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물론 명품도 팔아요’…CU·GS 등 편의점 4社 생존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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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물론 명품도 팔아요’…CU·GS 등 편의점 4社 생존 전략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3.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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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구매·홈케어·명품 구매까지 가능
“배달,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
PB상품·컬래버 등으로 차별화 꿰차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편의점들이 차별화된 제품 출시와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생존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국내 편의점들이 차별화된 제품 출시와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생존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치킨을 배달하고, 집 청소를 해주고, 심지어 집도 판매한다.

‘배달의 민족’이나 ‘직방’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편의점 업계 이야기다. 국내 편의점들이 어디서도 만나볼 수 없는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편의점 출점제한 자율규약이 시행되면서 점포 수를 늘려 매출을 올리는 방법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자, 기존 매장들의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생존전략을 펼치고 있다. 편의점도 독특해야 살아남는 시대가 된 것이다.

 

세븐일레븐은 롯데하이마트와 손잡고 ‘홈케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제공=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은 롯데하이마트와 손잡고 ‘홈케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제공=세븐일레븐

집 구매에 홈 케어까지…탈 편의점 가속화

CU는 올해 설을 맞아 업계 최초로 ‘이동형 집’을 설 선물로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화장실, 거실, 침실, 주방으로 구성된 복층 고급형은 1595만 원, 주방·화장실·거실로 구성된 단층 고급형은 1045만 원, 단층 실속형은 935만 원이었다. 

비교적 저렴한 물건만 판매한다는 편의점에서 1000만 원이 넘는 집을 판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과연 팔릴까’ 의문을 가졌지만, 주말 농장의 작은 쉼터를 구하고 있던 고객이 실제 구매까지 하면서 CU의 ‘파격 실험’은 성공했다. 

세븐일레븐은 최근 롯데하이마트와 손잡고 ‘홈케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이마트 소속 전문가가 클리닉 장비를 갖추고 고객 가정을 방문해 가전, 침구 등을 관리해 주는 토탈 관리 서비스다. 서비스의 신청 창구로 1만5000여 개의 세븐일레븐 점포를 활용할 수 있다. 

세탁기부터 에어컨, 주방 후드, 냉장고 등 11가지 품목 관리를 4만~20만 원대로 받을 수 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쾌적하고 위생적인 생활공간에 대한 니즈가 점점 커지고 있어서 해당 서비스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구찌, 버버리, 생로랑 등 고급 브랜드 제품을 사려면 복잡한 백화점에 가지 않아도 된다. GS25는 지난해 말 업계 최초로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GS25 파르나스타워점에 명품 판매대를 도입했다. 그동안 카탈로그를 통해 억대 고급 요트와 수입자동차, 순금 등을 판매한 것에서 발전해서 판매대를 직접 편의점에 들여온 것.

GS25 관계자는 “매년 증가하는 프리미엄 고가상품 매출과 축적된 판매데이터를 통해 고객들의 명품 구매에 대한 니즈를 확인했기 때문에 (해당) 이벤트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마트24 매장에서 배달원이 상품을 건네받고 있다. 사진제공=이마트24
이마트24 매장에서 배달원이 상품을 건네받고 있다. 사진제공=이마트24

불붙은 ‘속도 전쟁’, 집 앞까지 배달한다

최근 편의점업계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서비스는 바로 ‘배달’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소비자들의 비대면 소비 문화가 늘어나자 편의점들도 배달에 뛰어들었다. 

편의점업계는 전국구로 퍼져있는 매장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도보 배달, 오토바이 배달 등 다양한 방법으로 ‘라스트마일’ 서비스를 실천하고 있다. 

이마트24는 지난해부터 전국 50여개 점포에서 시범운영했던 배달서비스를 올해 1500개 점포로 확대한다. 특히나 업계 최저 수준의 배달료와 차별화된 상품으로 편의점 배달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1만 원 이상 주문 시 배달이 가능하며, 배달료는 이마트24를 떠올릴 수 있도록 2400원으로 책정했다. 배달가능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밤 11시까지다. 

상품도 다양하다. 이마트 자체브랜드(PB) 상품인 피코크 가정간편식을 비롯해 초저가 민생시리즈, 스무디킹 제조음료 등 총 450종의 상품을 배달한다. 

