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월가, 기술주 튀어오르자 "지금 팔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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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월가, 기술주 튀어오르자 "지금 팔아라"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3.10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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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 나스닥 4% 급등에 데드캣 바운스라는 시각 많아
월가 전문가들 "반등은 매도 기회"
인플레이션 우려 불확실성 해소 이전에는 기술주 반등 어려울 듯
미 월가 전문가들이 9일(현지시간) 미 기술주의 반등과 관련, 매도 기회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 월가 전문가들이 9일(현지시간) 미 기술주의 반등과 관련, 매도 기회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그간 고전을 면치 못했던 기술주가 지난 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폭등했다. 유독 부진했던 테슬라 주가가 20% 폭등한 것을 비롯해 애플과 페이스북 등 빅테크도 일제히 4%대 급등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기술주의 조정이 모두 끝난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을 조심스레 내보이고 있지만, 월가 전문가들은 '주가가 일시적으로 소폭 반등하는 데드캣바운스(dead cat bounce)'라고 평가하며 오히려 매도 기회로 삼으라고 조언해 주목된다. 

미 기술주 왜 올랐나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이날 4% 가까이 급등했다. 

CNN은 "어떤 기준에서 보더라도 4% 가까이 상승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특히 바로 직전일까지 최고점 대비 최소 10% 이상 하락한 나스닥 지수가 하루만에 4% 반등한 것은 더욱 놀라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날 기술주 반등에 대해 그간 매도세가 과도했던 만큼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테슬라의 경우 지난 1월 말 한 때 90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으나 바로 직전일인 9일 종가 기준 563달러까지 떨어졌다. 최고점 대비 주가가 40% 가까이 떨어진 만큼 저가 매수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애플 역시 2월 이후 직전일까지 10% 가량 빠졌으니 '충분히 떨어졌다'는 인식이 확산됐을 것으로 일각에서는 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월가 전문가들은 '기술주의 조정이 끝났다고 보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날 반등이 숏커버링에 의한 일시적인 움직임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주식 하락에 베팅한 공매도 투자자들이 포지션 청산을 위해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숏커버링'에 의해 상승세가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씨티그룹 분석가들 역시 "이같은 (기술주 반등) 움직임이 일시적인 것으로 판명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기술주의 반등 움직임에 대해 데드캣 바운스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면 죽은 고양이도 살짝 튀어오른다는 뜻의 '데드캣 바운스'는 주식시장에서는 주가가 급락한 후 일시적인 반등이 나타나는 현상을 뜻한다. 

이날 기술주의 반등 역시 일시적인 현상일 뿐 추가적인 조정 전망에는 변화가 없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는 것이다. 

밀러타박의 수석 시장 전략가 매트 말리는 "기술주 중 상당수는 단기적으로 과도하게 매도됐다"며 "따라서 이들이 좋은 반등을 보인다 해도 그것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요한 점은 이것이 지속될지, 아니면 데드캣바운스로 그칠지 여부다"고 강조했다. 

기술주에는 불리한 여건...반등 쉽지 않아

현재 시장을 둘러싼 환경을 감안할 때 기술주의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이 많다.  

이미 상원을 통과한 1조90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이번주 하원을 통과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경기회복 속도가 더욱 빨라짐과 동시에 재정 마련을 위한 국채 발행으로 인해 국채금리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제이스 오비 텍사스교직원연금(TRS)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인플레이션 경로가 불확실하게 유지되는 한 기술주에 대한 변동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시장에서 국채금리가 진정 양상을 보인 것은 미 재무부의 3년물 국채 입찰 수요가 예년보다 많았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10일 예정된 10년물 입찰과, 11일 예정된 30년물 입찰이다. 특히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시장 장기물 채권 금리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10년물 금리가 오르면 채권 시장 전반적으로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미래 성장 가능성을 반영해 고평가됐던 기술주들은 기업부채 부담이 커질 수 있어 기술주에는 상당한 악재로 작용한다. 

설령 10년물과 30년물 입찰에서 수요가 긍정적인 수준으로 나타난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경기회복이 진행될수록 인플레이션 부담을 떨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기술주의 반등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반등은 매도 기회"라는 의견도 나와

이같은 점을 감안할 때 기술주의 반등은 오히려 '매도 기회'라는 의견도 나온다. 

말리 전략가는 "딥(주식이 빠졌을 때)에 사지 말고, 바운스(반등시)에 팔아라"며 "투자자들은 반등을 매도의 기회로 삼아야한다"고 주장했다. 

과거 2000년 기술주들이 폭락했던 '2000년 닷컴버블 붕괴'가 재현될 정도는 아니지만 기술기업들에 대한 흐름이 바뀐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술주 대신 가치주에 대한 매수를 조언하기도 했다. 

증시 낙관론자로도 유명한 제레미 시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경제 재개장 속에서 빅테크와 고성장주는 단기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들은 앞으로 6~12개월간 우수한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장기채권 금리가 여전히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금리가 상승할 때 이익을 보는 그룹을 선호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투자정보 매체 모틀리풀 역시 "경제 재개방은 많은 투자자들이 기술주에서 가치주로 옮겨가는 이유가 된다"며 "에너지와 은행 업종은 이제 막 회복하기 시작했고, 많은 투자자들은 그 회복이 뚜렷히지기 이전에 주가가 먼저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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