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고스 타격 어떻길래...도약하던 美 금융주 발목잡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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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고스 타격 어떻길래...도약하던 美 금융주 발목잡히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3.30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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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빌 황'이 이끄는 아케고스
마진콜 요구에 디폴트...IB들 타격
CS·노무라 "1분기 손실 상당할 것"
전문가 "금융주 모멘텀 여전히 강력"..
"경기회복 기대감은 상당할 것"
다만 월가 은행들에 대한 불투명성 논란
월가를 뒤덮은 '아케고스' 사태로 인해 모처럼 날개를 단 금융주가 발목을 잡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월가를 뒤덮은 '아케고스' 사태로 인해 모처럼 날개를 단 금융주가 발목을 잡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월가가 충격에 휩싸였다. 이번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그 중심에 있다.

미국의 경기회복 기대감에 모처럼 날개를 달았던 금융주들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하면서 투자자들 역시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굵직굵직한 IB들에게 예상치 못한 변수를 제공한 것은 '아케고스 캐피털'이다.

한국계 거물 투자자이자 타이거 아시아 헤지펀드 매니저였던 '빌 황'이 설립한 아케고스 캐피털은 아시아와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패밀리 오피스(가족 자산을 운용하는 기업)다.

아케고스는 초대형 IB들로부터 돈을 빌려 원금의 몇 배에 달하는 돈을 중국 기술주 및 대형 미디어 주들에 투자를 했다.

결국 빚을내 투자를 하다 중국 기술주 및 대형미디어 주에 투하했던 미국 IB펀드들은 계약상 정해진 증거금(투자액대비 00%)을 채워 놓기 위해 우량주들을 팔아 재끼고 있다.  

아케고스 사태가 뭐길래..,글로벌 IB 줄줄이 타격

아케고스가 투자한 종목들의 주가가 하락세를 지속하자 IB는 아케고스에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을 요구했지만, 아케고스가 이에 응하지 못하고 디폴트(채권불이행)를 한 것.

이에 결국 아케고스가 보유했던 200억달러 규모의 주식이 강제로 헐값에 처분되면서 글로벌 IB들도 타격을 입게 됐다. 

크레디트스위스(CS)와 노무라홀딩스는 성명을 통해 상당한 손실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CS는 "미 대형 헤지펀드에서 포지션을 청산함에 따라 1분기 실적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노무라홀딩스 역시 "지난 26일 미국 자회사에서 현지 고객과의 거래로 상당한 손실을 볼 수 있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고객에게 청구할 금액이 26일 기준 20억달러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CS와 노무라 모두 '아케고스'를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정통한 관계자들은 이들의 손실이 아케고스와 관련이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CS는 30억~40억달러의 손실이 추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케고스와 관계된 월가 대형 IB들로는 CS와 노무라를 비롯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UBS, 도이체방크 등이 포함됐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포함한 일부 IB들은 발빠르게 관련 주식을 매각해 손실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6일 아케고스 마진콜과 관련된 대부분의 주식을 발빠르게 매각함으로써 손실을 막는데 도움이 됐다. 골드만삭스 측은 "이번 주에 마무리되는 1분기 실적에서 아케고스 파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최근 며칠간 약 150억달러 규모의 주식을 매각함으로써 상당한 규모의 손실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FT는 "도이체방크 역시 큰 타격없이 아케고스와 관련된 타격을 줄여냈다고 밝히고 있다"며 "정통한 관계자는 UBS의 타격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UBS는 이와 관련한 논평을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월가 대형은행 손실 약 60억달러...장기적 타격 아닐 듯

해외 언론들을 종합해보면 월가 대형 은행들은 아케고스로 인해 대략 60억달러 규모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부분의 손실이 CS와 노무라에서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최근 호황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을 모두 없앨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제프리스의 분석가인 히데야스 반은 "노무라홀딩스가 1~3월 분기의 20억달러 손실을 반영한다면 이번주로 끝나는 회계연도의 세전 이익 대부분을 없애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WSJ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식과 채권거래 호황으로 강한 수익을 냈던 월가의 은행들이 불과 며칠만에 몇달치 이익을 한 번에 지워버리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것이 금융주 전반의 위기로 연결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CS와 노무라를 제외한 글로벌 IB들이 받는 타격은 그리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데다, 그간 금융주의 강세를 이끌었던 '경기회복' 모멘텀의 효과가 상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9일 뉴욕증시에서 전체 시장의 반응은 비교적 잠잠한 편이었다. CS와 노무라는 각각 10% 이상 빠졌지만, 타격이 미미할 것으로 전망한 골드만삭스는 0.5% 하락에 그쳤으며, S&P500 지수 역시 0.1% 하락에 그쳤다. 

