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의 과학과 철학] 경제규모 9위의 문제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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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의 과학과 철학] 경제규모 9위의 문제의식
  • 정연섭 크로의 과학사냥 저자
  • 승인 2021.03.24 15: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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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위상 비해 낮은 '국가 자긍심'...원인은 뭘까
민족의식 고양은 답 아냐...네 개이상의 인종 섞인 민족
경제위상에 맞는 '국가 주권' 가져야...전작권 전환·항공모함 논의 바람직
'강한 주권' 갖고 이웃나라와 협력관계 가져가야
정연섭 '크로의 과학사냥' 저자
정연섭 '크로의 과학사냥' 저자

[정연섭 '크로의 과학사냥' 저자] 작년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한국의 경제규모는 GDP 1조 6천억 달러로 세계 9위에 위치한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주변 4강이라 부르는 러시아는 11위에 머물고 있다. 경제뿐만 아니라 한류 탓에 한글을 제2외국어로 채택하는 국가도 늘고 있다. 한국은 최근에 제패한 LG배를 포함하여 바둑의 왕좌를 지켰고 축구에서는 주변 국가들에게 공한증을 심어주고 있다.

그런데 국가의 자긍심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이란은 우리 유조선을 억류하면서 서울은 워싱턴의 눈치를 본다며 외교관의 심기를 긁었고 러시아는 전투기를 동해 상공으로 보내 조종사의 인내를 시험했다. 러시아 전투기가 영공을 침해하자 바로 격추시킨 터키와 비교하면 우리는 너무 인내한다는 느낌도 든다. 경제력이 우리보다 못한 이란이나 터키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배짱은 어디서 나올까? 아마 역사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텐데 이란은 고대 페르시아 제국의 긍지, 터키는 근세 오스만 제국의 긍지를 품고 있는 듯하다. 

대한민국은 오천 년 동안 세계 문명의 주역으로 뛰쳐나온 적이 없으니 여전히 저자세로 나가야 할까? 독일 철학자 피히테는 나폴레옹에 의해 신성독일 연방이 유린되자 참지 못했다. 그는 '독일인에게 고함'이라는 강연을 통해 독일의 통일 분위기를 조성했다. 우리나라의 신채호 등 독립운동가도 일제 강점기에 민족의식을 고취했다.

지금 한국은 일제 강점기의 별 볼일 없는 대한제국이 아니므로 동일한 방법을 쓸 수 없고, 1차·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의 방법을 따라할 수도 없다. 근거도 없는 배달의 민족과 아리아인을 주장하여 민족 우월성이나 폐쇄성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오히려 민족의식을 무너뜨려야 한다. 

동북아 지리. 출처=구글어스 캡쳐
동북아 지리. 출처=구글어스 캡쳐

구석기 한국인

집 앞에는 대전 노은동 구석기 유적이 있고 금강 지류를 따라 30km 더 내려가면 공주 석장리 구석기 유적지가 있다. 몸돌로 만든 뗀석기의 찍개, 긁개들이 발굴되었는데 연대를 측정하면 거의 50만 년 전까지 올라간다. 이 석기인들은 우리와 같은 현생인류가 아니고 '호모 에렉투스'이다. 아마 아시아 지역에 퍼졌던 호모 에렉투스의 후손 데니소바인일 가능성이 높다. 호모 에렉투스는 아프리카에서 출현하여 나일강을 따라 북상한 후에 히말라야 산맥을 따라 한반도로 왔다. 지금도 히말라야는 년 1cm 정도 융기하므로 이동 당시에는 덜 험준했으리라. 

데니소바인 무리들이 금강에서 평화롭게 고기잡이를 하고 있는데 창과 활로 무장한 전사들이 나타났다. 침입자들은 저항하는 남자들과 자식들을 죽이고 여자들만 취하여 자식을 낳았다. 침입자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현생인류인데 호모 에렉투스보다 똑똑했다. 뇌 용량은 비슷하지만 호모 사피엔스는 체계적으로 생각했다. 동물들도 사진을 찍듯이 사물을 기억하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사물과 사물 사이의 관계 즉 인과율 파악 능력은 떨어진다. 인과율 추론은 호모 사피엔스 특징이다.

생물의 유전체 분석을 통해 인류의 조상을 추적할 수 있다. 인간 세포에는 X, Y 염색체로 알려진 성염색체, 22개의 상염색체, 미토콘드리아 유전체가 있다. 미토콘드리아 유전체는 모계로부터 물려받고 Y 염색체는 부계로부터만 물려받아 모계와 부계의 조상을 각각 알려준다. 아시아인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체에는 데니소바인의 흔적이 남아 있다.

