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실수'라던 샤오미, LG 빈자리 노리며 삼성과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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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실수'라던 샤오미, LG 빈자리 노리며 삼성과 경쟁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1.03.2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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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빈자리 중 상당부분은 샤오미가 차지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의 강력한 경쟁자
세계 1·2위 시장인 중국·인도에서 삼성 앞서
샤오미 "한국 시장 진출 확대"...LG빈자리 노려
샤오미 중국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샤오미 중국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대륙의 실수’라는 수식어로 불리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가 LG전자의 빈자리를 노리고 한국 진출 강화를 밝힌데 이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경쟁자 지위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6일 “미국 제재로 영향력이 약해진 화웨이의 빈자리를 샤오미가 차지하고 있다”며 “4분기 이후 반도체 부족 문제가 해결되면 샤오미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화웨이는 지난해 서유럽과 중국에서 스마트폰 출하량이 각각 57%, 52% 늘어나는 등 수출이 크게 증가했다”며 “지난해 전체 매출도 전년대비 20% 늘었다”고 보고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닐 샤 부회장은 “화웨이가 독주했던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가 지난 1년간 가장 빠르게 화웨이를 따라잡고 있다”고 말했다. 

화웨이 공백의 주인은 샤오미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의 점유율은 11%로 삼성전자(19%), 애플(15%), 화웨이(14%)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화웨이가 올해 사실상 스마트폰 시장에서 퇴출 수순을 밟고 있는 상황에 샤오미가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3위 자리를 차지할 것 확실시 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샤오미가 영업방식 등에서 화웨이를 가장 잘 따라가고 있다”며 “북미는 힘들어도 중국이나 서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화웨이 감소분 중에 다수를 샤오미가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미국 상무부는 미국 기술과 장비를 이용해 제조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제재안을 발표했다. 제재안 발표 직후 샤오미, 오포, 비보 등 2위권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중 누가 화웨이의 공백을 차지할 것인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스마트폰 부품 업계의 최대 관심사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제조사와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패널 제조사 역시 향후 화웨이 공백을 차지하는 업체가 어디냐에 주목했다. 1억대에 달하는 화웨이 물량을 대신해줄 고객사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저가폰·중국'...삼성의 약점이 샤오미의 강점

지난해 삼성전자는 북미, 중남미, 한국 등 시장을 제외하면 세계 1,2위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과 인도에서 샤오미에 밀렸다.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샤오미의 중국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은 직전 년도 대비 5%포인트 상승한 14.6%를 기록해 업계 5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중국 내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51.6% 급증하며 애플을 포함해 상위 5개 업체 중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삼성전자는 점유율 0%대를 기록했다. 

샤오미가 지난 23일 국내에 출시한 홍미노트10. 사진제공=샤오미
샤오미가 지난 23일 국내에 출시한 홍미노트10. 사진제공=샤오미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휴대전화 시장인 인도에서 지난해 샤오미는 점유율 26%를 차지해 1위를 기록했고 삼성전자는 21%를 차지해 샤오미의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올해 동남아 시장에서도 베트남을 제외하면 1위 자리를 차지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반중 정서가 강한 북미나 한국 시장을 제외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샤오미는 삼성전자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 중 하나가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을 제외하면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성장이 수년째 정체된 상황에서 삼성전자에게 중저가 브랜드 중요성이 예전보다 훨씬 커 졌다”며 “화웨이의 자리를 샤오미가 차지하는 상황에서 중저가 브랜드에서는 수익성 측면에서 삼성전자보다 샤오미가 훨씬 앞선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LG전자의 빈자리 노려

샤오미는 지난 23일 ‘홍미노트10’시리즈를 한국에 출시하며 “올해 한국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 제고·유통채널 확장·더 많은 신제품 출시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철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국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최근 ‘가성비’를 중시하는 2030세대 소비자들이 이통사를 거치지 않고 자급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비중이 늘고 있는 점 역시 샤오미에겐 기회다. 샤오미는 20만~30만원대의 ‘홍미노트10’시리즈를 비롯해 중저가 제품 라인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그간 애플을 제외하면 한국 스마트폰 시장은 ‘외산폰’의 무덤으로 불렸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국산 단말기를 쓰는 고객 중 90% 가까이가 삼성 갤럭시 시리즈 사용자”라며 “한국 소비자는 눈이 높고 중국 스마트폰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샤오미는 다른 중국 제조사와 달리 시장 반응을 이끌어낼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샤오미가 만든 체중계·로봇청소기·샤오미 밴드·가습기 등 다양한 전자 제품이 한국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륙의 실수’라는 샤오미의 수식어 역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기대 이상의 성능을 제공하면서 그간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는 중국 제품에 대한 인식과 반대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편 또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그렇다고 샤오미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의미 있는 점유율을 가져가긴 어려워 보인다”며 “자급제 비중에서 여전히 애플과 삼성 제품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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