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손잡은 이마트냐 절치부심 롯데냐...‘유통 공룡’의 이커머스 대결
상태바
네이버 손잡은 이마트냐 절치부심 롯데냐...‘유통 공룡’의 이커머스 대결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3.22 17: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SG닷컴·롯데온, ‘배송 속도’ 확보에 사활 걸어
이마트, 네이버와 함께 온·오프라인 시너지 확대
롯데쇼핑 “롯데온 ‘그로서리’ 부문 경쟁력 강화할 것”
이마트 이커머스 플랫폼 'SSG닷컴'-롯데쇼핑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 사진=각 사 애플리케이션 캡처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유통 공룡’ 롯데와 신세계가 160조 원이 넘는 이커머스 시장을 놓고 본격적인 대결에 돌입했다.

선두주자 네이버와 뉴욕증시 상장을 계기로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선두 탈환'을 공언한 쿠팡이 1, 2위 싸움을 벌이는 사이 롯데와 신세계 모두 3위 업체인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들며 ‘언더독의 반란’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후발주자인 이마트 입장에서는 네이버와의 협업을 통해 ‘반(反) 쿠팡 전선’을 구축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거래액에서 밀리고 있는 롯데온과의 격차를 줄이는 게 먼저다.

롯데쇼핑 역시 출시 1주년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을 위기에서 구해내야 하는 숙제부터 풀어야 한다.

백화점, 대형마트, 할인점, 테마파크, 야구 등 그라운드 내외로 펼쳐지고 있는 치열한 승부가 이커머스 업계로도 뻗치는 모양새다.

이커머스 기업들의 지난해 거래액, 성장률, 시장점유율. 자료=각 사, 금융감독원 

‘업계 1위’와 손잡은 신세계 이마트

신세계그룹은 최근 이커머스 시장점유율 1위 네이버와 손잡고 2500억 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했다. 이마트는 1500억 원, 신세계는 1000억 원을 투자했다. 

한때 이마트의 라이벌로 견제됐던 네이버와 손을 잡은 이유는 이커머스 대결에서 가장 중요한 물류 역량 시너지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이마트는 오프라인 신선식품의 강점을 이용하고자 네이버의 장보기 서비스 안으로 들어간다. 더 많은 고객들이 이마트몰, 트레이더스몰의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현재 이마트는 SSG닷컴에서 새벽배송을 전담하고, 오프라인 점포에서는 피킹앤드패킹(PP)센터를 구축해 당일배송에 대응하는 이원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전국 이마트 매장 110여 곳에 PP센터가 설치돼있으며, 올해 안으로 10개 이상의 이마트에 PP센터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특히 김포와 용인에 있는 3곳의 풀필먼트 센터(온라인 주문용 상품의 보관부터 배송까지 일괄 처리하는 물류시설)는 신선식품 배송에 특화돼 있으며, 5200여개의 이마트24 편의점과 150개의 이마트 매장을 포함한 약 7300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배송 거점으로 바꾸고 있다. 이마트는 네이버라는 공룡 플랫폼과의 만남으로 상품, 매장 역량을 극대화시킬 수 있게 됐다. 

신세계 온라인 물류센터 네오 내부사진. 사진제공=신세계

여기에 SSG닷컴도 내실화 다지기에 나선다. 이를 위해 강희석 이마트·SSG닷컴 대표는 올해 초 최영준 전 티몬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 김일선 전 쿠팡 푸드 MD, 이미연 전 이베이코리아 HR 담당자 등 경쟁사 임원을 직접 영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마트의 독자적인 플랫폼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SSG닷컴이 네이버의 플랫폼에 갇힐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마트가 네이버 장보기에 입점하게 되면 굳이 SSG닷컴 홈페이지나 앱을 방문하지 않아도 물건들을 주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SSG닷컴은 온·오프라인 연계 시너지를 강화해 SSG닷컴만의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SSG닷컴 관계자는 “앞서 이마트에서만 파는 횡성한우를 SSG닷컴에도 판매해 좋은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며 “최근 코로나19로 온라인 배송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에 이에 맞춰 물량확대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전국적으로 처리하는 물량이 새벽배송 포함 13만 건 정도 되는데, 14만 건까지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아파트 단지에서 오토바이 배달원 '플렉서'가 롯데마트에서 실어 온 상품을 전달받고 있다. 사진제공=롯데쇼핑
한 아파트 단지에서 오토바이 배달원 '플렉서'가 롯데마트에서 실어 온 상품을 전달받고 있다. 사진제공=롯데쇼핑

스타트업과 손잡은 롯데쇼핑, '그로서리' 강화한다

롯데쇼핑에게 ‘롯데온’은 아픈 손가락이다. 지난해 4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3조 원을 투자해 ‘롯데온’을 만들었지만 론칭 시작부터 트래픽 과부하, 검색 오류 등 기술적 문제를 겪었다. 

22일 롯데쇼핑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사의를 밝힌 조영제 전 e커머스 사업부장(전무)을 자문역으로 발령내 사실상 경질하고 외부인사 영입에 나섰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롯데온 사업부장으로 추천받은 이들이 모두 고사하고 있어 신임 대표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신동빈 회장도 현재의 상황에 불편해 하는 것으로 전해질 정도다.

롯데온은 지난해 이커머스 부문에서 1379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백화점·마트·하이마트 등 이커머스 부문을 통합하기 전인 2019년보다 27%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적자는 948억 원으로 전년보다 69% 늘었다. 매출은 줄어들고 적자는 늘어나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롯데는 1996년 6월 국내 최초로 인터넷 쇼핑몰 롯데쇼핑닷컴을 선보이며 시장에 가장 먼저 발을 들였을 정도로 이커머스 시장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는 그룹이다. 롯데쇼핑은 올해 롯데온을 살리기 위해 이마트와 같은 전략인 배송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롯데온은 기존 롯데마트의 물류망을 이용해 주문 후 2시간 안에 물건 포장 및 배송까지 이뤄지는 ‘바로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늘리기 위해 오프라인 점포들을 배송 거점으로 삼는 ‘스마트스토어’와 세미다크스토어‘를 확대할 예정이다. 

롯데온은 올해 그로서리 부문의 경쟁력 강화에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롯데온은 올해 그로서리 부문의 경쟁력 강화에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바로배송의 속도를 한층 더 앞당길 ‘릴레이배송’도 시험대에 올랐다. 롯데온은 롯데마트 잠실점에서 물류 스타트업 피엘지(PLZ)와 함께 ‘릴레이 배송’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배송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기존 배달기사는 지역 거점(CP)까지만 담당하고 이후는 ‘플렉서’가 인계한 물품을 자신의 오토바이·자전거·차량으로 주문자 집 앞까지 전달하는 방식이다. 

롯데온 측은 해당 배송 서비스가 제대로 자리 잡을 경우 배송 소요 시간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최대 배송 가능 건수는 2배로 늘어나고 배송 가능 지역도 넓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롯데온 관계자는 “‘릴레이배송’ 서비스가 새로운 배송 형태라기 보단 고객들에게 물건을 더 빠르게 전달해주기 위한 실험이다”며 “(서비스를) 계속 확장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퍼스트먼데이’ 등 고객들이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는다고 느낄 수 있는 세부적인 내용을 다듬을 것”이라며 “그로서리 부문의 경쟁력 강화에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