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핀테크 공습' 비상...빅테크에 따라잡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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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업계, '핀테크 공습' 비상...빅테크에 따라잡힐까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1.02.22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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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파이낸셜, 4월부터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 시작
연내로 카드 가맹업 수수료율 재산정 문제도 남아 있어
전통적 금융 영역, 빅테크 회사 참여 확대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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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카드업계가 빅테크의 공습에 골머리를 앓는 분위기다. 전통적으로 금융회사가 주관하던 영역에 핀테크 업계가 발을 들이면서 장기적인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빅테크와는 달리 카드사는 금융논리에 따라 엄격한 정부 규제를 적용받는 것도 카드업계의 고민거리 중 하나다. 당장 올해 카드 가맹업 수수료율을 재산정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4월부터 네이버파이낸셜이 카드사만의 영역이었던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를 시작한다. 카카오페이와 토스 등 타 전자금융업체들도 올해 안으로 후불결제 서비스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란 소비자가 네이버페이 등 결제 시스템으로 물건을 구매할 때 일정 금액을 신용으로 대체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일종의 외상인 셈이다. 네이버페이의 경우 월 한도는 30만원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주 네이버파이낸셜의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다. 당초 금융당국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통해 후불결제 서비스를 입법화할 예정이었으나 그 이전에라도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가 허용되면 사회 초년생이나 주부 등 금융이력이 부족한 금융소외계층도 플랫폼이 구축한 비금융정보를 바탕으로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네이버 등 빅테크가 점점 금융시장에서 발을 넓혀가는 것은 전통적인 금융업계 입장에서 위협적일 수 있다. 지난해 12월 네이버는 소상공인 대출도 개시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에 입점한 소상공인 업체가 물건 판매량이 급증해서 새로운 생산설비를 구축해야 할 경우 일반 금융회사에 가면 대출이 힘들겠지만 네이버에 가면 바로 대출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며 "네이버가 이미 데이터 분석을 통해 매출 증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 매우 자연스럽게 판매와 대출이 엮이는 것이 바로 기존의 은행과 카드업계가 두려워하는 전망"이라며 "핀테크나 각종 페이 사업자들이 후불결제를 시작으로 대출이나 금융업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에 대한 장기적 위협이 업계에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에 대해서는 부실이나 연체 우려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의 경우 여신전문금융업법으로 강한 규제를 받으며, 제도적으로도 이중삼중으로 규제가 걸쳐 있다"며 "그런데 현재 페이사업자들은 금융회사가 아니다 보니 전자지불결제업에 해당돼 카드사와 규제 수준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도 카드 대란 등의 경험이 있었던 만큼 부실에 대한 위험성을 금융당국이 인지해줬으면 한다"며 "리스크 관리방안이나 제도적인 장치가 좀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드업계의 고민은 이뿐만이 아니다. 당장 올해 가맹점 수수료율을 재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맹점 수수료율은 지난 2012년부터 3년 주기로 갱신돼 올해 재산정을 앞두고 있다. 카드업계는 현 가맹점 수수료 체제 자체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수익에서 비용을 빼면 이익이 남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전체 가맹점의 96%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며 "아직 지난해 실적이 다 나오진 않았지만 작년 상반기 실적만 놓고 보면 가맹점으로 얻은 수익이 2019년 대비 마이너스 900억"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카드업 부문 부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카드사들은 대체로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이 실적이 마케팅 비용이나 자금조달비용, 인건비를 줄인 '불황형 흑자'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비용 조정을 위해 인력을 구조조정하는 등 제살깎아먹기로 비용을 절감했는데 그게 다시 이번 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 때 반영되면 절감한 비용이 수수료를 인하하는 요인이 돼버린다"며 "그런 부분이 반복되면 악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맹점 우대수수료율 적용과 카드 매출 세액공제는 카드사의 손해이자 가맹점의 이득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가령 연간 카드 매출이 3억원인 가맹점이 있으면 1년 동안 카드사에 납부하는 수수료는 0.8%인 240만원이다.

이 가맹점이 연말에 세액공제를 받는 비율은 1.3%인 390만원이다. 연 매출 3억원 이하의 가맹점주는 이득을 보는 셈이다. 1.3%의 세액공제는 연 매출 10억원까지 적용된다. 연 매출이 10억원이 넘어도 30억까지는 또 1.6%의 우대수수료가 적용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우대수수료율이라는 것 자체가 영업이 어려운 자영업자를 돕기 위한 제도이기에 현재 수수료율로도 충분하다고 본다"며 "96%의 자영업자가 원가 이하의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는데 여기서 좀더 내린다는 건 어려운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법으로 특정 계층에게 수수료율을 정하는 나라는 없다"며 "적격비용에 따라 받아도 카드업계 입장에서는 딱 맞다고 보기 어려운데 이익공유제 등 소상공인을 돕자는 사회적 인식이 요즘 더욱 확산돼서 어떻게 될 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전통적인 카드업이 점차 위축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결국 카드사들도 빅데이터를 통한 회원정보 관련 사업이라든지 가맹점 제휴를 통해 새로운 신 수익원을 찾는 것이 계속해서 숙제로 남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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