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영향력] ①시장 중심에 선 연준...금리 동결한 진짜 의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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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영향력] ①시장 중심에 선 연준...금리 동결한 진짜 의도는?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3.18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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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FOMC서 "장기간 완화적 통화정책 유지하겠다" 기존 입장 재확인
강한 경제 성장 전망 속에서 금리 동결한 배경은 파월의 주시하는 고용시장 데이터
경기 성장 이어질수록 연준의 과제는 더욱 어려워질 듯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강한 경제성장을 전망하면서도 장기간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사진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연합뉴스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강한 경제성장을 전망하면서도 장기간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사진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은 장기간 완화적 통화정책을 이어가겠다며 기존의 입장을 유지했다.

미국의 강한 경기성장을 전망했고, 실업률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제로(0) 수준의 금리는 2023년까지는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경기는 빠르게 성장하겠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이날 파월의장은 서로 반대되는 두 가지 이슈 사이에서 쉽지 않은 줄타기를 완벽하게 해내며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경기가 회복될수록 연준에 가해지는 압력 역시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완벽하게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파월 의장의 '일관성'에 시장은 안도

CNN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포트폴리오 분석가들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코로나19는 2020년 2월 이후 처음으로 시장의 가장 두려운 존재에서 벗어났다"며 "이제 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위험요인은 인플레이션"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미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주식시장은 미 국채금리 상승 여부에 따라 울고 웃었고, 파월 의장의 한 마디에 때로는 안도하기도, 때로는 실망하기도 했다.

국채금리 상승에 대한 연준의 반응과 대응이 시장의 움직임을 좌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FOMC는 더욱 관심이 집중됐다. 앞서 파월 의장은 수차례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시장은 의구심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역시 파월 의장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었다.

기준금리는 동결했으며, 2023년까지 금리를 제로에 가깝게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매월 1200억달러 규모의 자산 매입도 지속할 방침임을 밝혔다.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 시기에 관한 질문에서도 "논할 시기가 아니다"며 일축했다. 

파월 의장의 시각은 한결같았으나, 시장의 불안감을 크게 덜어냈다는 점에서 곳곳에서 찬사가 쏟아졌다. 

CNBC는 "파월은 시장에 혼란이 있을 때 시장을 진정시키는 마에스트로"라고 평가했다. 마켓워치는 "파월이 의사소통에 대한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했다"고 호평했다. 마이클 애론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어드바이저의 최고투자전략가(CIO)는 "투자자들에게는 완벽한 시나리오였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FOMC 결과 발표 이후 시장은 안정세를 보였다. 장 초반 한 때 1.68% 부근까지 올라섰던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이후 1.6% 초반까지 하락하며 진정되는 양상을 보였고, 한 때 1.4%까지 빠지던 나스닥 지수는 낙폭을 줄이며 상승세로 방향을 틀었다.

파월 의장은 시장의 우려에도 흔들리지 않고 소신을 이어갔으며, 이것이 투자자들을 안도시키고, 시장이 연준에 대한 신뢰를 갖게 만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파월 의장은 지금까지 일관성있는 목소리를 냈다"며 "이러한 기조가 3월 FOMC 회의에서도 유지되면서 금융시장에 신뢰를 줬을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이날 파월 의장은 미 경제에 대한 강한 낙관론을 피력하기도 했다. 연준은 미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존 4.2%에서 이날 6.5%로 무려 2.3%포인트 대폭 상향조정했다.

지난 2월 6.2%를 기록했던 실업률은 연말에는 4.5%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 역시 기존 5% 전망에서 낮아진 것이었다.

올해 물가상승률은 기존 1.8%에서 2.4%로 오를 것으로 예상했으나 2022년에는 2%, 2023년에는 2.1%로 둔화돼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흐름일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통과된 1조90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전망을 상향조정하는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해석되는 가운데, 이같은 낙관적인 경제전망은 투자자들이 현재의 국채금리 수준을 용인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박 연구위원은 "미 연준이 강한 성장 사이클 가능성을 분명하게 확인시켜줌으로써 금융시장이 현 금리 수준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지 않았나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경제성장 속에서 금리 동결 왜? "광범위한 고용 데이터"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의구심을 제기한다. 이토록 강한 경제성장을 예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23년까지 금리를 동결하겠다는 연준의 방침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시장에서도 1.6% 초반까지 내려왔던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장 마감 시 1.6% 중반까지 올라서서기도 했다. 시장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감을 완전히 떨쳐내지는 못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하면서도 금리를 장기간 동결하겠다는 연준의 '아리송한' 정책과 관련해 일부 언론은 고용시장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고용시장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흑인 실업률과 저소득층 임금 증가율, 대학 학위가 없는 이들의 경제 참여율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이 언론은 "이러한 접근 방식은 전 연준 의장이었던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접근방식에서 진화한 것"이라며 "파월 의장이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는데 더 오래 걸리는 범주들에 집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연준은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인하했고, 이후 2015년 12월 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당시 미국 전체의 실업률은 기존 10%에서 5%대로 회복했으나, 흑인 실업률은 9.4%로 여전히 높았다는 것. 전체 실업률과 흑인 실업률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에는 파월 의장이 소득 하위 25%의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률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이들의 임금 상승률이 코로나19 이전에는 12개월 평균 4.7%였던 데 비해 가장 최근 데이터인 올해 1월까지의 상승률은 4% 수준이라는 것. 

대학 학위가 없는 이들의 경제 참여율은 지난달 기준 54.7% 수준인데, 코로나19 직전인 2020년 2월에는 58.3% 수준이었음을 감안할 때 여전히 부진하다는 것이 이 언론의 설명이다.

코로나19 시대 일자리 감소는 흑인들, 저소득 노동자들, 대학 학위가 없는 이들의 회복을 더욱 더디게 만들었는데, 이들이 일자리 찾는 것을 포기하면서 실업률에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파월 의장 역시 이를 주시하면서 고용시장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인식 아래 장기간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이어갈 필요성이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파월 의장이 이같은 통계에 더 많은 비중을 둔다는 것은 미국이 파월 의장의 '완전고용'에 대한 정의에 도달하는 데에 기존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경제 전망 변화. 자료=하이투자증권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경제 전망 변화. 자료=하이투자증권

경기 회복될수록 연준의 과제는 더욱 어려워질 듯

시장은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경제지표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연준과 시장의 단절을 해소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투자자들은 안도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으나, 경기회복이 가속화될수록 인플레이션 우려를 떨쳐내기란 쉽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의 올해 과제 중 하나는 경기가 회복되고 인플레이션이 살아나더라도 완화적 정책을 고수할 것임을 투자자들에게 설득시키는 것"이라며 "광범위한 백신 접종이 이뤄질수록, 미국인들이 코로나19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수록 연준이 직면한 과제는 점전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 역시 "이번 회의에서 회피된 많은 질문들은 앞으로 몇달동안 지속될 것"이라며 "6월 FOMC 회의는 파월 의장에게는 오늘보다도 더 어려운 회의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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