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재 칼럼] 새로 도입된 '금융상품 판매제한명령제' 유감(遺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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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재 칼럼] 새로 도입된 '금융상품 판매제한명령제' 유감(遺憾)    
  • 박민재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 승인 2021.03.25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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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에 금융회사들 우려 커
시행령 시행규칙에 미비한 점 많아...다른 법과도 형평안맞아
규제법정주의·포괄위임 금지원칙 위반 가능성도 있어
판매제한명령 발동할 금융당국의 전문성·공정성·투명성도 '관건'
박민재 변호사
박민재 변호사

[박민재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지난 2011년 처음 국회 발의됐던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금소법)이  오늘(25일)부터 시행된다. 강산마저 한번 바뀐다는 10년이란 세월이 흐른 만큼 그 모습도 당초에 발의됐던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다. 

금융소비자 권리가 대폭 강화되고, 새로운 제도들도 도입됐다. 그 중 금융당국이 새롭게 쥐게 된 칼이 '판매제한명령'이라는 제도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소비자에게 재산상 현저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명백히 인정되는 경우, 그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금융상품판매업자에 대해 해당 금융상품 계약 체결의 권유 금지 또는 계약 체결의 제한·금지를 명할 수 있다(금소법 제49조 제2항)고 한 제도다. 

판매제한명령이란 제도 자체가 위력적이기도 하고 판매제한명령에 관한 금소법의 조항이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에 금융회사들은 금소법시행령(이하 시행령)과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감독규정'(이하 감독규정)이 어떻게 구체화될 것인지 긴장해 왔다. 혹시나 판매제한명령이라는 무서운 칼을 맞는 사태를 당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에서 먼저 시작된 '판매제한명령제' 

판매제한명령이라는 제도는 누가, 왜 만들었을까? 

영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후적 규제보다는 상품 생애 주기(life-cycle)의 초기 단계에 감독당국이 개입해 소비자의 피해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소비자가 특정한 계약을 체결하거나 계약이 체결되도록 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규정을 만들 수 있는 권한을 금융감독청(Financial Conduct  Authority: FCA)에게 부여했다. 이름하여 '상품개입제도(product intervention)'를 도입한 것이다. 

이 제도는 원칙적으로는 여론을 수렴하는 단계를 거치게 하고, 일시적 상품개입제도(Temporary product intervention)'의 경우 여론수렴단계 없이 일시적으로 개입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2014년 영국의 Cocos bond 등 상품 리스크가 높거나 투기적인 성격이 강한 상품, 구조가 복잡해 이해하기 어려운 상품들의 소매판매를 금지했다. EU에서도 'Markets in Financial Instruments Regulation(MiFIR)'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식품위생법과 약사법 그리고 소비자기본법 등에 이와 유사한 조항이 있긴 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국민건강을 위해 예방조치가 필요한 식품에 대해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의 제조, 사용 등을 일시적으로 금지할 수 있다(식품위생법 제15조 제2항)고 규정하고 있다. 또 의약품 등으로 인하여 공중위생상 위해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면,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등은 의약품등의 수입업자 등 일정한 자에게 그 원료나 재료 등을 공중위생상의 위해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 폐기하거나 그 밖의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명할 수 있다(약사법 제71조 제2항)고 했다. 

그리고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사업자가 제공한 물품등의 결함으로 인하여 소비자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위해를 끼치거나 끼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그 물품 등의 수거·파기·수리·교환·환급을 명하거나 제조·수입·판매 또는 제공의 금지 등을 명할 수 있다(소비자기본법 제50조)고 되어있다. 

또 금융위원회는 일정한 경우 보험회사에 대해 업무집행방법의 변경 등 명령권을 행사할 수 있다(보험업법 제131조)고 되어 있다. 지난 2014년 1월에 개인정보 유출사태로 인한 피해가 확산되자, 금융위가 금융기관의 텔레마케팅 영업을 금지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볼멘 소리가 일기도 했다. 

금융위원회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령 제정안' 입법예고안.
2020년 10월27일 금융위원회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령 제정안' 입법예고 보도자료.

이번에 도입된 '판매제한명령제' 내용은
  
금융위는 판매제한명령이라는 칼을 어떤 경우에 휘두르게 될까. 위험한 칼을 휘두를 수 있는 기준과 절차 등에 관한 규정들은 안전하고 꼼꼼하게 마련되어 있는가?  

금소법은 판매제한명령의 발동요건에 관해 '재산상 현저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명백히 인정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다.(금소법 제49조 제2항) 또 금소법시행령은 '투자성 상품, 보장성 상품 또는 대출성 상품에 관한 계약 체결 및 그 이행으로 인해 금융소비자의 재산상 현저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명백히 인정되는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다(시행령 제40조 제2항). 그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는 감독규정이 자체적으로 정하고 있다(감독규정 제33조).

