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노조추천 사외이사 선임' 첫 사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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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노조추천 사외이사 선임' 첫 사례 될까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1.03.19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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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 사외이사 자리 2석 공석
기업은행 노조, 사측에 후보군 3명 전달
"투명한 경영 보장" "경영 비효율성 높인다" 대립
사진제공=IBK기업은행
사진제공=IBK기업은행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기업은행이 사외이사 2명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노조추천이사 선임을 고민 중이다. 이번에 노조가 추천한 인물이 사외이사가 되면 금융권으로서는 최초의 선례를 쌓는 셈이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5일 이승재 기업은행 사외이사의 임기가 만료된다. 지난달 12일 김정훈 사외이사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기업은행 사외이사 중 두 자리가 곧 공석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기업은행이 둘 중 한 자리에 노조가 추천한 인물을 사외이사에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노조 측은 지난달 사측에 3명의 후보군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추천이사제란 노조가 추천하는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참여시키는 제도로, 노조 대표를 이사회에 포함하도록 하는 노동이사제보다는 한 단계 낮은 수준이다. 

지금까지 금융권에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위한 시도는 여러 번 있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시중은행의 경우 주주들의 반발에 부딪쳤고, 국책은행의 경우 금융위원회를 넘지 못했다. KB국민은행과 산업은행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업은행 역시 국책은행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금융위가 사외이사를 임명한다. 윤종원 기업은행 행장은 제청 권한만 있다. 금융위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이번 선임에 대해 기업은행은 '노조추천이사제'가 아니라 '노조추천이사 선임'이라며 한 발짝 물러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노조추천이사제가 되려면 제도화가 돼서 관련 법률 개정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 행장 역시 최근 서면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노조추천이사제의 도입과 관련해 "관련 법률 개정이 수반돼야 추진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이사 선임만큼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 1월 윤 행장 취임 당시 기업은행 노사가 노조추천이사제를 유관기관과 적극 협의해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기 때문이다. 

윤 행장은 또 기자간담회에서 "은행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훌륭한 역량을 갖춘 전문가를 금융위에 제청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직원을 포함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3월 중 복수 후보를 제청할 생각"이라며 "사외이사로의 선임 여부는 후보 역량에 따라 좌우될 것이며 특정 후보가 자동 선임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두고 찬반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사원 입장에서는 노조가 추천한 이사가 근로자의 권리를 대변해주고 투명한 경영을 보장할 수 있지만 사측 입장에서는 경영 비효율성이 커진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측 입장에서는 노조도 부담인데 노조가 추천한 인물이 사외이사로까지 들어온다고 하면 더욱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이사회는 회사 경영상 중요 안건에 대해 의결하는 최고기구인데 여기에 노조 추천 인물이 포함된다면 회사 입장에선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회의 근본적인 취지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있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자로서의 이익은 노동조합을 통해 주장해야 하는 것이지 경영진으로서 주장할 것이 아니다"라며 "이사회의 주된 목적은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어야 하며,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다만 "경영진이 부적절한 결정을 하는 것을 감시하고 규율함에 있어서 내부자로서 노동자 추천 이사가 있는 편이 더 적절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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