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왕국 사우디] '상어 화석' 찾아 떠난 사우디 사막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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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왕국 사우디] '상어 화석' 찾아 떠난 사우디 사막여행
  • 신승민 사우디아라비아 통신원
  • 승인 2021.03.13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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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만년전 바다 였다는 사우디 사막으로 떠난 고대화석 '탐사기'
인터넷엔 고대상어 '메갈로돈' 이빨 발견했다고 했지만
황량한 사막에 보이는 건 모래바람과 모래언덕 뿐...빈손으로 끝나
"다음에 다시 도전할 것"...사우디인 학생들은 재밌다고 웃기만
신승민 사우디아라비아 통신원
신승민 사우디아라비아 통신원

[오피니언뉴스=신승민 사우디아라비아 통신원] 필자는 7살, 9살 아이를 두고 있는 평범한 아빠다.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의 아버지라면 누구나 주말에 아이들과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고민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코로나 확산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지금,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하기가 조심스럽기만 하다.

수천만년전 바다였던 사우디의 사막

“사막에 가면 오래된 화석들이 많이 발견되니, 가는 사람마다 하나씩 들고온다 하더라”라는 지인 말에 지난 주말 아이들과 함께 마치 영화 '인디애나 존스'의 주인공 고고학자가 된 마냥 화석 탐사에 나섰다. 

사우디와 화석? 얼핏 생각하면 잘 어울리지 않는 관계라 하겠다. 그도 그럴 것이 사우디라는 곳은 광활하게 펼쳐진 사막이나 모래언덕(Dune)이 먼저 연상되기 때문일 터. 한반도 20배 크기의 면적중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은 5%에 불과하고, 반대로 95%의 땅은 사람이 살지 않거나 살기에도 힘든 곳이다. 단지 몇몇 회사의 프로젝트 캠프만이 사람의 흔적을 비추고 있을 뿐이다.  

사우디는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업무와 성지 순례 이유 외에는 방문자를 엄격히 금지하던 곳이기도 하다.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인적이 드물고 사람들의 손길이 닫지 않은 사막지역이 쉽게 만날 수 있다.  

인적 드문 사우디 사막에는 지금도 수 천만년 전 동물의 화석이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특히 수도 리야드를 중심으로 주변지역에서 약 2000~7000만년 전 바다를 형성했던 지역이라, 인근 국립 공원이나 사막에서 오래된 화석 들을 찾아내기가 어렵지 않다고 한다.

사우디 사막에서 발견되는 메갈로돈 이빨. 메갈로돈은 거대 상어의 조상이다. 사진= 구글
사우디 사막에서 발견되는 메갈로돈 이빨. 메갈로돈은 거대 상어의 조상이다. 사진= 구글

거대상어 조상 '메갈로돈의 이빨'을 찾아라

고대 화석 탐사를 계획한 후 인터넷을 뒤져보니 여기 지형에서 자주 발견되는 화석은 상어 이빨이라고 했다. 고대 거대 상어인 '메갈로돈'의 이빨이나 암모나이트등 다양한 고대 해양생물 화석을 채취한 사람들의 글도 볼 수 있었다. 향후 사우디 생활을 계획하고 있는 독자들을 위해 짧은 화석탐사 기행기를 공유하고자 한다.

아마도 사우디 모든 사막에 화석이 존재하기는 할테지만, 사람들이 주로 방문하는 곳은 수도 리야드에서 동쪽으로 약 160km 지점에 있는 “쿠라이스(Khurais)”라는 이름의 작은 도시 주변이다. 이 도시는 지난해 예맨 후티 반군의 드론 공격으로 석유 저장고가 폭발해 일주일 정도 큰 화재가 계속됐던 곳이기도 하다. 

필자가 사는 동부 도시 다란으로부터 약 280km 정도로 떨어진 이 곳까지는 왕복 6시간의 여정이었다. 거기까지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르면 되겠지만, 문제는 고속도로 옆 광활하게 펼쳐져있는 사막 어디가 정확한 화석 발굴 포인트인지를 알 도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짐을 꾸리고 떠난 여행에서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됐다.   

상어이빨 화석이 많이 발견되는 지역인 khurais의 위치. 사진= 구글 맵
상어이빨 화석이 많이 발견되는 지역인 쿠라이스의 위치. 사진= 구글 맵

아무 표시없는 사막...화석 찾기보다 길잃을까 걱정 

대부분 사우디 현지인의 안내를 받았거나 이전에 방문한 적이 있는 사람들과 동행하면 화석 발견 포인트에 도착하는건 크게 어렵지 않지만, 호기롭게 혼자 도전에 나선 필자는 도시를 20여km 남겨두고 말 그대로 막연한 감만 갖고 사막에 들어 가야 했다. 

