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류미야 시인의 '아름다운 것들은 왜 늦게 도착하는지'
상태바
[책소개] 류미야 시인의 '아름다운 것들은 왜 늦게 도착하는지'
  • 문주용 기자
  • 승인 2021.03.25 15: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피니언뉴스=문주용 기자] 완연한 봄이다. 봄은 왜 이렇게 늦게 도착한 걸까. 

누구는 이번 봄이 예년보다 일주일은 빨리 왔다고 한다. 창덕궁의 홍매화가 일주일 빨리 피었다면서. 하지만 나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봄이 늦게 도착했다고 우긴다. 언제나 그랬다. 와야할 봄은 진작 와서 우리를 따뜻하게, 평온하게 위로해줬어야 했는데, 이번에도 그 기대를 맞추지 못했다고.  

류미야 시인이 두번째 신작 시집 <아름다운 것들은 왜 늦게 도착하는지>(출판사 서울셀렉션)를 펴냈다. 류미야 시인은 왜 늦게 도착하는지를 알려준다. 

류미야 시인은 첫 시집 <눈먼 말의 해변>을 통해 자신의 삶과 언어가 걸어온 여정을 묵직하고도 아름다운 풍경으로 길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3년여만에 출간한 이번 시집 <아름다운 것들은 왜 늦게 도착하는지>에서는 생의 슬픔이 어디서 왔고, 어디에 도착해 어떻게 서식하고 있는지를 맑고 뜨거운 언어로 그리고 있다고 출판사인 서울셀렉션이 서평하고 있다.  

서평은 "시인은 단순한 슬픔의 발견에서 멈추지 않고, 희로애락이라는 삶의 근원적 속성을 통찰하면서, '왜 슬픔이 찾아오는가'라는 질문을 넘어 '도착해 있는 슬픔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라는 물음으로 독자를 끌고 들어간다"며 "또 투명한 슬픔을 길어 올리는 이런 '안간힘'이야말로 어둠 가득한 지상의 삶에서 슬픔과 연대하며 가장 순수한 절망을 통해 영원의 빛 속으로 향하는 길임을 우리에게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류미야 시인은 생의 서늘한 복기와 갱신을 통한 슬픔의 정면 돌파를 얘기한다. 시인은 능동적 직면만이 빛의 세계로 우리를 나아가게 하며, 냉혹한 슬픔으로 가득한 이 시대의 삶을 따뜻한 위로와 충만 속으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생의 아름다운 것들이 늦게 도착하는 이유는 늦게야 깨닫는 마음 때문이라고 말한다. 류미야 시인은 기쁨의 반대편에 놓은 것이 단지 슬픔이 아닌, '희망을 믿지 않고 기쁨을 잊어버린 마음'임을 보여준다. 생의 아름다은 것처럼, 봄도봄을 깨닫는 마음이 늦은 탓이고, 그를 잊어버린 마음 탓인가보다.  

문태준 시인은 추천의 글에서 "류미야의 시는 삶의 적막과 공허를 두 손으로 가만하게 감싸는 사랑의 언어이다. 사랑의 간구가 아니라면 우리는 무엇에 간절하겠는가"라면서 "시인의 시편들은 꽃핌과 낙화, 보름과 삭망 사이쯤에 놓여 있지만, 열매와 빛과 생의(生意)를 가꾸는 쪽으로 나아간다"고 했다. 


「그래서 늦는 것들」
                        시인 류미야 

아름다운 것들은 왜 늦게 도착하는지,
혹은 한자리에서 잊히기나 하는지요
날리는 저 꽃잎들 다 겨울의 유서인데요


그런 어떤 소멸만이 꽃을 피우나 봐요
사랑을 완성하는 것 물그림자에 비친
언제나 한발 늦고 마는
깨진 마음이듯이


철들고 물드는 건 아파 아름다워요
울음에서 울음으로
서로 젖는 매미들
제 몸을 벗은 날개로 영원 속으로 날아가요


폐허가 축조하는 눈부신 빛의 궁전
눈물에서 열매로
그늘에서 무늬로
계절이 깊어갈수록 훨훨
가벼워지네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