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XR기기 출하량 1000만대 규모, 2026년엔 6000만대
AR보다는 VR이 먼저 시장 성장할 것
"2011~2012년 4G 투자 당시 과실은 네이버 카카오 등이 가져가"
5G 시대, 통신사 역시 콘텐츠 수익 필요
게임 등 VR 콘텐츠 시장 성장은 게임사가 주도할 가능성 커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다수 시장조사기관이 올해를 확장현실(XR) 성장 원년으로 전망하지만 이동 통신3사의 XR 사업에 대한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통신3사는 XR을 위한 필수적인 5세대이동통신(5G) 인프라 투자를 하는데; 관련 콘텐츠 수익은 게임사 등 콘텐츠 제작사가 가져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8일 “시장 조사 기관마다 추정치는 다르지만 올해 본격적으로 VR(가상햔실), AR (증강현실)등 시장 성장이 시작될 것으로 본다”며 “AR와 VR은 초저지연성이 중요한데 관련 5G 통신 인프라도 갖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신 VR기기는 4K 영상을 구현한다. 현재 최대 12K 수준의 영상 구현 기술도 개발 중이다.
일반적으로 8K 영상 해상도가 4K보다 4배 높다. 현재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에서 볼수 있는 최고화질이 4K 수준이다.
8K 수준의 게임이나 영상을 시청할 때 소비하는 데이터가 4K 보다 최소 4배 이상 많은 셈이다.
SKT에 따르면 AR∙VR 앱 이용자들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다른 SKT 가입자보다 3배 많다.
통신3사가 앞다투어 5G 킬러 콘텐츠로 XR 콘텐츠에 투자하고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이유다.
4G의 열매는 유튜브·네이버·카카오가
통신 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3G에서 LTE라 불리는 4G로 넘어가던 2011~2012년의 경험 때문이다. 4G 전국망 설치를 위해 투자 통신3사가 20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지만 막상 LTE 시대의 승자는 네이버, 카카오, 유튜브 등 콘텐츠 사업자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통신사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투자한 통신 인프라 위에서 돈 벌어간 건 카카오였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통3사가 5G 전국망을 구축에 약 28조원을 투자할 것으로 추정한다. 5G 전국망 구축을 위해 3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한 뒤에도 매년 데이터 트래픽(사용량) 확대에 따른 장비 추가와 유지 보수에 수조원 규모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통신사가 5G 상용화에 맞춰 단순히 콘텐츠만 전송하는 ‘덤 파이프(Dumb Pipe·단순 전송수단)’가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와 솔루션을 직접 제공하는 ‘스마트파이트(Smart Pipe)’가 되려는 이유다.
다른 통신사 VR 기기 호환 어려운 사정
문제는 4G 이후의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VR·AR시장은 관련 기기와 콘텐츠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발전한다. AR 기기의 경우 다양한 일상 속에서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안경 형태의 독립된 기기 형태가 필요하다.
시장에서 게임 등에서 활용하는 VR 시장 성장세가 AR보다 먼저 시작될 것이라 예측한다. VR시장 중에서도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보이는 분야는 게임 콘텐츠다.
이진만 SK증권 연구원은 “게임 분야에서 VR의 성장세는 분명하지만 먼저 하드웨어 시장의 정리가 필요하다”며 “통신사가 본격적으로 VR을 통한 수익을 내려면 하드웨어 시장이 정리된 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XR 기기 시장 점유율은 오큘러스 53.5%, 소니 11.9%, HTC 5.7% 순이다.
오큘러스는 페이스북이 만든 VR 브랜드로 자체 게임 플랫폼을 갖췄고, 소니역시 플레이스테이션과 연동해 점유율을 늘렸다.
대만 업체 HTC는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Steam) VR 게임을 할 때 사용할 수 있다.
SKT는 오큘러스를 국내에 독점 판매하고 KT와 LG유플러스는 VR기기 제작사 피코(PICO)와 협력해 자사 전용 제품을 출시했다. 각사가 판매하는 기기로는 다른 통신사의 VR 콘텐츠를 즐길 수 없다.
아직 기존 게임에 비해 콘텐츠가 부족함에도 13만원~45만원에 달하는 VR 기기를 구입하면 한정된 콘텐츠만 이용이 가능하다. 이미 시장에는 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살수 있는 저렴한 VR 기기가 여럿 출시된 상황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하나의 VR 기기로 다른 통신사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하면 각사의 5G 가입자 유인 요인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전국망 구축에 맞춰 5G 가입자 유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현재 판매 정책의 변경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5G시대 카카오는 게임사가 될 수도
이렇다보니 즐길만한 콘텐츠도 적다. ‘대작’게임이 나와야 VR기기 사용자도 늘고 관련 부품 공급량이 늘어 가격도 떨어진다. 통신사별로 나눠져 있는 VR 콘텐츠 시장에 선제적으로 도전하려는 게임사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포켓몬고가 AR게임의 흥행성을 입증했듯 VR게임이 나와야 하는데 통신사에서 만들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흥행 게임이 나오면 통신사는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나는 혜택 정도를 누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신사별로 나눠져 있는 국내 시장보다는 스팀, 오큘러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등 글로벌 게임 플랫폼에서 대작 게임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XR콘텐츠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통신사 예상보다 VR 볼륨(매출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지 않다보니 관련 예산을 줄이는 경우도 있다”며 “일정 기간 투자가 지속되어야 좋은 콘텐츠가 나오는데 통신사의 판단에 따라 투자금액이 들쭉날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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