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깊어진 서학개미...힘 못쓰는 빅테크株 갈아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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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깊어진 서학개미...힘 못쓰는 빅테크株 갈아탈까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2.23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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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상승 주역 빅테크..국채금리 상승에 지지부진
서학개미, 주가 하락기에 오히려 애플 등 매수 늘려
전문가 엇갈린 분석 "경기회복주가 유리" vs "그래도 빅테크"
미 국채금리가 상승하면서 기술기업들의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 국채금리가 상승하면서 기술기업들의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지난 22일 밤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제각각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다우지수는 소폭 반등하며 거래를 마감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7% 소폭 하락했다. 나스닥 지수는 2.5% 급락세를 보였다.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때로는 혼조 양상을 보이기도 하지만 비교적 유사한 흐름을 이어가는데, 이날은 모두 제각각 다른 흐름을 보였다.

이는 특정 종목들의 주가가 다른 시장에 비해 유독 크게 빠졌음을 의미하는 부분이다. 

그 주인공은 빅테크다. 기술주가 급락하면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의 하락폭이 유독 컸던 것이다. 

코로나19 타격 속에서 허우적대던 글로벌 주식시장을 강하게 끌어올린 빅테크들이지만, 이제 다른 업종에게 시장의 바통을 넘겨준지는 오래다. 빅테크 주식들이 시장 주도권을 넘겨준 것 뿐 아니라 유독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면서 그간 빅테크를 집중적으로 매수해오던 국내 서학개미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상승주역이었던 빅테크...이제는 골칫거리 되나

지난해 글로벌 주식시장의 주역이 소위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닷컴·넷플릭스·구글(알파벳)' 주식과 테슬라 등 빅테크 종목들이었다는 점에 부인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해 S&P500 지수는 연간 18% 상승했다. 가디언은 "상승분의 3분의 2는 6개의 빅테크 종목들의 상승흐름이었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아마존 주가는 지난 1년간 62% 급등했으며, 애플 역시 70% 오르면서 1조 달러 수준이던 시가총액이 한 때 2조3000억달러까지 늘어났다. 지난해 내내 고공행진을 펼친 테슬라까지 포함시키면 빅테크주의 영향력은 더욱 강해진다. 

빅테크주 중심의 흐름이 지속되다보니,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 이른바 서학개미들 역시 빅테크주를 적극 사들였다. 

미 뉴욕증시가 최저치를 기록하고 반등을 시작했던 3월23일 이후 2월22일까지 국내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테슬라로, 순매수 규모는 총 30억4211만달러에 달했다.

테슬라에 이어 2위는 애플로, 서학개미들은 23억3406만달러 규모를 순매수했으며, 엔비디아 주식도 5억9076만달러 규모를 사들여 전체 해외주식 순매수 상위 종목 중 3위를 기록했다.

이어 아마존닷컴도 4억6097만달러 규모를 순매수해 전체 해외주식 중 다섯번째 규모로 많이 사들인 주식에 이름을 올렸다.

빅테크 주식들은 올해 이후에는 부진한 흐름을 보이기 시작했다. 백신 보급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기 시작하면서 코로나19 이후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강해진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의 도입 가능성 또한 높아졌기 때문이다. 

경기회복 기대감을 반영해 미 국채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는데, 이는 증시, 특히 저금리 수혜를 크게 입었던 기술주들에게는 악재로 작용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저금리가 장기화될수록 고성장 기술주들의 미래 현금흐름의 가치가 상승하고, 이것이 지난 1년간 고성장 기술주 주가 상승의 핵심이었다"면서 "하지만 장기 금리가 다시 상승하게 되면 미래 수익의 현재 가치가 떨어지면서 기술주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우려에 기술주들의 주가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지만, 서학개미들은 오히려 이를 매수 기회로 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애플의 경우 지난 1월26일 145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후 22일 종가 기준 126달러 수준으로 주가가 14% 빠졌지만, 그래도 서학개미들의 애정은 식지 않았다. 지난달 25일부터 22일까지 서학개미들은 애플 주식을 2억2419만달러 규모를 사들여 전체 해외 주식 중 순매수 금액 기준 2위를 차지했다.

테슬라 역시 1월 25일 900달러로 최고치를 찍었으며, 지난 22일 714달러로 20% 넘게 빠졌지만, 국내 서학개미들은 이 기간 테슬라 주식을 2억7170만달러 규모를 순매수하면서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주식에 이름을 올렸다. 

애플 주가 추이.
애플 주가 추이.

빅테크에 대한 전문가들 의견 엇갈려

서학개미들을 포함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빅테크주가 본격적인 조정에 돌입할지 여부에 쏠려있다. 기술주의 조정 여부는 인플레이션 상승 여부에 달려있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2%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유지된다면 큰 부담은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레이몬드 제임스의 래리 아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적정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경제 회복과 맞물릴 때 건전한 흐름으로 간주된다"며 "특히 경기회복과 동시에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업들에게는 더욱 그렇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기술기업들의 실적은 두드러졌다. 애플은 사상 최대 수준의 4분기 이익을 발표했고, 알파벳 역시 2분기 연속 사상 최대 수익을 올렸다. 아마존은 사상 최초로 분기 매출이 1000억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미 상당한 실적을 내고 있는 기술기업들 입장에서는 경기회복에 따른 인플레이션은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니얼 셰이 심플러트레이딩 이사는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빅테크, 특히 유튜브를 보유한 알파벳이 급부상했다"며 "팬데믹이 끝난다 하더라도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인플레이션이 적정 수준을 유지한다 하더라도 이미 많이 오른 기술주에 대한 부담은 크다는 의견도 나온다.

가이드스톤 캐피털매니지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브랜든 피즈로는 "이제 빅테크는 상당히 비싸졌고, 투자자들은 기술기업들의 미래 성장 잠재력보다는 근본적인 관점에서 보기 시작했다"며 "기술기업들 역시 스스로에게 우리가 너무 앞서 간건 아닌지 묻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플레이션은 차치하더라도, 규제 강화 가능성 측면에서도 기술주에 대한 부담감이 존재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제프리 밀스 브린 모어 트러스트의 CIO는 "기술기업들의 위력이 커질수록 규제 강화 가능성도 높아진다"며 "물론 규제 강화와 관련된 변화가 가까운 시일 내에 예정돼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반독점 조사 확대는 규제 리스크를 키우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금리 상승기에 유리한 에너지나 금융주에 대한 관심이 낫다는 전문가들도 있다. 

미 경제전문지 배런즈는 "경기가 새로운 확장기를 맞이한다면 금융, 에너지, 산업분야가 가장 큰 혜택을 입을 수 있다"며 "전문가들 역시 이들 기업들의 실적 모멘텀이 2022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금융주의 경우 금리 상승에 따른 수익 강화가 기대되며, 에너지는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 산업 역시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한 수요 확대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다만 "일부 산업 및 에너지 종목들은 이미 주가가 상당히 올라있는 만큼, 이들 섹터 내 저평가된 주식들을 발굴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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