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칼럼] 미얀마 민주주의 위해 우리 정부와 시민 나설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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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원 칼럼] 미얀마 민주주의 위해 우리 정부와 시민 나설때다
  •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교수
  • 승인 2021.04.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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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민주화' 역사가진 한국, 미얀마 사태에 '남의 나라' 일 아냐
미얀마 시민들 희생 갈수록 커져...내전 상황가면 국제사회 더 큰 부담
UN 안보리, 평화유지군 파견 결정 늦추지 말아야...한국도 연대와 지지 보내야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원·교수] 지난 3월 11일 우리 정부는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미얀마 군·경의 폭력적 진압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냈다. 한국은 2020년 1월부터 3년 임기로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일본, 인도네시아 등과 함께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대표하는 이사국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견국가이다. 

우리 정부는 2017년에 아세안과 4강에 버금가는 외교관계 수립을 목표로 하는 '신남방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신남방정책은 ‘사람’과 ‘평화’를 협력의 핵심적 가치로 강조하고 있기에 동남아 주요국의 민주화 후퇴는 신남방정책 추진에도 부담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만큼, 민주주의 선진국으로서 한국은 민주주의 가치에 기반한 외교로 미얀마 민주주의에 기여할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미얀마 군부의 자유탄압과 시민학살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진지하고 결기있는 대응이 요청된다.  

미얀마 시민들의 저항 두달째...희생 사망자만 500여명

지난 2월 1일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 이후 시민들의 저항이 두 달째를 맞았다. 쿠데타를 규탄하는 미얀마 시민들의 저항과 시위는 날로 격화되고 있다. 군부의 강경 진압에 민주주의를 외치는 시민들의 사망이 늘면서 최악의 유혈사태를 맞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지난 3월 30일 군부에 의해 살해된 민간인이 최소 521명이라고 밝혔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는 자유와 민주를 외치는 시민들을 향해 로켓 추진 수류탄까지 발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3월 31일 크리스티네 슈라너 부르게너 유엔 미얀마 특사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공개 화상회의에서 “미얀마 군부의 잔혹 행위가 심각하고 소수민족 무장단체 여럿이 군부에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히 밝히고 있어 전례 없는 규모로 내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피바다가 임박했다”며 “더 이상의 만행을 막지 않으면, 세계는 지금 예방하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훨씬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얀마 군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UN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인 러시아, 중국의 미온적인 태도로 인해 사태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유엔은 너무나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본격적인 미얀마 내전이 시작된다면 이번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악화될 것이 뻔하다.

내전에 따라 민주진영과 소수민족 반군이 연대하여 정부군과 교전이 벌어지면 더 많은 인명피해가 나올 수밖에 없다. 무고한 시민의 희생이 늘어나는 가운데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미얀마 내전상황은 연민과 공감에 따라 우리가 해야 될 역할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우리는 80년 전두환 신군부의 쿠데타에 의해 민주공화국 헌법이 전복당했을 때,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애국 시민들이 시민군을 조직하여 최후까지 저항하면서 민주공화국의 시민주권을 사수하려 했던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 희생을 무릅쓴 애국시민들의 나라사랑에 대한 열정은 이른바, ‘공화주의적 애국주의’(republican patriotism)로 설명된다.  

‘공화주의적 애국주의’는 더 크고 개방적인 나라를 만들고, 그 국가의 운영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자발적 애국심으로 운영하는 문명국가(헌법국가, Pax Coreana)를 추구한다. 이에 당연히 인종, 종교, 문화, 성별, 소수자 등 다문화 이슈에서 나오는 여러 차별을 약화시키기 위해 자국 시민과 이웃 시민들에게 시민권, 참정권, 인권 등 기본권을 보편적으로 보장하면서도 문화적 다양성을 점진적으로 수용하여 통합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5.18 민주화운동을 겪은 우리 애국시민들은 미얀마 군부에 의한 시민학살과 같은 유사한 고통과 아픔을 겪었기에 그것을 연민하고 연대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1980년 신군부의 쿠데타에 맞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했던 당사자로서 우리 애국시민들이 강대국간의 이해충돌로 인해 무기력한 UN 안보리의 태도변화를 이끌어 내는데 앞장설 필요가 있다. 

이번 기회에 우리 애국시민들은 미얀마 군부의 폭압적인 시민학살에 맞서 UN안보리가 R2P(Responsibility to Protect, 보호책임원칙)에 의한 인도적 개입에 따라 PKO(평화유지군)를 파견하는 것을 수용하도록 촉구해야 할 것이다. UN은 자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무시하는 정권이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 반인도적 범죄를 자행할 경우, 국제사회의 동의로 개입할 수 있는 만큼, 자기 소명을 다하도록 설득할 필요가 있다.

