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민복의 세계잡학사전] 티파니에서 점심을...LVMH의 티파니 인수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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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민복의 세계잡학사전] 티파니에서 점심을...LVMH의 티파니 인수 뒷이야기
  • 위민복 외교부 외무사무관
  • 승인 2021.03.30 15: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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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마침내 막을 내린 LVMH의 티파니 인수전 뒷말 무성
아르노 LVMH회장의 욕심, 에르메스 인수 실패→티파니 인수 성공
트럼프·마크롱 대통령까지 끌어들이며 인수가 낮추려 갖은 애써
WSJ "이렇게까지 난리법석을 부려서 뭘 얻었나"...'프랑스정부의 방해' 음모론도
위민복 외교부 사무관
위민복 외교부 사무관

[위민복 외교부 외무사무관] 얼굴 화장을 즐겨하는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 회장은 대단히 영악하다. 그 영감님이 2013년 에르메스(Hermès)를 인수하려 했을 때를 돌이켜 보자. 프랑스 주식거래 규정을 보면 보통 법인이 주식을 매수할 때 규정이 당연히 있는데, 프랑스의 경우도 5%, 10%, 15% 등 이런 식으로 매수할 때 반드시 내역 공개를 하도록 돼 있다. LVMH는 어떻게 했을까?

에르메스의 주식 17%를 장내 매수했다. 그래 놓고서 공개를 안 했고, 아르노 회장이 직접 당시 에르메스 회장에게 휴대폰 전화를 건다. "친밀한" 의도로 17%를 샀다면서 말이다. 에르메스 측은 당장 매입을 그만두라 호통을 쳤지만, LVMH는 당시 에르메스의 지분을 오히려 22.6%로 올리기까지 했다. 

물론 LVMH의 인수 시도는 프랑스 상사중재원(tribunal de commerce)의 개입으로 종료됐고, 아르노 영감님은 에르메스를 결국 인수하지 못했다. 그래서 목표를 돌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르노 회장은 이번에 미국의 주얼리 업체인 티파니(Tiffany & Co.)로 눈을 돌린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 출처=위키피디아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 출처=위키피디아

아르노 LVMH회장, 에르메스에서 티파니로 눈길 돌려

그 시작은 2019년 10월 15일이었다. 안토니오 벨로니(Antonio Belloni) LVMH 그룹 대표이사가 미국 출장을 핑계삼아 티파니의 알레산드로 볼리올로(Alessandro Bogliolo) CEO와 점심식사를 하기로 한다. 둘 다 이탈리아인이고 볼리올로는 심지어 LVMH 계열사 중 하나인 불가리(Bulgari)가 전 직장이기도 했다. 아쉽게도 티파니 빌딩에서 점심을 먹은 건 아니었고, 맨해튼의 Clocktower 식당이었다고 한다.

일단은 벨로니가 인수를 제안하면서 가격을 후려쳤다. 주당 120달러로 LVMH의 티파니 인수를 제안했으니 말이다. 그로부터 며칠 후, 아르노 영감님 본인이 직접 등판한다. 당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함께 텍사스로 가서 루이뷔통 공장을 열기로 한 것이다. (텍사스에 IT 기업만 몰리지는 않는다.) 당시 트럼프는 프랑스의 명품사치재에 추가 관세를 명령했지만 유독 LVMH의 샴페인과 꼬냑은 추가 관세 부과 대상에서 빼줬다. 결국 LVMH는 티파니와도 주당 135달러에 인수 계약을 성사시켰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티파니의 선물박스. 출처= 위키피디아
티파니의 선물박스. 출처= 위키피디아

코로나 19가 꼬아놓은 인수전...프랑스 정부도 방해

모두가 다 아는대로, 2020년 세상 모두를 덮친 코로나19 팬데믹이 문제였다. 특히나 소매점 사업에 중점을 뒀던 티파니로서는 매출 타격이 불가피했고, 이런 상황에서 반대로 LVMH로서는 첫 제안가보다 상승했던 인수가를 떨어뜨릴 기회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사정변경(material adverse effect)'에 해당될 수 있었을까? 코로나19 상황에서 티파니는 인수합병이 정말 이뤄지는지 묻는 주주들(대부분은 투자펀드사들)에게 "LVMH가 약속대로 인수를 할 것"이라 설명할 수 밖에 없었다.

LVMH로서는 유럽의 대기업 인수합병을 관장하는 EU 집행위(EC)의 경쟁위원회 허가(2020년 10월에 허가가 나왔다)를 받아야 할 사안이기도 했다. 물론 비(非)EU 기업 인수에 EC가 특별히 태클을 걸지는 않는 성향이지만 합병승인 또한 코로나19 때문에 지연된다. 

이때부터 티파니에 대한 LVMH의 공격이 시작된다. 2020년 5월 벨로니는 티파니와의 모든 연락을 끊었고, LVMH 법무실은 온갖 정보요구를 쏟아낸다. LVMH는 코로나19사태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티파니가 주주들에게 배당을 줘야 한다는 사실부터 마음에 안들어 했다. 

장-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외교부장관. 출처=위키피디아
장-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외교부장관. 출처=위키피디아

인수를 연기해 티파니의 인수가를 더 떨어뜨리고 싶은 LMVH로서는 난관이 또하나 생겼다. 브뤼노 르 메르(Bruno Le Maire) 프랑스 재무부 장관에게 티파니 인수 건을 도와달라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이다. 대신 장-이브 르 드리앙(Jean-Yves Le Drian) 외교부 장관으로부터는 “티파니 인수를 2021년 1월 이후까지 연기해달라"는 요청 서한을 받는다. 프랑스 제품 추가관세와 미국 GAFA(Google, Apple, Facebook, Amazon) 기업들에 대한 프랑스의 추가 세금징수 문제로 프랑스 정부와 미국 정부가 협상중이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느 장단을 맞춰야 할까? 

