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쿠·카’ 발 뺀 이베이코리아, '몸값 5조원'으로 보기 힘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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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쿠·카’ 발 뺀 이베이코리아, '몸값 5조원'으로 보기 힘든 이유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3.18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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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입찰 16일 마감…총 7~8개 기업 참여
'5조' 비싸다는 시각 "시장점유율 낮아"
이베이코리아의 '카뱅' 지분, 매각시 제외
경쟁은 갈수록 '치열'…낮은 글로벌 확장성
이베이코리아가 지난 16일 오후 6시 예비 입찰을 마감한 가운데, 롯데, 신세계(이마트), SK텔레콤, MBK파트너스 등이 참여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이베이코리아가 지난 16일 오후 6시 예비 입찰을 마감하고 본격적인 인수전에 들어섰다. 외형상으로는 7~8개 업체가 예비입찰에 응하면서 흥행가도를 달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오버 밸류에이션(평가가치가 실제 가치를 넘어서는 현상)’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의 예비 입찰에는 기존에 알려진 롯데, 신세계(이마트) 등 유통 대기업과 이커머스 업체 11번가의 최대주주 SK텔레콤, 홈플러스 대주주 MBK파트너스 등이 참여하며 이베이코리아 인수 의사를 밝혔다. 

이밖에도 동남아 기반 직접구매 플랫폼 큐텐(Qoo10)과 알려지지 않은 곳까지 총 7~8개 정도의 기업이 입찰에 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유력 인수자로 꼽혔던 네이버, 카카오, 쿠팡은 예비 입찰에 불참했다. 

당초 이들 업체가 인수전에 뛰어들려고 했던 이유는 160조원이 넘는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을 잡기 위해서다. 이베이코리아는 현재 네이버, 쿠팡에 이어 시장점유율 3위에 랭크돼 있긴 하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과연 ‘5조원’이라는 가격이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베이코리아 실적 추이. 자료=이베이코리아

낮아지는 시장점유율…“쿠팡과는 달라”

이베이코리아는 한국 이커머스 생태계를 만든 입지적인 기업으로 불린다. 지난 2000년에 설립돼 2001년에는 옥션을, 2009년엔 G마켓을 인수하며 국내 오픈마켓 시장 절반을 점유했다. 

실적 또한 견고하다. 쿠팡, 티몬, SSG닷컴, 롯데온, 마켓컬리 등 많은 이커머스 업체들이 외형 확대에 따른 지속된 투자로 조 단위의 누적 적자를 안고 있는 것과 달리 이베이는 2005년 연간 기준 흑자를 달성한 이래 16년간 연속으로 흑자를 내고 있다. 

'매년 이익을 내고 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 하지만 성장성 측면에서 봤을 때는 약점이 없는 게 아니다. 이베이코리아의 현재 이커머스 시장점유율 12%다. 지난 2016년 독보적 1위인 18%에서 6%포인트나 떨어졌다. 그 사이 네이버는 7%에서 17%로, 4%에 불과하던 쿠팡은 13%로 성장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 또한 매해 성장세가 더디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매년 20%이상 성장하는 반면 이베이코리아의 영업이익률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10년 영업이익률 20%를 정점으로 매년 하락해 지난해엔 5.5%로 떨어졌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온라인 유통시장은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지 않으면 구조적으로 이익을 내기 힘든 완전경쟁시장이다”며 “이베이코리아의 시장점유율은 2020년 기준 10% 내외로 파악되고 있어서 기업가치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어 “절대적 시장점유율에 기반한 막대한 트래픽이 현금창출의 ‘줄기세포’와 같은 역할을 하는 건데 그 시장점유율이 흔들리고 있다면 (이베이코리아에) 주가매출비율(PSR)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뉴욕증시 상장과 동시에 시가총액 100조 원을 찍은 쿠팡과는 별도로 시장에서는 오픈마켓을 이커머스와 따로 봐야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은 OTT, 라이브커머스, 배달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서 플랫폼 성격이 강하지만 이베이코리아는 중개업자로서 사실상 급변하는 시장 판도에서 뻗어나갈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베이코리아의 인수전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몸값 5조원이 비싸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진=이베이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보유중인 카카오뱅크 지분은 미국 본사가 가져가

이베이코리아가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뱅크 지분을 미국 본사가 가져간다는 점 역시 딜에 다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난 2016년 카카오뱅크 설립 당시 120억 원을 출자해 초기 자본금 3000억 원 중 4%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후에도 2017년, 2018년 두 번의 유상증자에 200억 원씩 추가 출자했다. 