또한 한국인의 성염색체나 상염색체에는 데니소바인 유전체외에 60%의 만주 북방계, 40%의 동남아시아 남방계, 소량의 중국계가 섞여 있다. 3종의 유전체로부터 한반도에 들어온 3가지 경로를 추정할 수 있다. 현생인류는 약 20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출현하여 호모 에렉투스와 마찬가지로 아프리카를 탈출했다.

남방계와 혼혈

남방계 아시아인은 해안선을 따라 들어왔다. 이란 해안, 인도 해안, 동남아시아 해안을 탔고 거대 산맥이나 강이 나타나면 뗏목을 만들어 우회하거나 건넜다. 그 시대는 대체로 빙하기라 지금의 인근 바다도 넓은 평야였다. 황해와 동해도 평지였고 걸어서 일본 열도에 도착했다. 금강 데니소바인을 습격한 무리들은 남방계 인종으로 추정된다. 

인종의 이동경로는 유전체외에도 언어, 유물, 사상 등을 통해서도 추정할 수 있다. 남방계 유전자가 40% 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어는 동남아시아 어족인 오스트로아시아 어족보다는 알타이 어족에 속한다. 한글의 문장 구조가 주어+목적어+동사의 구조를 가지는데 오스트로아시아 어족 문장 구조는 주어+동사+목적어의 구조를 지닌다. 한글에는 남방계 어순이 남아있지 않으므로 남방계 민족은 북방계 민족보다 앞서 도래했으며 한민족에게 첫 번째 혼혈이 일어났다.

북방계와 혼혈 

북방계 아시아인은 지중해, 흑해를 끼고 몽고 초원을 가로질러 바이칼 호수 근처로 모여들었다. 유라시아 초원길은 빙하기와 빙하기 사이 온도가 다소 올랐던 간빙기의 이동 경로였다. 여러 차례 반복된 빙하기가 마지막으로 끝난 1만3천 년 전부터 지구 기온은 올라갔고 초원길은 더 붐볐다. 간혹 지구 기온이 떨어진 시기에는 바이칼에 살던 족속은 따뜻한 남쪽으로 내려왔다. 일부는 만주로 들어왔고 일부는 유럽으로 이동하여 게르만족을 놀래기도 했다. 

북방 족속이 내려오자 정착해 있던 남방계 족속 일부는 호랑이처럼 저항을 하다 노예로 팔렸고, 일부는 곰처럼 짝이 되어 유전자 60%를 물려주는 자식을 낳았다. 북방 민족은 신석기 문명과 청동기 문명을 가지고 왔는데 초원길을 따라 한반도까지 이어지는 비파형 동검을 땅속에 묻어 놓았다. 북방 족속들은 알타이 어족에 속하는 언어들을 지녔는데 한글 속에 알타이 어순이 남아 있다. 한민족에게 두 번째 혼혈이 일어났다.

중국계와 혼혈   

아프리카를 함께 탈출했던 중국인들은 흑해까지는 동행했지만 카스피해에서 타클라마칸 사막으로 방향을 틀었다. 오아시스에 눌려 앉은 무리도 있었지만 태어난 자식들은 나중에 비단길로 명명된 길을 따라 황하를 따라 내려갔다. 그들은 하나라, 은나라를 세웠다. 은나라가 멸망할 즈음 기자가 세력 다툼에 밀려 고조선으로 망명하면서 기자조선을 세웠다. BC190년경에도 연나라 사람 위만이 내부 세력에 밀려 무리 1000명을 몰고 고조선으로 넘어와 권력을 잡았다. 한민족의 세 번째 혼혈이 이루어졌다.

중국계의 유입은 대규모가 아니었다. 한민족은 중국계 유입에도 불구하고 알타이 어족의 어순을 고수했다. 다만 북방계 말을 표기할 문자가 없어 한자의 음이나 훈을 빌려 썼다. 한국의 고대 언어인 이두이고 일본어다. 이두 표기에는 한계가 있었고 세종대왕은 이를 불쌍히 여겨 한글을 창제했다.

성리학과 사상 고립   

중국인 유입으로 논어, 맹자와 불교가 들어온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문제는 중국에서 밀려난 유민들이 한반도에 들어와 권력을 잡았다는 데 있다. 중국 본토에서 혼이 난 이들은 한반도를 중국 문화권으로 예속시키고 유교로 사대의 예를 강요했다. 세뇌된 조선 사대부들은 무너지는 명나라를 섬겨 만주족의 청나라를 무시하였고 서구의 근대 사상을 거부했다.