감독규정에 의하면 금융위는 명령을 하기 전에 대상 기업에 명령의 필요성 및 판단근거, 명령발동 예외사유, 명령 절차 및 예상시기 등을 먼저 알리고, 대상기업이 금융위의 명령에 대해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을 부여해야 한다. 그리고 명령을 발동한 후에는 금융위는 지체없이 그 내용을 홈페이지에 게시하도록 하고(감독규정 제33조 제1항, 제2항), 소비자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해 긴요한 경우에는 일부 절차 단축·생략 가능할 수 있는 '일시판매제한명령'도 규정하고 있다(감독규정 제33조 제1항 단서).

이 명령을 포함해 금융상품 판매업자가 금소법에 따른 명령을 위반해 건전한 금융상품판매업을 영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때에는 6개월 이내의 업무 전부 또는 일부의 정지를 명할 수도 있다(금소법 제51조 제2항 제1호)고 규정되어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오늘(25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새로 도입된 제도중 금융상품에 대한 '판매제한명령제도'는 관련법규정의 미비로 금융회사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오늘(25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새로 도입된 제도중 금융상품에 대한 '판매제한명령제도'는 관련법규정의 미비로 금융회사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판매제한명령제의 문제점과 한계도

금소법이 판매제한명령을 규정하고 있다고 해서 아무 제한없이 판매제한명령을 발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판매제한명령은 사적 자치와 영업의 자유를 상당히 제한할 뿐만 아니라, 금융소비자들에게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법률유보의 원칙과 규제법정주의(행정규제기본법 제4조)에 따라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 

그러나 금소법은 “금융위원회는 금융상품으로 인하여 금융소비자의 재산상 현저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명백히 인정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그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금융상품판매업자에 대해 해당 금융상품 계약 체결의 권유 금지 또는 계약 체결의 제한·금지를 명할 수 있다”(금소법 제49조 제2항)고만 규정하고 있다. 그 나머지는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는데, 시행령 또한 금소법 규정과 별 차이가 없다.

또 청문절차 및 청문절차의 생략에 관한 언급도 없다. 청문절차를 포함한 구체적인 절차와 방법은 대부분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감독규정'이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여부가 문제된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75조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 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헌법재판소는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라 함은 이미 대통령령 등 하위법규에 규정된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어 누구라도 당해 법률 그 자체로부터 하위법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라고 판시했다(헌법재판소 2013.10.24.선고 2012헌바 368결정 등).

그래서 판매제한명령에 관한 금소법 제49조 제2항이 위임의 구체성, 명확성, 예측가능성을 모두 갖추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금소법은 판매제한명령을 발동할 수 있는 경우에 관해 대통령령에 위임을 하고 있으나, 시행령 역시 발동요건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감독규정 또한 별다른 구체적 기준을 두고 있지 않다. 

금소법 조항만으로 하위 법령에서 사전 통지와 의견제출 및 그 단축 또는 생략에 관해 규정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어렵다. 특히 법률에서 사전 통지와 의견 제출절차를 거쳐야 하는 '일반적인 판매제한명령'과 이러한 절차를 단축 또는 생략할 수 있는 '일시적인 판매제한명령'을 구분해 규정할 필요가 있다.  

금소법과 달리 '소비자 기본법' 제50조는 '일반 리콜명령'과 '긴급 리콜명령'을 구분해 규정하고 있다. 그 구분 기준은 청문절차의 존재 여부다. 식품위생법 제15조, 보험업법 제131조 등도 법률에서 원칙적으로 청문절차를 실시하고, 긴급한 경우에는 예외를 둘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과도 대비된다.

판매제한명령에 관한 금소법의 조항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판매제한명령을 발동하는데 있어 목적과 수단 사이에 합리적 비례관계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비례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행정수단이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 적합해야 한다는 '적합성의 원칙', 여러 적합한 수단 중에서 상대방의 권리 침해가 가장 적은 수단을 선택해야 한다는 '필요성의 원칙', 사익 침해의 정도보다 그로 인해 달성되는 공익이 훨씬 더 커야 한다는 '상당성의 원칙'도 지켜져야 한다. 

제도보다 의지와 능력이 중요

판매제한명령이 어떤 경우에, 어떤 방식으로 발동될지 아직은 미지수다.  

하지만 제도의 도입 자체만으로도 금융회사에 대한 위하(威嚇: 힘으로 으르고 협박함)의 효과는 엄청나다. 판매제한명령이 금융당국이 금융회사를 길들이는 또 하나의 수단으로 남용되지 않고 진정한 소비자 보호의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본래의 입법취지에 맞게 엄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그리고 보충적으로 행사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은 금융상품의 위험성을 분석하고, 증거를 확보하고, 판매제한명령의 발동요건 해당 여부를 검토할 수 있는 전문성과 공정성, 투명성을 갖추어야 한다.

키코(KIKO)사태나 최근의 사모펀드 사태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가 단순히 제도의 미비 때문에 확대된 것은 아니다. 기존의 제도로도 조기에 사태 수습을 위한 조치를 취했더라면 충분히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제도가 아니라, 제도를 다루는 당국의 의지와 능력이라는 점을 다시금 생각해본다. 

● 박민재 변호사는 외환은행 행원과 중앙노동위원회의 공익위원, 대한변호사협회 교육이사 등을 역임하고, ㈜강원랜드의 준법지원인 겸 법무실장으로 재직한 뒤, 현재는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의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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