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면세점', 정부지원 고맙지만…"여전히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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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면세점', 정부지원 고맙지만…"여전히 막막"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2.24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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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신라면세점, 오는 28일 인천공항 영업 종료
면세점 소비지출, 90% 감소…피해 막심해
면세업계, 라방·카톡 입점 등 마케팅 수단 총동원
"정부 정책, 근본적 해결 방식은 아냐"
한산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면세 구역. 사진=연합뉴스
한산하다 못해 썰렁한 분위기가 역력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면세 구역.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면세점 업계 ‘빅3’로 불리는 롯데, 신라, 신세계면세점 중 롯데와 신라면세점 두 곳이 이달 28일부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영업을 종료한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면세점은 당분간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두 곳이 빠져나간 사업구역 일부를 맡는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3월부터 신세계는 T1 면세점 구역 중 주류·담배 구역(DF3), 현대백화점 면세점은 패션·잡화 구역(DF6) 일부를 임시 매장 형태로 운영한다. 어떤 브랜드가 인계될지는 협의 중이다. 

신세계와 현대가 면적 확대에 나선 이유는 애초에 인천공항공사가 이달 롯데, 신라와의 계약 만료를 앞두고 신규 사업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면세점이 임시 운영을 한다 해도 6개월이 최대 기간이다. 게다가 코로나19 타격으로 소비자의 면세점 지출이 90%가 줄어들어, 임시 운영에 따른 매출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는 위기를 겪고 있는 면세점업계에 도움을 주기 위해 여러 방면의 지원을 고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2일 면세점 업계에 대해 2020년과 2021년 매출분에 한해 특허 수수료를 현행 대비 50% 감경하는 내용의 관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다음 달 3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면세 사업자들은 매년 정부에 면세점 운영 권리에 대한 특허 수수료를 내왔다. 정부의 이번 지원책으로 면세점 업계는 최대 200억 원가량의 수수료 부담을 덜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지난해 3월부터 감면해주고 있는 공항 임대료도 5208억 원에 달한다.

또한 정부는 지난해 11월 재고 면세품 시중 판매를 무기한으로 연장하고, 무착륙 국제 관광비행객의 면세 쇼핑을 허용하는 등 면세업계의 내수 판매를 위한 관련 지원을 확대하기도 했다.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져 내국인 고객잡기에 나서며 매출 만회에 힘쓰는 면세점업계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1년간 면세점업계의 외국인 매출액, 내국인 매출액, 외국인 인원수, 내국인 인원수 모두 줄어들었다. 자료제공=한국면세점협회
1년간 면세점업계의 외국인 매출액, 내국인 매출액, 외국인 인원수, 내국인 인원수 모두 줄어들었다. 자료제공=한국면세점협회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지원 방안들은 미봉책에 불과하며 근본적인 해결과는 거리가 있다는 시각이 많다. 매출을 직접적으로 견인하는 이용객 수 자체가 줄어든 상황이라 임대료·수수료 감면 이외에 장기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한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타격이 너무 커서 상황이 회복되더라도 (면세점들이) 예전만큼 좋아질 수 있을지 미지수”라면서 “면세점 매출을 이끄는 따이궁(중국 보따리상)은 물론이고 국내 관광객 수도 갈수록 줄고 있다”고 말했다.

면세점은 코로나19 피해를 가장 많이 받은 업종 중 한 곳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15조5052억 원으로 전년 대비 37.6% 감소했다. 감소액은 9조3000억 원에 달한다.

관련 통계가 공개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 했으며, 롯데, 신라, 신세계면세점 적자를 합하면 4000억 원이 넘는다. 이마저도 롯데면세점 같은 경우 3분기 까지만 더한 수치여서 실제 적자폭은 더 크다고 봐야 한다.

고사 직전인 면세점 업계는 나름대로 살 방도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내수를 붙잡기 위해 라이브커머스 방송, 인터넷쇼핑몰 개편, 카카오톡 입점 등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하지 못할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말 내수통관 면세품 판매 전용 온라인몰 ‘럭스몰’을 오픈했다. 더 많은 고객이 온라인으로 언제 어디서든 내수통관 면세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 재고 면세품을 소진하고 내국인 매출 확대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롯데면세점 내수통관 면세품 판매 전용 온라인몰 ‘럭스몰’-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입점한 신세계면세점. 사진제공=롯데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롯데면세점 내수통관 면세품 판매 전용 온라인몰 ‘럭스몰’-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입점한 신세계면세점. 사진제공=롯데면세점, 신세계면세점

이와 더불어 라이브커머스 시장에도 진출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마케팅부문에 ‘라이브 커머스 담당’ 조직을 신설하기도 했다. 그간 면세점업계가 라이브 방송에서 뷰티 크리에이터를 초청해 화장품 신제품을 소개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본격적으로 ‘판매’에 적용한 경우는 처음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입점하기도 했다. 이 역시 업계 최초다. 신세계면세점은 단독 브랜드관을 통해 끌로에·로에베 등 30~40여 개 브랜드와 500여 가지의 럭셔리 패션 상품을 판매한다. 정상가 대비 최대 68% 할인된 가격이다.

이밖에도 무착륙 비행관광 상품을 통한 면세점 이용, 명품 브랜드 파격 할인 행사 등 누적적자를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문제는 쏟아부은 노력에 비해 효과는 미미하다는 점이다. 무착륙 비행 여행객의 면세점 이용시 최대 구매 한도는 1인당 66만 원 정도다. 해외여행객들이 선호하는 고가 명품은 구입이 어렵다. 온라인몰도 상품 구색이 다양하지 않아 실제 매출 진작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의 지원 방안이 나오는 건 좋지만 (면세점의) 영업 자체가 좋아져 소비가 늘어나야 수익성이 회복될 수 있기 때문에 특허 수수료 할인으로 영업적 터닝포인트가 될 거라고 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의 돌파구를 위해서라도 근본적인 영업 방식의 변경이나 면세점 산업에 대한 재조명·재이해 등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단순히 쇼핑이 아니라 관광, 의료 산업 등 멀티패키지 전략으로 복합적인 문화관광을 키울 생각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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