동부 도시와 수도 리야드를 이어주는 메인 고속도로를 벗어나 중앙분리대와 가로등이 없는 도로에 일단 진입해야 했다. 주변에 오가는 차량은 컨테이너를 실은 커다란 트레일러, 양이나 낙타를 운반하는 트럭들이 대부분이었고 승용차는 거의 볼 수 없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던가? 그 날따라 바람이 매섭게 불었고 사막에서 날아오는 강력한 모래바람이 도로 중간 중간 모래언덕을 만들고 있었다. 인터넷으로 확인할 때, 화석을 채취한 블로거는 바람이 많이 불어 모래들이 걷힌 다음날 쉽게 화석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으니 필자와 가족들은 불어오는 모래바람에 오히려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

리야드에서 쿠라이스를 향하는 고속도로위에서 만난 담맘. 사진= 구글
쿠라이스를 향하는 리야드-담맘 고속도로 위에서 만난 트럭. 양과 낙타 등을 태우고 이동하는 트럭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사진= 구글

바깥풍경을 보니 Dune이라고 불리우는 모래언덕과 풍화작용으로 만들어진 버섯모양의 암석들이 즐비한 장소가 눈에 띄웠다. 조수석에 앉아 있는 아내에게 “여기가 어때?”라고 눈빛을 보낸 후 과감하게 자동차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어 사막길로 진입했다.

필자는 오프로드용 4륜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었지만, 이번처럼 실제로 오프로드를 다녀본 적은 없었다. 차량 구입후 처음으로 오프로드 기능을 이용해 길 없고 이정표도 없는 사막길에 들어선 것이다. 

사막에서 진입한 필자의 '험머' 차량. 길을 잃을까봐 고속도로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세웠다. 사진= 신승민 통신원
사막에서 진입한 필자의 '험머' 차량. 길을 잃을까봐 고속도로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세웠다. 사진= 신승민 통신원

여기저기 바위들과 모래언덕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사막 속으로 진입할수록 도로와 멀어지다가 등 뒤로 희미하게 고속도로의 전신주가 간신히 보이는 곳에 차를 멈춰세웠다. '사막엔 혼자가면 절대 조심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조언도 들었지만, 사막에 들어와보니 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혹 문제라도 생기면 안되겠다 싶어, 걸어서라도 도로에 도착할 만한 거리에 차를 세우고 본격적인 화석 찾기에 나섰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납작 엎드려 2시간이 넘도록 사막을 파고 뒤졌지만 화석이라할 만한 돌덩이 하나 발견못했다. '해변에서 바늘 찾기'라는 말 그대로였다. 저 광활한 사막에서 흙을 뒤져 화석을 찾는다는 것은, '바늘 찾기' 보다 더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졌다. 혹시 화석을 눈 앞에 두고 다른 돌들과 구분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첫 '사막에서 화석 찾기' 소동은 빈 손인 채로 끝났다.  

모래언덕을 넘어 화석찾기에 열중하는 필자의 가족. 사진= 신승민 통신원
지평선이 보이는 모래언덕을 넘어 화석찾기에 열중하는 필자의 가족. 사진= 신승민 통신원

결국 원하는 화석은 일절 찾지 못했고, 아이들은 맘에 드는 돌멩이만 잔뜩 주워왔다. 다음 번에 조금 더 적절한 포인트에 도달해서 고대 상어 이빨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필자가 가르치는 대학교의 사우디 학생들에게 화석을 찾으러 사막에 갔다는 것과 보이는 건 모래와 여기저기 굴러다니던 낙타똥 밖에 없더라고 얘기하니, 온라인 수업 너머 킥킥거리며 숨 넘어가는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 왔다.

찾는 이 없는 사우디 사막. 독자들중 운이 좋으신 분들이라면 사막 도전에서 오래된 화석뿐 아니라 운석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사우디의 가장 분들 주말을 이용해 사막으로 떠나는 화석 탐험을 계획해보시라.   

● 필자인 신승민 교수는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에서 학위를 마치고 2017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Dharhan(다란)에 위치한 king Fahd University Of Petroleum & Minerals(국립 킹파하드 석유광물 대학교) 체육학과 조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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