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대박에 손정의 회장도 재조명...1년만에 지옥에서 '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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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대박에 손정의 회장도 재조명...1년만에 지옥에서 '천당'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3.12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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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회장, 쿠팡에 30억달러 투자
쿠팡, 뉴욕증시 상장 330억달러 수익
그린실 파산신청 등 모든 투자기업들 성공하진 못해
쿠팡이 뉴욕증시에 화려하게 상장하면서 쿠팡에 30억달러를 투자했던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도 재조명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쿠팡이 뉴욕증시에 화려하게 상장하면서 쿠팡에 30억달러를 투자했던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도 재조명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쿠팡이 뉴욕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하면서 쿠팡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소프트뱅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불과 1년전인 지난해 3월 일본기업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던 소프트뱅크는 지난해말 '도어대시'에 이어 '쿠팡'까지 대박을 치면서 이제 좋은 수확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쿠팡이 적자를 이어가던 시기에도 그 가능성을 신뢰하며 꾸준한 투자를 이어갔던 소프트뱅크그룹 손정의 회장의 투자 성과 역시 재조명되고 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난해 회계연도 4분기(2020년 1~3월) 무려 1조4381억엔(약 16조5000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이는 일본 기업 사상 최대의 분기 적자였다.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는 세계 최대 공유 오피스 기업인 위워크에 대한 투자 실패에 이어 코로나19 위기까지 더해지면서 지난해 초 한 차례 위기를 맞이한 바 있다.

당시 해외 언론은 손 회장에 대해 '투자의 감을 잃은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내놓으면서 그가 이끄는 비전펀드의 위기를 주요 뉴스로 다루기도 했다. 

1년 만에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해 4~12월 연결 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6.4배 늘어난 3조551억엔(약 32조원)에 달해 창사이래 사상 최고의 실적을 거뒀다.

1년만에 최악에서 최고로 '반전 드라마'를 찍을 수 있었던 이유는 비전펀드가 투자했던 기업들이 잇따라 상장하면서 막대한 수익률을 안겼던 덕분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도어대시다. 미국판 음식배달 업체인 도어대시는 코로나19 기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고, 지난해 12월 뉴욕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도어대시의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는 2018년 초부터 비전펀드를 통해 총 6억8000만달러(약 7600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어대시 상장으로 소프트뱅크는 약 110억달러의 이익을 벌어들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소프트뱅크 측은 도어대시를 700억달러 이상의 가치로 평가하기도 했다.

부동산 거래 플랫폼인 오픈도어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데이터 제공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비전펀드는 지난 1월 초 기준 오픈도어의 지분 약 13%를 보유중이다. 지난해 말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을 통해 상장한 오픈도어가 주목을 받으면서 소프트뱅크 역시 투자액 대비 3배 수준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연이은 대박 행진에 쿠팡도 일조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5년과 2018년 당시 적자를 이어가던 쿠팡에 총 30억달러를 투자, 지분 37%를 취득하게 됐다.

쿠팡은 상장 첫날인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공모가 35달러 대비 41% 오른 49.52달러로 거래를 마감,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886억5000만달러(약 100조4000억원)를 기록했다.

30억달러를 투자한 소프트뱅크는 330억달러의 수익을 얻게 됐다는 해외 언론들의 평가도 이어졌다. 

쿠팡까지 대박 행진을 이어가자 손 회장의 지난달 말 기자회견 발언도 재조명됐다.

손 회장은 "비전펀드 출범 이후 황금알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며 "우리는 마침내 수확기에 접어들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랩 등 상장 앞둔 기업들도 많아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추가적으로 기대하고 있는 기업들도 많다.

동남아 1위 차량공유업체 그랩은 알터미터캐피털과 스팩 관련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8년 그랩에 최소 15억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그랩이 스팩을 통해 30~40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부동산 중개 서비스 업체인 컴패스는 지난 2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IPO를 신청, 곧 상장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해졌다.  소프트뱅크는 컴패스의 클래스A 주식 35%를 보유하고 있다. 

비전펀드가 투자한 중국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디디추싱 역시 이르면 올 하반기 상장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FT는 "비전펀드 미래를 밝게 해주는 부분이 적지 않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린실 파산신청 등 비전펀드 기업들 모두 성공 아냐

그러나 일부 언론은 소프트뱅크의 투자가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의 움직임은 2019년 위워크로 인해 부진했던 움직임을 뒤집는데 일조했다"면서도 "하지만 소프트뱅크는 여전히 포트폴리오의 문제와 씨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는 지난 2019년 그린실에 15억달러를 투자하고, 지난해 말 전환사채 형태로 최소 4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금융 스타트업 그린실은 한 때 4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도 했지만, 8일 파산보호 신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WSJ은 "비전펀드가 실적이 검증되지 않은 기업들의 잠재력만 보고 과감하게 베팅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 기업들 중 상당수가 IPO를 예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뜨거운 IPO 열기가 식을 경우 소프트뱅크의 수익 역시 반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모닝스타의 수석 주식 분석가인 댄 베이커는 "만일 IPO와 관련한 시장의 열기가 뜨겁다면 소프트뱅크는 괜찮은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반면 지난해 초 시장이 침체됐을 당시 우리가 보았던 것처럼 분위기가 바뀐다면 상당히 큰 반전을 불러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손 회장은 지난 1월 소프트뱅크 회장직을 내려놓고 비전펀드 등 그룹 전반의 투자 전략에 집중할 방침임을 전했다.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부사장이 오는 4월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승진하며, 손 회장은 '창업자 이사'가 된다. 손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글로벌 투자 및 전략 수립에 전념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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