업계 1, 2위를 다투는 CU와 GS25는 지난 2010년부터 일부 지역에서 배달 서비스를 해왔으며,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배달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GS25와 CU는 각 5000여개 점포에서, 세븐일레븐은 약 3600개 점포에서 배달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특히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지난해 8월 ‘우리동네딜리버리(우딜)’를 론칭해 배달 사업 확대를 예고했다. 이달 말부터는 GS25, GS더프레시에 이어 BBQ 까지 영역을 확장해 치킨 배달을 예고했다.

월간 이용자수가 4600만명에 이르는 카카오톡과의 제휴도 한창이다. CU와 세븐일레븐은 지난달 카카오톡 주문하기와 제휴했고, 다음 달부터는 전국 점포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배달의 편리함을 경험하게 된 소비자들이 많은 만큼, 앞으로도 계속 배달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편의점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로 지난해 모든 편의점들이 배달 수요가 늘면서 매출이 증가했다”며 “이젠 빠른 배달과 더불어 어떤 상품을 배달하느냐도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왼쪽)CU의 PB '헤이루'가 출시한 업계 최저가 즉석밥-GS25의 PB '유어스'와 모나미와 함께 만든 '유어스 모나미 매직' 음료. 사진제공=각 사
CU의 PB '헤이루'가 출시한 업계 최저가 즉석밥(왼쪽)과 GS25의 PB '유어스'와 모나미와 함께 만든 '유어스 모나미 매직' 음료. 사진제공=각 사

PB제품·컬래버 상품으로 차별화  

지난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CU의 전국 점포 수는 1만4923개다. GS리테일 역시 1만4688개로, 불과 200여개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편의점업계는 독특한 제품으로 차별성을 높이기 위해 신제품 출시에 열을 올릴 수 밖에 없다.

특히 ‘가심비(가격 대비 성능을 중시하는 가성비에 심리적인 만족감까지 중요시하는 상황)’를 중요시하는 주 고객층 10대~30대를 위해 PB 상품을 개발하거나 이색 컬래버레이션 제품 출시에 한창이다. 

대표적으로 CU는 ‘헤이루(HEYROO)’, GS25는 ‘유어스(YOU US)’, 세븐일레븐은 ‘세븐셀렉트’, 이마트24는 이마트 자체 PB ‘피코크’와 ‘노브랜드’ 등의 상품을 판매한다.

최근 CU는 업계 최저가인 단돈 990원에 백미 즉석밥 PB상품을 선보였다. 일반적으로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껌의 가격이 1000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껌보다 저렴한 즉석밥이 탄생한 것이다.

(왼쪽)CU와 대한제분이 손잡고 만든 수제맥주 ‘곰표밀맥주’-말표산업과 손잡고 만든 ‘말표흑맥주’. 사진제공=CU
CU와 대한제분이 손잡고 만든 수제맥주 ‘곰표밀맥주’(왼쪽)와 말표산업과 손잡고 만든 ‘말표흑맥주’. 사진제공=BGF리테일

그동안 PB상품은 저렴하지만 품질은 좋지 않은 제품들이라는 인식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홍보 효과와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전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편의점을 방문하면 어디선가 본 듯한 제품들이 음식으로 탄생해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GS25는 문구기업 모나미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해 ‘유어스 모나미 매직 블랙 스파클링’과 ‘유어스 모나미 매직 레드 스파클링’ 음료를 선보였다. 모나미의 대표 문구류 상품인 ‘모나미매직’의 정체성을 음료에 담아낸 상식 파괴 상품이라는 게 GS25의 설명이다.

식품업체 대상과 GS25가 손잡고 6개월간 개발한 ‘미원맛소금 팝콘’은 PB 과자 50여종 가운데 1위를 차지할 만큼 인기다. ‘미원맛소금’의 서체와 디자인을 그대로 살렸다.

CU가 대한제분과 함께 선보인 수제맥주 ‘곰표밀맥주’와 말표산업과 협업한 ‘말표흑맥주’는 불티나게 팔린다. 특히 말표흑맥주는 단기간에 누적 판매량 100만개를 돌파한 데 이어 오비, 칭따오 등을 제치고 전체 맥주 매출 4위에 오르기도 했다.

CU 관계자는 “CU에서 판매하는 상품들은 다른 편의점에서도 살 수 있기 때문에,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차별성을 높이고자 다각도로 검토하는 가운데서 탄생한 제품과 서비스들”라며 “이제 편의점이 물건만 파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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