국과 영국의 금융시장 감독 당국이 조사 개시’라는 자막과 함께 지난 2일 보도하고 있는 TBS 뉴스. 사진=TBS화면 캡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아케고스사와 거래가 있었던 복수의 금융기관에 대해서 미국과 영국의 금융시장 감독 당국이 조사 개시’라는 자막과 함께 지난 2일 보도하고 있는 TBS 뉴스. 사진=TBS화면 캡처.

일본 언론 매체인 ‘닛칸 겐다이’는 지난 2일, ‘노무라에 이어 미쓰비시UFJ증권도 거액 손실, 리먼 쇼크 급 금융위기 재연될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 신문은 이번 아케고스가 문제를 일으킨 금융상품이 다른 금융상품에도 연결돼 있어 폭넓은 영향이 나올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함께 ‘저금리 상황에서 자산의 몇 배를 투자하고 있는 펀드는 얼마든지 있다’라며 ‘주식이나 상품 시황의 급락 등을 계기로 아케고스와 같은 펀드가 차례차례로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다. 이렇게 되면 리먼쇼크 급의 금융위기가 일어날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는 관계자의 발언도 전했다.

지지통신은 지난 3일 ‘세계 대형 금융사가 거액 손실, 노무라홀딩스, 위기관리에 의문’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번 미국의 블록딜 사태를 미리 알아채지 못한 이유를 분석했다.

지지통신은 ‘미국의 규제하에서는 개인의 자산 관리 및 운용 회사나 고위험 상품에 관한 정보 공개 의무가 한정되어 있다’며 ‘저금리하에서 금융기관이 높은 수수료를 목적으로 거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개개 회사의 위기관리 체계뿐만 아니라 규제에 대한 요구가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사태가 커지자 일본 언론에서는 이번 상황의 원인으로 지목받는 아케고스캐피탈에 관해 집중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특히, 아케고스사를 이끄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계 미국인인 빌 황(한국명 황성국) 씨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일본에서는 금융 관련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라 터지고 있다. 당장 지난 2일, 요미우리신문 보도에 따르면 인터넷 금융 대기업인 ‘SBI홀딩스’가 2021년 3월기 결산에서 최대 약 150억 엔(약 1500억 원)의 특별손실을 계상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산하의 금융 중개 회사인 ‘SBI소셜렌딩’이 업무를 맡은 펀드의 융자에 문제가 있어 투자가에게 상당액을 상환해야 하는 것이 요인이라고 보도했다. 

그리고 지난 3월에는 일본의 초대형 은행인 ‘미즈호은행’의 전산 시스템에서 2주간 4차례나 문제가 발생해 일본 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안겨줬다. 그런데 이번에 모기업인 미즈호홀딩스그룹에서마저 큰 손실 발생이 예상되자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또, 지난해 10월 1일에는 ‘일본 거래소 그룹(JPX)’ 산하 ‘도쿄 증권거래소’에 시스템 장애가 발생해 개장 시간인 오전 9시부터 전 종목의 거래를 정지시킨 것은 물론 종일 거래가 정지됐다.

게다가 도쿄 증권거래소의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삿포로, 나고야, 후쿠오카의 거래소도 거래가 멈추는 등, 약 3700개의 모든 종목이 거래 중지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렇듯 일본 금융계를 둘러싼 크고 작은 불상사가 잇따라 일어나고 있어 대외적인 신뢰도는 물론 이미지에의 큰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게다가 신형 코로나 사태 이후로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일본 사회 전반의 후진적 시스템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은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돼 일본 국립대학교 대학원에서 방송 연구를 전공하고, 현재는 '대한일본방송언론연구소'에서 일본 공중파 방송사의 보도 방송과 정보 방송을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 방송의 혐한과 한국 관련 일본 정부 정책의 실체를 알리는 유튜브 채널 '라미TV'도 운영 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현중 2021-04-06 13:37:37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