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편의점'의 무한 확장…CU·GS25, 동남아·몽골 등서 '쑥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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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편의점'의 무한 확장…CU·GS25, 동남아·몽골 등서 '쑥쑥'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4.0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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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 몽골 이어 말레이시아 진출…한류 영향
코로나19 등 이유로 이란·베트남 진출 실패
GS25, 올해 베트남 이어 몽골 진출…CU와 경쟁
“해외 진출은 고려해야 할 부분 많아”
지난 1일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이 말레이시아에 CU 1호점을 오픈했다. 사진제공=BGF리테일
지난 1일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이 말레이시아에 CU 1호점을 오픈했다. 사진제공=BGF리테일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CU와 GS25는 국내 편의점 업계 1위를 두고 엎치락뒤치락 하는 ‘라이벌’이다. 그런 이들이 동남아 시장에서 몸집을 키우며 다시 한 번 맞붙었다. 동남아 시장은 젊은 인구가 많고, 한류에 대한 인지도가 높은 곳이다. 편의점업계들이 해외 진출에 넘어지면서도 다시 도전하는 이유다. 

‘말레이시아 진출’ CU, 베트남 진출 무산 아쉬움 해소

CU는 지난 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1호점을 열었다. 국내 편의점이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것은 처음이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50평 규모의 대형 점포를 시작으로, 향후 5년 내 점포 수를 500개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CU의 말레이시아 진출이 인상적인 이유는 ‘한국식 편의점’을 현지에 그대로 옮겨놨기 때문이다. 보통 기업이 해외 진출을 할 때는 현지화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하지만 CU는 상품 60%를 한국 상품으로 채우는 역발상 전략을 기획했다. 

말레이시아 ‘CU센터포인트점’에 인기 자체브랜드(PB) 상품을 비롯해 한국의 유명 상품과 중소기업 우수 제품들로 가득 채웠다. 직원들이 어묵, 떡볶이, 닭강정, 빙수 등 다양한 한국 길거리 음식을 즉석조리식품으로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동남아시아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 현지에서도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편의점을 최대한 똑같이 구현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CU의 말레이시아 진출은 대한민국 편의점 브랜드와 시스템을 해외 현지 브랜드에 도입하는 첫 시도”라고 말했다.

이번 말레이시아 진출로 CU는 지난해 무산됐던 베트남 진출 계획에 대한 아쉬움을 어느 정도 해소한 셈이다. CU는 작년 상반기 베트남 1호점을 오픈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계획이 백지화돼 결국 현지 유통사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MFC)을 해지할 수밖에 없었다. 마스터 프랜차이즈는 브랜드 이름을 빌려주고 로열티를 받는 방식이다.

현재 CU는 말레이시아 외에도 몽골에 진출해있다. 2018년 몽골 현지 기업인 센트럴 익스프레스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하고 몽골 시장에 뛰어들었다. 일각에서는 인구 330만 명의 작은 시장 규모를 가지고 있는 나라에서 성공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기우였다. 

몽골 CU 점포의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1000명을 훌쩍 넘는다. 한국보다 3.2배, 일본보다는 1.3배 많다. CU는 몽골에 커피전문점이 부족하다는 점에 주목해 PB 상품 ‘GET 커피’에 주력했고, 그 결과 점포당 하루 200여 잔씩 판매되며 ‘몽골의 스타벅스’로 자리잡았다. 

CU 관계자는 “다수 몽골인들이 유학이나 경제활동으로 한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어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와 선호도가 매우 높다”며 “또 매장이 쾌적한 데다 한국의 서비스와 상품들을 경험할 수 있어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빈증 지역에 문을 연 GS25 베카맥스타워점 앞에서 직원들이 '100호점'을 가리키는 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GS리테일
베트남 빈증 지역에 문을 연 GS25 베카맥스타워점 앞에서 직원들이 '100호점'을 가리키는 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GS리테일

GS25, 올해 몽골 진출…CU와 경쟁 예고

GS25는 CU가 진출에 고비를 마신 베트남에서 최근 100호점을 냈을 정도로 잘나간다. 지난 2018년 베트남에 처음 진출한 후 3년여 만에 점포가 세 자릿수로 확대됐다. 

지난해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에서도 현지에 33개의 신규 점포를 열었을 정도로 베트남 내 유명 편의점 중 가장 가파른 출점 성장을 이뤘다. GS25 관계자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먹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 1~2월 베트남 GS25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6.7% 증가했다. 베트남에 K-푸드 열풍이 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GS25가 배경인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의 영향도 한몫했다.

특히 현지 문화에 맞게 개발한 자체브랜드(PB) 상품이 호응을 얻었다. GS25 관계자는 “떡볶이 등 베트남 점포의 즉석 조리식품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로, 경쟁 브랜드는 물론 한국 점포보다도 높다”며 “베트남의 길거리 음식 문화에서 착안한 현지화 전략이 통했다”고 설명했다.

GS25는 올해 해외 사업을 본격 확장한다. 우선 전체 직영점으로 운영하던 베트남 점포를 가맹점으로 확대한다. 가맹점주는 현지 일반인이 될 전망이다. 올해 연간 100개 이상의 신규 점포를 출점해 공격적인 외형 확장을 전개한다는 전략이다. 

식품도 한층 더 발전시킬 계획이다. 현재 베트남 GS25의 즉석 식품류와 프레시푸드 상품 구성비가 높아 현지 타 소매점 대비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GS리테일은 이를 활용해 ‘K-푸드 강화 전략’을 적용시킬 예정이다. 

GS리테일은 몽골 숀콜라이그룹과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상반기 몽골 GS25 1호점을 열겠다고 밝혔다. 사진제공=GS리테일

상반기에는 몽골에도 진출한다. 몽골에서 재계 2위인 식음료기업 숀콜라이그룹과 협업해 몽골 GS25 1호점을 열 계획이다. GS25 입장에서는 이미 CU가 몽골에서 성공적인 사업 확장을 이뤄내고 있기 때문에 미개척지에 따른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현지 특성을 비교적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로써 국내에서 라이벌로 통하는 CU와 GS25는 커져가는 동남아 시장을 두고 또 한 번 맞붙게 됐다. 두 그룹 다 앞으로 편의점의 해외 진출 사업에 힘을 싣겠다고 밝힌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만 해외 사업 진출은 국제 이슈와 현지 사회·경제적 상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CU는 베트남에 이어 이란에서도 고비를 마신 전적이 있다. CU의 첫 번째 해외 진출 국가였던 이란에서 9개 점포를 운영할 정도로 사업을 확장시켰지만 1년여 만에 철수했다. 

미국의 이란 경제 제재 조치와 파트너사 엔텍합 투자그룹의 가맹급 지급 불이행 등이 이유였다. 특히 이란 진출은 ‘후계자’인 홍정국 대표(당시 부사장)가 주도한 사업이었던 만큼 타격이 더 컸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선 목 좋은 곳에 (편의점을) 차리기만 하면 어느 정도 수익이 났지만 해외는 현지 역사나 문화적 특성도 제대로 알아야 하고, 어떤 기호가 있는지도 파악해야 한다”며 “길게는 반년 이상 체류하며 그 나라에 대해 공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매장을 오픈했다고 해서 사업 진출에 성공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그 나라에서 해당 브랜드가 자리 잡기 전까지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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