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개발자 구인난] ㊦ '산학협동-인력양성' 절실..."졸업후 곧바로 현장투입 가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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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개발자 구인난] ㊦ '산학협동-인력양성' 절실..."졸업후 곧바로 현장투입 가능해야"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1.03.23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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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스타트업, 개발자 훈련소 역할해야"
"자기주도적 문제해결 능력 기를 수 있는 교육커리큘럼 절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근무여건이 바꾸지 않으면 IT 개발자 부족은 계속될 거라 전망한다. 사진=픽사베이
'초봉 6000만원, 사이닝보너스 1억원.' 최근 IT업계에선 고액 연봉을 제시하며 '개발자 모셔가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늘고 IT기업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채용 규모를 늘린 탓이다. 전문가들은 개발자 부족이 지속되면서 '몸값'은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한다. 어떤 개발자가 얼마나, 왜 부족한지, 어떤 해결방법이 있는지 알아본다. [편집자주]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IT개발자 부족현상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근무여건이 바꾸지 않는한 쉽게 해소할 수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또 대학과 중소기업 등에서 개발자가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한국 산업계 전반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역량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7년차 웹개발자 A씨는 “현장에 온 후 개발인력은 늘 부족했다”며 “어제 오늘의 일 만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IT업계가 필요로 하는 개발자 규모는 업종 분류에 따라 최소 3만5000명에서 최대 20만명까지 다양하다.

한국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가상현실(VR) 등 분야에서 3만1833명의 신규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국 대학의 응용소프트웨어, 전산·컴퓨터공학, 정보·통신 등 관련 전공 졸업생은 3만3110명 수준이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IT업계에서는 저연차 개발자가 부족하다고 말한다"며 "그간 IT서비스 업계에서는 높은 업무 강도 대비 낮은 임금을 주는 하청구조 등으로 인해 관련 전공 졸업자 중 상당수가 개발 대신 다른 직무를 선택하면서 개발자 수요 부족현상이 계속됐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스타트업이 훈련소 역할해야"

전문가들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IT개발자 역량을 키우는 기회를 제공할 때 현재 부족한 개발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성장 가능성을 제시하는 근로 환경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인재를 빼앗기지 않고 개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으로도 작용한다.

IT개발자 헤드헌팅 업체인 이브레인(eBrain)의 노상범 대표는 “문과출신 개발자도 사설 교육기관에서 6개월~1년 정도 교육 받으면 중소기업, 스타트업을 시작으로 경력을 쌓아나갈 수 있다”며 “개발자 성장을 위해서라도 2~3년 단위로 원하는 기업에서 일하면서 배우고 개발 직군 전체를 직업으로 보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발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기주도적 문제해결 능력을 길러준 코딩 교육기관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IT 개발자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비전공자도 국비지원이 가능한 학원 등 사설 기관에서 코딩 교육을 받고 개발자로 취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설기관이 제공하는 커리큘럼 등 교육과정과 방식을 신중히 고려해서 선택하면 IT관련 전공자가 아니어도 개발자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IT업계 관점에서는 장기적으로 실무 경험을 쌓은 다수의 개발자를 공급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범규 스파르타코딩클럽 대표는 "비공전자가 처음부터 네카라쿠배에 바로 입사하긴 어렵다"면서도 "다양한 유망 스타트업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인력을 찾기 때문에 이런 곳에서 실력을 키우면 얼마든지 이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코딩 교육기관을 고를 때는 무엇을 가르치냐 보다는 어떻게 가르치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며 "대다수 스타트업이 신입 개발자에게 요구하는 건 개발 실력보다는 스스로 문제를 파고 내려가 해결하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자기주도적 학습을 통해 문제 해결능력을 키우는 방식의 코딩 교육을 제공하는 사설 기관을 선택할 때 스타트업 등 현장에서 요구하는 실력을 갖출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판교에 위치한 한 IT업체 임원은 “현업에서 20년 동안 경험해본 결과 학력이나 학벌은 개발 능력이랑 별 상관이 없다”며 “결국 여러 사람과 협력해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낼 것인가 하는 문제 해결능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장 가능성 제시하는 기업문화로 어필해야 

카카오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개발자들은 당장 눈앞의 연봉을 보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의 성장가능성을 중시한다”며 “이는 야구선수와도 같은데 지금 2할 5푼 치는 선수가 이직해서 꾸준히 성장하며 나중에 3할 2푼 칠 가능성이 생긴다고 하면 주저없이 이직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연봉은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애플리케이션 기반 서비스, 소프트웨어 솔루션 등을 제공하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늘면서 IT업계에서는 소위 ‘개발문화’라 불리는 근로 여건을 제공하지 못하는 기업은 개발자 부족 국면에서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인공지능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노타(NOTA)의 인사 담당자는 “코로나 이전부터 실력 있는 개발자 확보를 위해 자율근무제를 시행했다”며 “개발자들이 제안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사업에 반영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말한다. 

한 이동통신사의 IT계열사에서 일하고 있는 5년차 개발자 B씨는 “중소기업에서 시작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이직하는게 이상적이지만 아직 업계에는 그런 여건을 제공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며 “체계가 부족한 중소기업에서는 2~3명이 할일을 한 명에게 몰아주거나 하청 업무를 기간 내에 처리하는 식의 업무가 많아 실력을 기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첫단추'를 잘못끼우면 개발 역량을 쌓을 기회를 얻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대기업 또는 고연봉을 제시하는 유망한 스타트업은 보통 엄격한 코딩테스트를 거쳐서 2·3차 면접을 통해 인력을 뽑는다. 현직 개발자들은 이 과정에서 역량을 쌓지 못하고 일만 많이 한 사람은 걸러질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한다.  

대학 교육방식 역시 현실과 동떨어져

IT 개발 업무 중에는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 학부 전공자 또는 석·박사급 인재가 컴퓨터 공학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해결해야 하는 난이도 높은 문제도 있다. IT업계에서는 대학 교육방식 역시 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대기업 계열사에서 서버 구축과 홈페이지 제작을 하고 있는 5년차 개발자 C씨는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그는 “대학 때 보다 6개월간 국비지원훈련 과정에서 실무기술 위주로 배운게 취업에 훨씬 도움이 됐다”며 “현업을 경험한 강사에게 쇼핑몰 제작 등 실무 위주 교육을 받으면서 만든 포트폴리오가 없었으면 면접 경험도 얻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소재 한 사립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현업에서는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문제해결능력을 갖춘 사람을 원하는데 대학에서는 시험과 평가를 벗어난 일을 하기 어렵다”며 “현장에 걸맞는 인재 양성을 위해서 교육 방식을 바꾸면 대학교수와 조교 인건비가 늘어나지만 이런 내용이 대학 평가 방식에는 반영이 안되니 구조를 바꾸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 산하 소프트웨어(SW) 교육기관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의 초대 학장인 이민석 국민대 소프트웨어학부 교수는 “소프트웨어 산업에는 한 명의 천재도 필요하지만 서비스 수요가 늘어나는 최근에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좋은 개발자가 많이 필요하고 이런 사람이 또 빨리 성장한다”며 “대학의 소프트웨어 교육 역시 산업계가 가지고 있는 현안을 협력을 통해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고액연봉만 제시할 게 아니라 대학 소프트웨어 교육에 투자하고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개발자 성장을 위한 문화를 조성할 때 개발자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다수의 능력 있는 개발자를 길러내지 못하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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