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오지날] 조병규 씨, 거짓 폭로를 그냥 용서하고 덮을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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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오지날] 조병규 씨, 거짓 폭로를 그냥 용서하고 덮을 건가요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2.20 09:45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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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지만
거짓 의혹 제기도 폭력임을 알아야
SNS가 고백 사회를 만들었지만 어두운 면도 존재하는데
'오지날'은 '오리지날'과 '오지랖'을 합성한 표현입니다.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따뜻한 시선으로 대중문화를 바라보려합니다. 제작자나 당사자의 뜻과 다른 '오진' 같은 비평일 수도 있어 양해를 구하는 의미도 담겼습니다. 

 

강대호 칼럼니스트
강대호 칼럼니스트

[강대호 칼럼니스트] “공든 탑이 무너진다”는 속담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요즘이다. TV조선 ‘미스트롯2’에서 인기를 끌던 ‘진달래’가 오래전 학교 폭력이 드러나 중요한 경연을 앞두고 하차했다. 진달래에게는 오랜 무명 가수 생활의 어려움을 벗어날 수 있던 기회였다.

예능 방송과 광고에도 출연해 대중에게 인지도가 높은 쌍둥이 배구선수들에게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여자 배구팀 흥국생명의 이재영, 이다영이 학창 시절 후배들에게 가한 폭력이 드러난 것이다. 그녀들은 소속팀에서는 무기한 출전정지 처분을, 협회에서는 국가대표는 물론 향후 지도자도 할 수 없다는 징계를 받았다.

이들보다 지명도가 훨씬 높은 연예인의 과거 의혹도 흘러나왔다. 인기 드라마 ‘스카이캐슬’과 ‘경이로운 소문’에 출연해 인기가 치솟는 ‘조병규’가 어린 시절 일진이었고 욕설을 일삼았다는 폭로였다. 사실이라면 조병규가 어렵게 쌓아온 배우 커리어가 무너질 수도 있던 순간이었다.

이에 조병규 측은 사실이 아니라며 적극 대응을 선언했고, 의혹 제기자는 거짓 폭로였다며 용서를 구했다. 조병규 측은 이를 받아들여 거짓 폭로자를 용서한다고 미디어와 대중에게 알렸다.

인기가 고공행진중인 조병규. 사진=조병규 인스타그램
인기가 고공행진중인 조병규. 사진=조병규 인스타그램

오래된 기억을 지금에야 풀어놓는 이유는

혹자들은 이렇게도 말한다. 10년도 더 된 오래된 일들을 왜 지금에서야 털어놓느냐고. 필자도 이런 폭로를 처음 들었을 때 ‘왜 하필 지금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같은 문제를 나로 치환해 생각해 보니 수긍이 갔다.

학창 시절 나를 괴롭힌 선배를 수십 년 만에 모임에서 봤을 때, 그런데 난 별로 반갑지 않은데 그가 반갑다며 웃으며 내게 인사할 때, 그때 왜 그랬냐며 내가 슬쩍 물어도 ‘장난이었겠지’ 하고 그냥 웃으며 넘어갈 때 나는 웃을 수만은 없었다.

물론 어린 시절 누구나 할 수 있고 누구나 당할 수 있던 장난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몸과 마음에 깃든 나의 기억은 장난이 아니라고 증언했다. 유명인들의 과거 의혹을 폭로하는 사람들, 피해자들 또한 과거 가해자의 행동을 절대 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것이 명백한 폭력이었다면.

가해자들이 운동선수로 혹은 배우나 가수로 유명해져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과거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를 수밖에 없다. ‘나는 이렇게 아픈데 넌 텔레비전에서 그렇게 웃고 있구나’ 하면서. 피해자들은 가해자들의 선한 영향력을 비웃기 위해서라도 과거의 악행들을 인터넷 세상에 풀어놓기로 한다.

대중이라고 모두 정의로울까

과거 정보의 비대칭성이 클 때, 즉 종이 신문이 정보를 독점할 때 여론의 향방은 기사 방향에 따라 결정됐었다. 특히 대중문화계가 그랬다. 대중에게는 정보를 얻는 창구가 제한되었기 때문에 신문에 나온 내용을 토대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열애설이 가짜라면 가짜로, 의혹이 거짓이라면 거짓이라고.

