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반도체 등 공급망 검토 명령...중국 멀리하려 동맹국 손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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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반도체 등 공급망 검토 명령...중국 멀리하려 동맹국 손잡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2.25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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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미 대통령, 4대 품목 공급망 검토 지시 행정명령 서명
중국 의존도 낮추기 위한 전략...동맹국과의 공급망은 더욱 강화될 듯
국내기업들에도 긍정적일 수 있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반도체칩과 전기차용 대용량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등 4대 핵심품목의 공급망에 대한 검토를 100일간 진행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반도체칩과 전기차용 대용량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등 4대 핵심품목의 공급망에 대한 검토를 100일간 진행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반도체칩과 전기차용 대용량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등 4대 핵심품목의 공급망에 대한 검토를 100일간 진행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해석된다.

국내 기업들의 경우 반도체칩과 전기차용 대용량 배터리 부문에서 세계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이번 조치로 인해 국내기업들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美, 공급망 검토 통해 중국 의존도 낮추기 나서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주요 4개 핵심 품목의 공급망 검토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세계 주요 언론들은 '중국'에 대한 강경한 대응의 일환으로 해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을 직접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4개 품목에 대한 미국의 중국 의존도가 상당한 만큼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대중 정책의 전략으로서의 의미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4개 품목 중 하나인 희토류의 경우 중국이 전세계 생산량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약 80%의 희토류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등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희토류는 바이든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친환경 정책의 주력인 전기차 생산을 위해 필수적인 원료인 것은 물론, 전기차나 군사 무기에도 없어서는 안되는 원료다.

최근 발표된 미 의회연구소(CRS) 조사에 따르면, 미국이 F-35 전투기 한 대를 생산하는데 400kg이 넘는 희토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일 미·중 갈등이 격화돼 중국이 미국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고 나서면 미국의 타격이 상당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중국 외교부는 록히드마틴과 보잉, 레이시온 등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업체들에 대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CNBC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열린 미 상원 에너지자원위원회에서 리사 머코스키 위원장은 패널 위원들에게 '중국이 미국으로의 희토류 수출을 차단하면 무슨 일이 일어냐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당시 사이먼 무어스 벤치마크 미네럴 인텔리전스 설립자는 "미국 경제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의료품 역시 시급한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할 무렵 의료용품이 부족한 사태를 겪었다. 미국은 의료품의 최대 9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반도체 부족 사태로 미국 자동차 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것 역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포드의 경우 1분기 예상 생산량의 최대 20% 못미칠 수 있다고 발표했고, 제너럴모터스(GM)는 몇몇 생산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반도체 생산능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2%로 파악됐다. 이 회사는 2030년에는 미국의 생산능력이 6%에 그치는 반면, 중국은 40%의 신규 생산능력을 확보해 세계 반도체 산업의 중심지가 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전기차용 대용량 배터리 역시 조 바이든 대통령이 강조하는 친환경 정책을 위한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 행정부가 공급망 재편에 나서는 것은 중국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안보상의 리스크를 줄이려는데 목적이 있다"며 "2018년 이후 중국과의 격렬한 대립 양상을 보이면서 중국을 완전히 배제한 공급망을 새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美 동맹국과 관계 더욱 강화할 듯...국내기업에도 긍정적 

이번 공급망 검토 결과에 따라 반도체 및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세계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국내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주요 해외 언론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자국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많은 투자를 진행할 것이며, 동시에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동맹국과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등 공급망 다변화에도 주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국내기업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공급망 검토는 동맹국이나 파트너 국가들과 공동으로 임할 것"이라며 "반도체나 전지 등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한국과 대만, 일본과 제휴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은 대만 TSMC의 애리조나 공장 설립을 유치하면서 대규모 세제 혜택을 주기로 하는 등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희토류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서도 호주와 손을 잡았다. 미 국방부는 최근 텍사스주에 호주 희토류 업체 리나스의 처리 가공시설 설립에 약 3040만달러를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는 앞서 지난해에도 텍사스에 본사를 둔 블루라인 코퍼레이션과 함께 희토류 생산을 위한 자금 지원을 받은 바 있다. 

IT 전문매체인 엔가젯은 "관계자들은 이번 행정명령 서명의 목적은 한 곳에 집중된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고 다양하고 탄력적인 공급망을 갖추는 것이라고 말한다"며 "더 다양한 공급망을 확보해 공급부족 등의 리스크를 낮춤과 동시에 미국 기업들은 강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전문가들 역시 동맹국들과 강력한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이 미국의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클레트 윌럼스 전 백악관 무역자문위원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반도체의 중심지인 한국, 대만, 일본과 같은 동맹국들과 강력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미국이 스스로 모든 것을 다 갖추려고 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동맹국들과 강화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입장을 줄곧 시사해온 만큼 이번 역시 같은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나온다. 

베너블의 무역 전문 변호사 에슐리 크레이그는 "바이든 행정부는 공급망의 취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이후 미국으로 향하고 있는 무역 파트너들을 자극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동맹국들을 배제하기보다는 다른 동맹국들과의 공급망을 더욱 탄탄히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크리스틴지제크 자동차연구센터 부회장은 "이번 공급부족 사태를 통해 많은 기업들이 안고 있는 공동의 위험이 드러났다"며 "우리는 큰 혼란을 겪고 나서야 모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아왔음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엔가젯은 "이번 행정명령 서명이 중국의 의존도를 낮추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기업들은 생산비용을 낮출 수 있고, 원자재와 부품, 최종제품을 한 곳에서 얻을 수 있다는 장점에 중국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러한 사실을 감안했을 때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은 기업들도 많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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