3월31일(현지시간)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군부 쿠데타 규탄 시위대가 강경 진압에 나선 군인들을 피해 급히 달아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3월31일(현지시간)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군부 쿠데타 규탄 시위대가 강경 진압에 나선 군인들을 피해 급히 달아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러시아·중국, 군부지원 의혹...미얀마 사태 조기해결 '난망' 

현재 미얀마 시민들은 국제사회의 개입을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 지난달 미얀마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가 유엔 특사로 임명한 살라잉 마웅 타잉 산(Salai Maung Taing San)은 3월 4일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서한에서 보호의 책임(R2P)을 언급한 바 있다. 

또한 그는 3월 17일에는 “매일 같이 반인도적 범죄(crime against humanity)를 자행하고 있는 군 지도부에 대해 국제사회가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미얀마 사람들은 스스로 방어하는 수밖에 없다. 유혈 사태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국제사회가 너무 늦기 전에 빠르게 행동하기를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이런 호소에 대해 3월 11일 유엔 안보리 토마스 앤드류스(Thomas Andrews) 특별보고관(Special Rapporteur)은 “미얀마인들은 지지한다는 말만 아니라 지원 행동(supportive action)을 필요로 한다”면서 “국제사회의 즉각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UN 안보가 취할 수 있는 5가지 조치(군정을 미얀마 인민을 대표하는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하지 않을 것 등)가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런 5가지 조치의 제안에 대해 UN 안보리 상임국가들은 합의를 못보고 있다. 더욱더 유엔헌장 제42조에 따라 “국제평화와 안전의 유지 또는 회복에 필요한 공군, 해군 또는 육군에 의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방안도 진지하게 검토되지 않고 있다.

UN 안보리가 중국, 러시아의 소극적인 태도로 한계를 드러내는 점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UN 안보리가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미얀마의 유혈사태와 내전사태를 막을 뾰족한 방안이 없다는 게 유감이다. 그나마 유효한 방식으로는 미얀마 시민들의 저항을 지원하고 지지하기 위한 국제사회와 글로벌 시민사회의 연대가 긴요하다. 군용물자 수출 중단 등의 제재를 가한 우리 정부도 추가 압박 방안을 포함하여 아세안과의 연대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 평화유지군 파견등 민주주의 선진국 역할 해야

우리 정부와 시민사회는 아세안이 미얀마 부족간의 갈등에 대한 중재력을 갖도록 지원하고 연대해야 한다. 나탈레가와(Marty Natalegawa) 전 인도네시아 외교장관도 아세안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하면서 아세안 의장(브루나이 국왕) 또는 사무총장의 중재, 특사 파견, 주아세안 대사단을 활용하는 방안 등 몇 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한국 정부는 신군부의 쿠데타에 맞서 일어선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당사자로서 UN 안보리가 국가별 이해관계를 떠나 반문명적 행위 저지에 동참하도록 강력한 제재와 더불어 R2P에 의한 인도적 개입에 따라 PKO(평화유지군)를 파견할 수 있도록 민주주의 선진국으로 자기 소명을 다할 필요가 있다.  

UN 안보리가 더 이상 R2P에 의한 인도적 개입에 따라 PKO(평화유지군)를 파견하는 결정을 외면하지 않도록 한국의 애국시민들이 더욱더 연대하고 지지를 보내야 할 것이다. 이런 흐름은 이미 시작됐다. 광주 민중항쟁의 산실인 전남대 교수와 학생들이 뭉쳤다.

4월 1일 전남대 교수회, 5‧18연구소, 민주동우회 등 행동연대를 구성하는 9개 단체가 참여하는 ‘미얀마 군정종식과 민주회복을 위한 전남대 행동연대’(전남대 행동연대)가 출범식을 갖고 행동에 돌입하였다. 그들은 “미얀마 시민들을 응원하기 위해 성금을 모아 전달했다”며 “우리의 지지·연대 메시지가 그들에게 전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전남대 행동연대는 “5·18민주항쟁의 발원지이자 오월 운동의 역사적 공간이었던 전남대에서 미얀마 국민의 희생과 군부의 만행을 막고 미얀마의 민주 회복을 위한 지지와 연대 활동에 돌입한다”며 “대학 구성원은 물론 지역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민주, 인권, 공화의 가치는 한국이 산업화 위에 쌓아올린 민주주의 선진국으로서 갖는 자긍심의 핵심 가치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정부와 애국시민들이 우리 국격(國格)에 걸맞는 원칙에 따라 결기 있는 외교노력과 연대를 실천하는 데 모범을 보이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 채진원 박사는 비교정치학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공화주의와 경쟁하는 적들」(2019), 「무엇이 우리 정치를 위협하는가」, 「노무현의 민주주의(공저)」,「정당정치의 변화, 왜 어디로(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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