투자금액만 총 520억 원으로, 이베이코리아가 단일 기업에 500억원 이상 투자한 곳은 카카오뱅크가 유일하다. 투자 의사는 이베이코리아가 직접 내리고, 본사에 제안해 승인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에는 카카오뱅크가 외부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1주당 액면가 대비 4.5배의 가치가 올랐다. 당시 유상증자에 참여한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기존 주주들이 기업가치를 8조5800억 원으로 인정했다. 현재 증권업계는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를 약 10조 원 이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가 보유한 카카오뱅크 지분가치는 4000억 원에 달한다. 초기 투자 원금 대비 8배에 가까운 평가수익을 올린 셈이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만큼, 가치가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베이 본사는 이러한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이번 이베이코리아 매각에서 카카오뱅크 지분은 제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이베이코리아가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뱅크 지분이 매각 대금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카카오뱅크 지분 3.74%가 매각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셈법이 복잡해졌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을 인수합병(M&A)할 때는 기업의 재무적 평가, 비재무적 평가, 성장가능성, 현금 가치 창출 능력 등 다양한 요소를 살펴 본다”며 “이베이코리아 자체는 성장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가 없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카카오뱅크 지분으로 충분히 원매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는데 그 프리미엄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쿠팡의 유료 멤버십 비교. 자료=각 사
네이버와 쿠팡의 유료 멤버십 비교. 자료=각 사

제한적인 글로벌 확장성은 약점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업체 수도 많고 국내 굵직한 기업들의 참여도도 높아 경쟁이 치열하다. 배송 속도·상품 다양화 등 고객들을 ‘록인(Lock-in)’할 수 있는 전략을 만드는데 사활을 거는 이유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난 2017년 업계 최초로 유료회원제 ‘스마일클럽’을 실시해 연회비 이상의 혜택을 제공하며 회원 수 300만 명까지 끌어 모았지만, 최근 배달 음식 할인쿠폰 가격을 축소하는 등 기존의 장점을 잃어가고 있다. 

반면 네이버의 유료멤버십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은 4900원 월정액임에도 포인트 적립, 콘텐츠 무료 이용 등 확장 서비스로 출시 1년도 안 된 현재 가입자 수가 250만 명에 달한다. 

최근엔 CJ ENM과 연계한 OTT서비스 ‘티빙’ 이용권 제공에 이어 올해 로레알, 아모레퍼시픽, 대한항공 등 다양한 기업의 고유 멤버십과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을 연계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쿠팡의 확장세는 더욱 무서운 수준이다. 월 2900원만 내면, 어떤 상품이든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료 반품이 가능하고, 물건 한 개만 주문해도 배송비가 들지 않는다. 로켓배송은 더욱 빨라지고, '쿠팡플레이' OTT 서비스도 제공받을 수 있다.

시장점유율 1위인 네이버가 오픈마켓 사업 모델과 비슷한 방식으로 쇼핑 부문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이베이코리아로서는 부담스럽다. 압도적인 플랫폼 파워를 토대로 이커머스 사업을 확장해 나갈수록 이베이코리아의 존재감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현재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등록돼있는 소상공인(SME)는 42만 명에 달한다. 반면 이베이코리아는 내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수치로 30만 명 이상이지만, 셀러의 이탈이 빨라지고 있다는 업계의 이야기는 무시하기 힘들다. 1등 G마켓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반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서용구 교수는 “고객들이 느끼기에 쿠팡이나 네이버 대신 옥션, G마켓을 쓰면서 느끼는 강점이 뚜렷했다면 충성 고객을 많이 만들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중독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계속 다른 기업들에게 고객을 뺏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네이버와 쿠팡은 현재 글로벌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내부적으로도 많은 도전을 하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한성숙 대표가 직접 “올해 반드시 국내 동대문 스마트 물류의 글로벌 연결을 성사시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범석 쿠팡 의장 역시 상장 직후 진행한 인터뷰에서 “장기적으로 쿠팡이 보여준 ‘K커머스’ 모델을 수출해보고 싶다”고 입장을 드러냈다. 동남아 시장의 진출 로드맵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베이코리아는 구조적으로 글로벌 확장성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애초에 미국 기업 이베이 본사가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한 구조이기 때문에, 내수용인 이베이코리아가 네이버나 쿠팡처럼 플랫폼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기 어렵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베이가 이베이코리아를 매각하는 이유는 경쟁력을 확대시킬 수 있을까 하는 의문점이 들었기 때문”이라며 “인수가 가능한 기업이 제한돼 있고, 현재 국내 온라인 시장의 구조를 감안할 때 흥행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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