노스웨스턴 뮤추얼의 주식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매트 스터키는 "금융주 주식이 장기적으로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며 "광범위한 테마, 즉 경기회복이라는 모멘텀은 여전히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업계에 엄청난 바람이 불고 있는데, 이것이 지난해 여름부터 지금까지 금융주가 빠르게 올 수 있었던 이유"라며 "금융주에 대해 낙관할만한 이유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파인브릿지 인베스트먼트의 아니크 센 역시 "시장의 반응을 감안했을 때 이번 위험이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는 데 동의할 수 있다"며 "경제적인 측면과, 유동성을 기반으로 하는 금융주의 배경은 여전히 탄탄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사태 당시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이 구제금융에 직접 나섰던 것을 언급하며 시장 전반의 타격으로 번질시 연준이 나설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LTCM은 러시아 국채를 대량으로 보유하다 러시아의 모라토리움 선언으로 인해 파산했는데, 이로 인해 위기에 직면한 월가 대형은행들에 대해 연준이 구제금융에 나서면서 해결사 역할을 한 바 있다. 

트러스트 어드바이저리의 키스 러너 수석 시장 전략가는 "연준이 나서면 투자자들에게 위험이 전가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준다"며 "만일 상황이 너무 경색된다면 연준은 분명히 개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MAI 캐피털매니지먼트의 수석 전략가인 크리스 크리샌티는 "연준이 뒤에서 대기하고 있다는 점은 큰 위안이 된다"면서 "연준이 굳이 나설 필요가 없다면 물론 더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가 대형은행에 관한 논란은 있을 듯 

금융주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하다 하더라도 이번 사태로 인해 월가 대형은행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아케고스의 경우 현재 약 10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그들이 롱숏 전략을 펼치며 운용한 규모는 약 5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롱숏 전략이란 매수와 매도를 동시에 진행하는 전략으로, 매우 큰 레버리지가 필요한 전략으로도 알려져있다. 

주목할 점은 아케고스는 패밀리 오피스였다는 점이다. 패밀리오피스는 다른 투자회사에 비해 공시 요건이 낮다. 이에 불명확하고 불투명한 투자그룹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해외 언론들의 설명이다. 

특히 빌 황의 경우 지난 2012년 내부거래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으며, 당시 600만달러의 합의금을 내고 풀려났다. 2014년에는 홍콩에서 거래가 금지된 바 있다. 

FT는 "빌황이 운영하는 불명확하고 불투명한 투자그룹과 관련해서 여전히 답변보다 질문이 많다"며 "세계 최대 투자은행들이 어떤 이유로 이 불투명한 패밀리 오피스가 수십억달러 규모의 레버리지를 가능하게 했는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한다"고 말했다. 

이 언론은 월가의 한 은행 임원을 인용해 "빌 황의 과거와 불투명성에 대한 우려는 그를 고객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얻는 상당한 기회들에 의해 대부분 지워졌다"며 "빌황은 2012년 약 200만달러의 자산을 불과 9년만에 100억달러로 성장시킨 돈 벌이의 천재였다"고 언급했다.

수수료에 목 마른 투자은행들이 빌 황에게 돈을 빌려주기 위해 서로 경쟁을 할 정도였다는 것. 이로 인해 수익률만 바라보고 위험성은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빌 황의 과거를 고려할 때 IB들의 행동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결국 불과 지난주까지만 해도 욕심이 두려움을 이기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이번 사태는 전체 IB 업계가 헤지펀드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제공하고 있는지를 검토하게 한다"며 "이것을 축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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