하지만 지금의 인터넷 세상은 모든 이에게 정보의 평등과 언론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한다. 만약 피해자 핸드폰에 저장된 증거가 있다면, 나아가 목격자의 증언과 증빙 자료까지 있다면 오래된 기억과 의혹은 따뜻한 뉴스가 될 수 있다. 온갖 미디어와 대중들이 앞다투어 소비하는.

과거가 드러난 스타들에게 대중들은 분노하고, 스타들은 대중들 눈앞에서 사라져야 한다. 그 모습은 자숙일 수도 있고 은퇴일 수도 있다. 그 기간은 잠정적일 수도 있고 영원할 수도 있다.

이렇듯 과거 의혹 특히 학교 폭력은 연예인에게든 운동선수에게든 그 활동 수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위험요소가 되었다. 그래서 과거 의혹 제기는 절대 사실이어야 한다.

그런데 간혹 없는 사실을 의혹으로 제기하는 대중도 있다. 그냥 장난인 건지 아니면 시샘 때문인 건지. 의혹 제기만으로도 평판에 금이 가는 연예인과 운동선수에게는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들고 있는 기분일 것이다. 불발탄일 수도 있지만 핵폭탄일 수도 있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조병규 사례를 주목하는 시선이 많았다. 한창 인기가 올라가던 그에게 닥친 어린 시절의 학교 폭력 의혹은 그야말로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조병규 측의 적극 대응에 의혹 제기자는 하루 만에 거짓 폭로였다며 사과했다. 조병규 측은 몇 시간 만에 흔쾌히 사과를 받아들였고.

대중은 조병규 측의 의연한 대처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이게 칭찬받을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송사는 복잡하고 골치 아픈 일의 연속이다. 그냥 빨리 접고 잊어버리는 게 현명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짓 의혹을 제기해 결백한 누군가를 괴롭히려는 자에게도 그에 걸맞은 책임을 지게 해야 하지 않을까.

조병규와 조병규 측은 앞으로 생길 수 있는 거짓 의혹 피해자를 위해서라도 이번 일을 그냥 덮지 않았으면 좋겠다. 만약 그 거짓 폭로가 진짜, 거짓 폭로였다면.

고백 사회의 이면에는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는 사용자들의 열정적인 기여 덕분에 우리를 '고백 사회'로 이끈다. 이 사회는 '공개적인 자기표현을 구성원들의 사회적 실존을 증명하는 중요하고 쉽게 이해되는 명확한 증거의 지위로까지 승격시킨다.“

얼마 전 새로 나온 책 ‘움베르토 에코’의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에 나온 말이다. ‘한병철’의 ‘피로사회’와 ‘투명사회’에서도 비슷한 맥락을 이야기했던 것 같다.

에코가 지적한 페이스북이 아니더라도 인스타그램이나 요즘 핫한 ‘클럽하우스’ 등 여러 SNS에는 이런저런 고백들이 흘러넘친다. 아마도 SNS 이용자들은 자기들이 털어놓는 고백들을 모든 팔로워가 믿어주고 이해해 줄 것으로 믿는 것 같다.

물론 이러한 고백들이 때로는 시원한 배설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화장실 아닌 곳에 싸놓은 똥을 코를 막고 치워야 하는 이도 있음을 대중들은 잘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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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1-02-20 10:27:57
지금 19일날 인스타로 학폭폭로자가 더나왔어요

ㅇㅇ 2021-02-20 11:55:24
지금 추가폭로 줄줄이 나오는거 아시죠?

Westsky 2021-02-20 12:51:47
반대로 일부라도 사실이면 칼럼 쓴 너도 펜대 접어~

ㅇㅇ 2021-02-20 11:44:48
https://www.instagram.com/victimofmr_cho/

들어가보세요

Grace 2021-02-20 12:28:27
동감합니다. 정말 거짓폭로라면요. 그리고 깨어있는 대중들은 뭉쳐서 소리내야합니다. 힘있는자들의 잘못은 결국 묻히고 사회의 썩은내로 약자들의 힘을 더 약하게하고... 잘못이 드러나게된 누군가는 사회에서 숨어지내야하고... 이상해요. 잘못한 사람은 반성하고 사회는 용서하는 모습 한국에서 보기 너무힘들어요. 잘못한 사람 벌받고 다친 사람이 용서할수 있게 노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