삼국시대 이후 나타나는 한반도의 비자주적인 성향은 피만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문화나 생산방식도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된다. 평야지대에서 농사를 짓는 생활방식이 한민족의 도전성을 빼앗았다고 추정된다. 간혹 태풍이 농사를 망쳐버리기도 하지만 대체로 봄에 씨를 뿌리면 가을에 수확할 수가 있다. 논밭에서 밤을 새운다고 벼가 빨리 결실을 맺는 것도 아니다. 너무 자연에 순응하며 살았다.

실학과 과학기술 

중세의 기독교가 세상을 지배하는 가운데서도 하늘을 쳐다보며 진리를 찾던 천문학자 갈릴레이가 있었고, 사회를 바라보며 자유를 찾던 정치가 로크가 있어 서구 근대사회는 열렸다. 한반도는 성리학에 갇혀 하늘과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라볼 역량은 없었지만 변화하는 청나라를 관찰할 수는 있었다. 청국에 다녀온 실학자들은 서자에게도 관직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부르짖고 상업과 농업을 중시하며 사회 제도를 개혁하자고 외쳤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 제안이고 개혁을 외치는 일이니 이들 주장에 받아졌더라면 나라를 잃는 슬픔이 없었다고 필자는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철학자이자 과학자인 홍대용을 도맷값으로 넘길 수는 없다. 그는 세상을 체계적으로 바라보며 지동설과 무한 우주를 주장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지구본을 펴 놓고 중국과 오랑캐가 구별되지 않는다는 사상을 피력했다. 그는 사대부의 비난을 받았다. 둥근 지구본에는 내가 서 있는 곳이 바로 세상의 중심이고 세상의 끝이다.

국방부가 지난해 공개한 3만t급 경항공모함 예상 그래픽. 사진=국방부/연합뉴스
국방부가 지난해 공개한 경항공모함 예상 그래픽. 사진=국방부/연합뉴스

자주와 협력

한국은 식민지의 아픔을 겪었지만 이제 경제규모 9위의 국가이다. 역사적으로 이런 성과를 낸 시대가 없다. 대놓고 인정하지는 않지만 세상에 중심이 없다는 홍대용의 사상에 힘입은 바 크다고 본다. 그러나 일어섰다고 자만하는 순간에는 넘어지기 쉬운 법이다. 숨어있던 사대주의가 스멀스멀 올라오며 민족주의가 꿈틀거린다.

홍대용 선생이 지구본으로 중화사상을 부쉈듯이 이 글은 한민족 이동으로 민족주의의 괸 돌을 뽑고자 했다. 한민족은 순수 단일 민족이 아니며 네 종류 이상의 인종이 섞인 민족이다. 네 종류 이상으로 표현한 이유는 필자는 칭기즈칸이나 하멜이 뿌린 씨까지는 추적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여러 종족이 들어왔지만 이들은 한반도에서 2000년 이상 생활하며 동일 문화를 형성했다. 이제는 민족보다는 동일 공동체인 국가라는 개념이 문명을 해석하는데 더 적당할 수도 있다.

개혁과 적폐청산으로 사회는 소용돌이친다. 개선이 일어날 수가 있을까? 조선사회도 끝없는 논쟁을 벌였지만 자유민주주의 제도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우리의 정치제도는 서구 문명의 유산이다. 끝없는 한국의 개혁이 인류문명의 발전으로 귀결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국민이 논쟁을 통해 주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때문이다.

내부 갈등으로 시끄럽더라도 나라의 주권이 훼손되면 안된다. 국가로서 기본 권리를 행사하고 국제사회의 발전과 평화에 기여해야 한다. 경제 9위권에 걸맞은 위상을 지녀야 한다. 구체적으로 전시작전권 전환 논의나 항공모함 제작 논의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주권을 가질수록 이웃나라와의 협력과 군사 동맹은 더 중요하다. 주권과 협력은 서로 상충하는 면이 있어 갈등을 유발할 수 있지만, 갈등은 도전과 발전의 기회이지 문제가 아니다. 인내가 답이 될 때도 있다.

● '크로의 과학사냥' 저자인 정연섭 연구원은 서울대 화학 석사 후에 LG화학연구소, 한국전력연구원 거쳐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에 재직하고 있다. 50여 편 발표 논문, 10여 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원전 설계 및 수출로 한국원자력학회 기술상, 산자부 표창을 받았다. '크로의 과학사냥'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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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maca 2021-03-25 05:4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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