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치열한 ESG 경쟁… "이제는 전 산업계 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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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치열한 ESG 경쟁… "이제는 전 산업계 표준"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1.03.0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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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수익성보다 이미지 개선에 초점
올해 상반기 6개 금융사에서 3조1천억 채권 발행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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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글로벌 트렌드가 되면서 은행권에도 ESG 바람이 불고 있다. 은행권은 조직을 개편하고 ESG 채권을 발행하거나 관련 대출상품을 마련하는 등 관련 사업에 분주하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6개 금융사에서 발행됐거나 발행될 예정인 ESG채권 규모는 외화 포함 총 3조1000억원에 이른다. 

은행권 관계자는 "ESG채권의 경우 수익추구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이라는 목적의식이 확고하기 때문에 일반 채권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이 가능하다"며 "채권이 환경, 사회, 지배구조 개선에 사용되기 때문에 은행 관점에서는 ESG 관련평가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은행의 ESG 평가를 진행하는 곳은 신용평가사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전 분야 모두 A+를 받았다.

자료=각 사 취합
자료=각 사 취합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6일 5000억원 규모의 원화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후순위채권)을 발행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지원 등 ESG 분야에 사용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1월 20일 역대 네번째 ESG채권을 발행했다. 규모는 5억유로(약 6746억원)로 유로화 채권 투자자들을 공략했다. 하나은행은 올해를 ESG 원년으로 삼고 ▲플랫폼 ▲글로벌 ▲ESG 3가지를 경영 키워드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내달 초 ESG 인증등급 제도를 적용한 2000억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로부터 지속가능금융 인증등급 중 최고등급(ST1)을 받았다.

이번에 발행되는 채권은 지주사 설립 후 처음 발행되는 ESG채권으로 신종자본증권 형태로 발행됨으로써 그룹의 자본적정성도 개선될 전망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1월 26일 국내 시중은행 달러화 벤치마크 채권 중 역대 최저금리로 5억5000만달러 규모(약 6232억원) 외화 ESG 선순위 채권을 발행했다. 미국 5년물 국고채에 45bp(1bp=0.01%)를 가산해 쿠폰금리는 0.75%이며, 만기는 5년이다. 우리은행은 이번 채권 조달자금은 코로나19 피해기업 지원과 한국판 뉴딜 정책에 발맞춰 신재생에너지 개발, 일자리 창출 등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사업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IBK기업은행은 지난달 17일 한국신용평가로부터 ESG 인증 최고등급인 'SB1'을 받은 원화 중소기업금융채권을 발행했다. 채권 규모는 1조500억원으로 올해 국내 은행권에서 발행한 ESG채권 규모 중 가장 크다. IBK기업은행은 이번에 조달된 자금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활용할 예정이다. 

전북은행은 지난 3일 한국신용평가로부터 사회적 채권 가운데 최고 등급인 'STB1' 등급을 받은 7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이번 채권 발행으로 조달된 자금은 녹색금융 활성화를 위한 친환경 사업과 지역 중소기업, 소상공인 지원 등에 사용할 방침이다. 

이처럼 올해는 ESG가 전 금융권 핵심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채권 발행 관점에서 보면 ESG에만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기관들이 더 많이 참여하면 할수록 금리를 낮출 수 있다"며 "현재 ESG는 금융사뿐만 아니라 전 경영권의 화두이며 은행권뿐만 아니라 전 산업의 표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SG를 강조하는 추세에 대해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그린금융 등 환경보존이나 지속가능성,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목소리는 쭉 있어왔다"며 "다만 최근 들어 투자자들이 자금을 공급하면서 ESG를 표명한 쪽에 조금 더 호의적으로 투자를 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부터 있던 흐름이 최근 들어 가시화되고 있는 이유는 환경 문제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슈가 최근 더 심각해졌기 때문"이라며 "채권 발행 이외에도 은행들은 ESG 친화적이지 않은 기업에 대한 대출을 줄이거나 ESG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에 대출할 때 더 높은 점수를 부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 2일 1000억원 규모의 '그린론(Green loan)'을 출시했다. 그린론은 재생에너지, 전기차, 에너지 효율화 등 친환경 사업으로만 용도를 한정하는 대출이다. 하나은행은 그린론을 통해 재생에너지 생산을 위한 국내 풍력발전 프로젝트를 지원할 예정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ESG를 강조하는 최근의 흐름은 환경과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는 글로벌 트렌드와도 맞아떨어진다"며 "다만 발행된 채권이 실질적으로 ESG와 연결될 필요가 있으며, 이름만 ESG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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