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쌓이자 가격 하락 조짐 보여...신고가 반토막에 거래돼
집값 폭락은 아니지만 보합 또는 다소 떨어질 전망
[오피니언뉴스=안은정 기자] 공시가격 인상 직후 수도권 아파트 매물이 일제히 증가했다. 공시가격 상승으로 세 부담이 느낀 다주택자들이 급하게 처분한 ‘절세 매물’에 더해 양도세 중과세 적용 시점이 빠르게 다가오면서 당분간 매물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부동산 거래가 대폭 감소하고 집값 상승폭이 둔화하면서 신고가 아파트 비율이 줄어드는 추세다. 이달 들어 종전 신고가보다 절반 낮은 가격에 매매된 아파트도 등장했다. 집값이 급등했던 지난해와 달리 부동산 시장이 서서히 안정세를 찾아가는 흐름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18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물은 29만7314채였다. 지난달 18일 21만164채 보다 14.27% 늘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같은 기간 3만9864채에서 4만5722채로 14.6% 증가했다.
무엇보다 ‘공시가격 인상(안)’이 발표된 16일 이후 3일 동안 서울의 아파트 매물이 1043건 늘었다.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이 증가한 것이다. 서울에 이어 경기는 1563건 늘어 3위를 차지했다.
공시가격이 19.08% 오르면서 보유세가 늘어나자 ‘세금 회피 매물’이 나온 것도 매물이 쌓인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부터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를 비롯해 다주택자들은 최대 1000만원이 넘는 보유세를 내야 한다.
‘쇼크’ 수준으로 오른 공시가격과 함께 6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율이 최고 75%까지 늘어나면서 절세 매물은 앞으로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계약부터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최대 3개월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4월까지 처분해야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는 까닭이다.
아파트 매물이 늘어나면서 가격도 서서히 안정세를 찾아가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실제로 종전 신고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가 되고 있는 아파트도 존재한다.
국토교통부 아파트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 전용면적 84.83㎡은 1월 23일 21억8000만원에 거래됐으나 8일 20억5000만원에 팔렸다.
청담동 '청담자이' 전용면적 89.115㎡는 종전 신고가 35억원에 견줘 3억5000만원 떨어진 가격에 손바뀜했다.
학군지가 몰려 새학기 수요가 몰리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43㎡는 지난달 9일 24억원에서 이달 2일 23억2000만원에 매매됐다.
지난해 풍선효과로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에서도 가격이 하락한 아파트가 늘고 있다.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판교푸르지오그랑블' 전용면적 103.96㎡ 는 신고가 21억5000만원에서 지난달 25일 20억3000만원에 매매됐다.
부산시 해운대구의 경우 3월 거래된 아파트 중 신고가는 전체의 35%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집값이 대폭 하락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보합세를 유지하거나 가격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아파트값이 워낙 크게 올라 조정될 시기가 머지 않았다는 뜻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부동산 시장에 관망세에 접어들었고 거래 절벽인 상황에서 집값이 급등하는 상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체적으로 보합세이거나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데 호가가 워낙 많이 올라서 조정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아파트값이 폭락하는 상황까지는 아니더라도 작년처럼 ‘오버슈팅’되고 불안한 시장 상황이 점점 안정을 찾아가는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오피니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