그러자 LVMH는 아예 인수를 안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티파니는 분노했다. 결국 티파니는 르 드리앙 프랑스 외교부장관의 서한 때문에 인수를 연기해야겠다는 LVMH의 연락을 받은 다음 날, 미 댈러웨어 주 법원에 LVMH를 상대로 인수 기일을 연기하지 말라며 소송을 제기한다.

주당 4달러 깎으려고 이랬나

그리고 그해 9월 16일 난데 없이 LVMH를 대리하는 로스차일드의 간부인 그레구아르 으제(Grégoire Heuzé)와 티파니를 대리하는 센터뷰 파트너스(Centerview Partners)의 블레어 에프론(Blair Effron)CEO간에 통화가 이뤄진다. 각자 파트너사들을 동원한 협상의 시작이었다.

LVMH측 인수 담당 은행은 원래 시티은행이었는데 갑자기 로스차일드가 등장한 것이다. 여기서 다시 한번 으제는 티파니 인수 가격을 주당 120달러로 후려치려했지만, 협상은 결국 131.50달러로 끝이 났다. 으제는 로스차일드에서 센터뷰로 이직했다. 이 조건에 대해 티파니 주주단이 OK 사인을 내렸고, 소송은 철회됐다. LVMH는 올해 1월7일 티파니를 158억달러(약 17조원)에 인수하는 절차를 마무리했다.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와 티파니 앤드 컴퍼니의 로고. 사진=AFP/연합뉴스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와 티파니 앤드 컴퍼니의 로고. 사진=AFP/연합뉴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 LVMH가 4억4천만 달러를 깎았지만 2019년 매출액의 1%밖에 안 되는 회사를 갖고 그동안 난리법석을 친 것에 비하면 협상을 제대로 못 한 거 아니냐"고 티파니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런 LVMH의 티파니 인수를 놓고 프랑스의 마크롱 정부가 처음부터 LVMH에 호의적이지 않았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재무부가 돕기를 거절한 것도 그렇고, 인수 시기를 늦추라는 르 드리앙의 서한이 엘리제궁 사인없이 나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사실 그 서한은 LVMH에게 유불리의 양면성을 모두 갖고 있었다. LVMH 바람대로 인수를 늦춰서 가격을 떨어뜨리는 기회로 삼든가, 아니면 "프랑스정부 요청이 사실상 지시"라는 LVMH의 논리가 오히려 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든가였기 때문이다. 

그 뒤에는 마크롱 대통령이, 보다 자세하게는 'Image 7'이라는 에이전시의 안 메오(Anne Méaux)가 있다는 루머도 있다. Image 7는 프랑스 정부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있는 일종의 에이전시이고, 마크롱이 올랑드 정부 시절 경제부 장관이었을 때 마크롱의 결정으로 안 메오가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종도뇌르(Légion d'honneur) 훈장을 받은 적이 있었다. 마크롱의 사람이라는 의미다.

안 메오는 LVMH가 에르메스를 인수하려 했을 때 그걸 막은 인물 중 한 명으로, 아르노 회장의 최대 라이벌인 Kering그룹 회장인 프랑수아 피노(François Pinault)의 친구이기도 하다. 이같은 루머는 티파니가 Image 7을 접촉했다는 말이 돌아 신빙성을 보탰다. 프랑스 정부가 적당히 LVMH를 길들이려 했던 것일까? 이건 음모론의 영역이기는 하다. 

어쨌든 지난해 말인 2020년 12월 티파니 주주들의 OK가 떨어졌고, LVMH의 티파니 인수는 결말이 났다. 정식 합병은 올해 1월 7일이었다.

결론은 3가지 정도다. 
첫째, 코로나19사태가 인수합병과 관련해 '사정변경'에 해당하는지 알 수 있는 재판이었는데, 열리지 않아 아쉽다는 점이다. 둘째, 티파니는 약삭빠르고 영악하게 대처했다. 셋째, LVMH의 인수합병 전에서 모든 이슈가 정치화됐다는 점이다.

프랑수아 피노 Kering그룹 회장. 출처= 위키피디아
프랑수아 피노 Kering그룹 회장. 출처= 위키피디아

P.S. 

케링 그룹의 피노 회장은 올해 1월 티파니의 경쟁사라 할 수 있을 카르티에(Cartier)를 소유한 스위스의 럭셔리 재벌 그룹 리슈몽(Richemont)과 합병 제안을 했다고 한다. 

요한 루퍼트 리슈몽 회장. 출처=위키피디아
요한 루퍼트 리슈몽 회장. 출처=위키피디아

요한 루퍼트(Johann Rupert) 리슈몽 회장은 이 제안을 거절했고, 리슈몽 이사회에 제안서 제출도 안했다고 한다. 케링그룹의 구찌와 카르티에가 합쳐지지는 않은 셈이다. 

● 필자인 위민복은 외교부에서 주로 통상 분야에, 최근에는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근무했다. 전공은 경제학이며 전공 공부를 잘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석사까지만 받았다. 평소에 잡다한 주제로 글을 많이 쓰고 있는데, 물론 성씨가 같아(?) 친숙한 '위키피디어'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지인들 사이에 '한국의 걸어다니는 위키피디아'로 불린다. 동 칼럼은 필자가 속한 기관과 전혀 관계가 없으며 개인의 의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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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식 2021-04-17 11:36:55
Louis Vuitton Moet Hennesy. De Beers. Tiffany & Co.
이제 다음 목표물은?
여기서 나오는 고가의 지갑과 옷, 장신구 혹은 샴페인과 술을입고 걸치고 마셔본 적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 부자와 빈자를 가리는 세상이 도래하고 있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