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조9천억 규모 경기부양책...글로벌증시에 약일까, 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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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1조9천억 규모 경기부양책...글로벌증시에 약일까, 독일까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2.22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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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스 전 재무장관 "우리가 보지 못한 인플레이션 직면할 것" 우려
재닛 옐런 재무장관 "인플레이션 우려 크지 않아"
글로벌 주식시장은 미 국채금리 상승으로 부진한 흐름
전문가들 "투자자, 국채 시장으로 떠날 것 vs 경제성장, 증시에 호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1조90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과 관련,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이 뜨겁다. 사진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사진=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1조90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과 관련,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이 뜨겁다. 사진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1조90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조만간 도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부양책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을 비롯한 일부 경제학자들은 지나치게 큰 규모의 부양책이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더 큰 고통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반면, 재닛 옐런 재무장관 등 또다른 경제학자들은 경제를 살리기 위한 '큰'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주장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거대한 재정 실험'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전례없는 규모의 부양책이 인플레이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온 세계가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바이든의 대규모 경기부양책, 인플레이션 영향은

바이든 대통령이 제시한 1조90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은 이번 주 하원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3월 중순까지 상원 법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주식시장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을 선반영하며 고공행진을 펼쳐왔는데, 이것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일부 저명한 경제학자들의 우려가 제기되면서 최근 주식시장도 부진한 양상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의 재무장관을 역임했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 보좌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5일 워싱턴포스트(WP) 기고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경기부양책은 우리가 한 세대 동안 보지 못한 종류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이자 MIT대 명예교수인 올리비에 블랜차드는 "엄청난 부양책으로 인한 경기과열이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서머스의 의견에 동의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예산 담당 부처인 의회예산처(CBO)가 이달 초 내놓은 경제전망 보고서에서도 현재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별도의 경기부양책이 없이도 3.7%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경기부양책이 없더라도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을 딛고 예상보다 빠른 경기회복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특히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 역시 비슷한 속도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를 언급하며 "바이든 대통령이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돈을 경제에 쏟아부을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옐런 장관 "인플레이션 우려 크지 않아...경기회복이 우선"

그러나 반대 의견을 내는 경제학자들도 적지 않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을 비롯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등은 부양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옐런 장관은 "우리는 엄청난 경제적 도전과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고, 우린 그것을 해결해야 한다"며 "만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된다면 우리는 그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도구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의 발언은 파월 의장의 발언과도 결을 같이 한다. 파월 의장은 최근 연설을 통해 "인플레이션은 지난 30년동안 아주 낮고 안정적이었다"며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 하더라도 이것이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고 강조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역시 "재정확장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는 이론에 증거가 미약하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지지했다. 

최근에는 월가의 대형 은행들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감을 낮추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UBS는 지난 18일 성명을 통해 "경기부양책이 인플레이션 급등을 유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경제학자들 역시 "바이든 대통령이 제시한 1조9000억달러 규모는 현재 미국의 생산량 격차와 유사한 수준"이라며 대규모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만일 바이든 대통령의 경기부양책이 성공한다면 전 세계 경제학자들에게 새로운 이론을 심어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FT는 "만일 바이든이 성공한다면, 그것은 선진국 경제학자들이 지난 30년동안 지나치게 인플레이션에 집착해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리고 최근 수십년동안 불필요한 소심함으로 인해 수백만명이 불필요한 실업에 시달렸고, 생활 수준 향상을 위한 많은 기회를 놓쳐왔으며, 불평등을 확대시켰음을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략이 실패해 경기과열과 높은 인플레이션을 야기한다면, 미국의 2021년 실험은 1981년 프랑스의 경기부양 실패 이후 가장 큰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연준 위원인 랜달 크로즈너 시카고대 교수는 "대유행 사태에 대응한 대규모 재정 부양책은 적절하지만 빚으로 인한 손실은 분명하다"며"미래 세대가 갚아야 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상이 충분한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 사진=CNBC 갈무리.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 사진=CNBC 갈무리.

전문가 "경기부양책, 증시에 나쁘지 않아" 

저명한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극과 극으로 엇갈리면서 투자자들은 더욱 고심하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에는 미 10년물 국채수익률이 1.35% 수준에 육박하는 등 빠르게 치솟으면서 투자자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풍부한 유동성 속에서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며 주식시장 이외에는 이렇다할 투자처가 없었던 상황이지만 채권 수익률의 상승세는 위험자산을 회피하는 투자자들에게 국채 시장으로 갈아타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채권 수익률이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할 경우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이 흔들릴 수 있다"며 분석가들의 전망을 보도하기도 했다. 

다만 이것이 지속적인 강세장을 위한 건전한 조정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 시장을 주도적으로 이끈 것이 기술주였는데,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인해 기술주가 조정을 받고 반대로 금융주 등 저평가 주식들이 두각을 나타낸다면 시장의 자연스러운 반등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주는 저금리의 혜택을 가장 크게 받은 업종인 만큼 국채금리 상승시 가장 타격이 큰 업종으로도 꼽힌다. 반면 금융주의 경우 금리가 상승할 때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어 금리 인상기의 가장 대표적인 수혜주다.

마지 파텔 웰스파고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기술주의 조정과 지금까지 저평가된 업종들의 반등이 나타나는 것은 시장의 자연스러운 모습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인해 경기가 빠르게 성장할 경우 오히려 주식시장에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1조90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은 올해 경제활동을 4%포인트 가량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모건스탠리의 짐 캐런 글로벌 거시전략 이사 역시 "채권금리의 상승은 경제적 여건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로 인해 주식 등 다른 금융자산들이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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