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품귀, 노트북·PC이어 백색가전까지...'가격 상승'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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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품귀, 노트북·PC이어 백색가전까지...'가격 상승' 초읽기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1.03.08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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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반도체·MCU 등 반도체 단가 상승
MLCC 등 반도체 구동 돕는 콘덴서 단가도 상승
"글로벌 탑 5업체는 제품 가격 유지하며 수익성 나빠질 것"
"신제품 가격 설정시 반도체 상승분 반영될 수 있어"
반도체 패키징 가격 상승에 따른 추가 수익성 악화도 걱정
가전제품에 탑재하는 반도체 가격이 오르면서 가전 제품 단가 역시 상승할 수 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원자재, 제조, 후공정 등 반도체 밸류 체인 전반에서 가격 상승이 발생하면서 노트북과 PC에 이어 백색가전 제품 가격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기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 공급부족에 이어 제품 원가가 오르는 또 다른 요인까지 겹친 가전업계는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8일 “세트업체들이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라 재고 비축을 위한 구매에 나서면서 반도체 가격 상승이 되풀이 되는 양상”이라며 “TSMC에 이어 다른 파운드리 업체도 공급가격을 20~30% 올린다고 예고하면서 최종 소비재에 파급효과가 전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세트업체는 반도체를 포함한 각종 전기·전자부품을 이용해 자동차·생활가전 같은 완성품이나 주요부품을 제조하는 업체를 말한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거의 모든 가전제품에 쓰이는 전력반도체(Power Semiconductor), 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Micro Controller Unit, MCU) 등 시스템 반도체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의 원가 상승에 따라 백색 가전 역시 가경 상승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말한다. 

전력반도체는 전기 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해 직류·교류 변환, 전압, 주파수 변화 등의 제어처리를 하는 반도체다. MCU는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를 소형화해 가전 제품에서 주변기기를 제어하는 반도체로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전자렌지 등 다양한 가전 제품의 구동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MLCC는 회로에 전류가 안정적으로 흐르도록 제어한다.  

다양한 종류의 MLCC. 사진=삼성전기
다양한 종류의 MLCC. 사진=삼성전기

MLCC, MCU, 전력반도체 등 단가가 가전 제품 제조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지만, 없으면 완성품을 못 만드는게 문제다.

코로나19 이후 여파로 지난해 TV, PC 등 디스플레이 패널을 탑재한 제품과 백색가전의 소비가 크게 늘어났다. 올 상반기에도 TV, 노트북과 백색 가전의 수요 증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파운드리 호황으로 MCU 등의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가전 완제품의 공급 부족에 따른 판매가 상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 세트 업체 관계자는 “전자 제품의 종류가 워낙 많고 제품에 따른 반도체 수급상황이 모두 달라 딱잘라 말할 순 없다”면서도 “가전 제품 가격은 생산 원가뿐만 아니라 유통 단계에서 제품 가격 형성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판매가 상승 시기나 폭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일본 업체 등이 MLCC 가격을 인상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품 수요가 늘어나기도 하지만 5G폰에는 더 많은 제품과 고부가가치 제품이 들어가면서 단가가 오르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통상 스마트폰 한 대에 MLCC가 1000여개 들어가지만 5G 폰의 경우 탑재량이 더 늘어난다. 최근 가전제품 수요가 늘면서 MLCC 수요 상승에 대한 가격상분에 더해 탑재량 증가, 성능 향상에 따른 가격 상승이 복합적으로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세트 업체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 가격이 상승해도 한국이나 중국 제조사를 포함해 글로벌 탑 5업체는 TV 등 제품 가격을 올릴 순 없을 것”이라며 “신제품 출시전까지 기존 제품 가격을 서서히 내려야하는 상황에서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기존 제품의 가격 상승은 어렵겠지만 TV 나 백색 가전 신제품 가격 설정시 수익성 회복을 위해 반도체 가격 상승분이 반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에서 가전 제품을 생산 중이다.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에서 가전 제품을 생산 중이다.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업계에서는 단일 품목을 위주로 생산하는 중소기업 제품의 가격 상승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업체가 만든 세트 제품의 경우 원가에서 반도체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유통업체·반도체 공급업체와 협상력이 약하다. 

여기에 전자업계의 걱정을 깊게 만드는 것은 반도체 생산과정 전반에 걸친 가격 상승이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파운드리 호황으로 반도체 공급가격이 오른 데다 후공정인 패키징(Packaging) 서비스 가격까지 상승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패키징은 제조 공정 마지막 단계에서 반도체 칩을 탑재할 기기에 적합한 형태로 전기적 포장을 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부품 및 재료 가격 상승 → 파운드리 비용 상승 → 후공정 견적가 상승 → 팹리스 IC 및 메모리 가격 상승 → 세트 업체 수익성 압박으로 이어지게 될 영향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패키징 업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패키징 서비스 가격이 상승한 것은 맞다”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원청에서 단가 인상분을 보전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 제조사 관계자는 “고급 기술 패키징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상용화에 따라 가격이 낮아지기 전까지는 기술력을 가진 패키징 업체에 합당한 가격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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