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통신] 인도네시아 동포를 버리지 마오...무너진 '최후의 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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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 통신] 인도네시아 동포를 버리지 마오...무너진 '최후의 보루'
  • 배동선 자카르타 통신원
  • 승인 2021.02.20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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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내 교민들 코로나 확진추세 꺾이지 않아
몰래 귀국후 치료받을 수 있는 본국, 교민에겐 '최후의 보루'
24일부터 해외교민들 귀국시 음성확인서 제출 요구로 이마저도 못해
본국 방역당국의 노력과 배려 이해하지만, 좀더 배려 폭 넓혀주길
배동선 자카르타 통신원
배동선 자카르타 통신원

[오피니언뉴스=배동선 자카르타 통신원] 인도네시아가 지난 1월 13일 본격적인 중국산 시노백(Sinovac)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한지 이제 한 달 여 지났다. 1차 접종한 뒤 2주 후 한 번 더 접종해야 하는 시노백 백신의 1차 접종자는 2월 15일현재 110만 명에 육박했고, 2차 접종자는 그 절반인 48만 명을 조금 넘었다. 1월 13일 첫 접종자로 나섰던 조코 위도도 대통령도 같은달 27일 2차 접종을 받았다. 그 장면은 유튜브로 생방송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는 집단면역을 위해 전체 인구의 70%인 1억 8150만 명을 접종대상자 목표로 잡았다. 이중 의료진 및 공공분야 인력 약 4020만 명에게 올해 4월까지 우선 접종하고 나머지 인구에 대해서는 2022년 3월까지 모두 무료 접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뒤늦은 안정세...일시적 현상일 수도

지난 12월 누적확진자 1백만 명, 사망자 3만 명을 넘긴 인도네시아는 백신접종 개시에도 불구하고 신규확진자가 2월 초까지 한 달 가까이 하루 1만 명대를 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가 2월 9일부터 8천 명대로, 14일부터는 6천 명대로 떨어졌다. 그래프로만 보면 갑자기 안정세로 들어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백신 접종 상황이 아직 미미한 상태이고,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의 변화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것으로 분석된다.

2월 15일 인도네시아 시보백 백신 접종현황. 그래표= Kawalcovid.19.id 페이스북 캡쳐
2월 15일 인도네시아 시노백 백신 접종현황. 그래표= Kawalcovid.19.id 페이스북 캡쳐

자카르타를 중심으로 발령된 대규모 사회적제약조치(PSBB)는 전환기(조치 해제직전의 단계) 발령으로 일부 약화되었다가 1월 11일부터 자바섬 대부분과 발리에 사회활동제한조치(PPKM)로 강화되었고, 한달뒤인 2월 9일부터 소규모 지역단위 사회활동제한조치(PPKM Mikro)로 다시 완화되는 등 방역수위가 갈팡질팡했다. 때문에 특별한 반전요인 없이 신규 확진자가 감소한 것은 단순히 검사수 감소로 인한 것이 아닐까 하는 시각이다. 

2월 15일현재 인도네시아 신규확진자 발생 추이
인도네시아 신규확진자 발생 추이(2월15일까지)

한인사회내 코로나 확진자 늘지만 '쉬쉬'

현지 한인사회도 코로나 상황에 자유로울 리 없다. 인도네시아 현지 한인메체인 한인포스트 중간집계에 따르면 작년 8월 28일 현지에서 한국인 확진자가 처음 확인된 이후 지난 1월 18일 현재 한국인 누적확진자 90명에 사망자 5명이 발생해 당시 인도네시아 평균 코로나 사망율 3%를 크게 웃돌았다. 당시 한국인 확진자 중 한 명은 한국 돈으로 1억원 넘는 비용을 지불하며 에어앰블런스를 불러 한국으로 이송돼 치료받았지만 끝내 숨지고 말았다.

한 달 전의 당시 통계에서 한국에 도착한 후 확진된 인도네시아 교민들이 현지 한국인 확진자보다 훨씬 많은 147명이란 점이 주목을 끌었다. 이는 그간 현지 한국인들 중 코로나 증상이 있는 이들이 쉬쉬하며 몰래 해열제를 먹고 급히 한국행 비행기를 탄다는 항간의 소문이 사실로 드러난 게 아니냐는 심증을 안겨줬다. 거의 한 달이 지난 2월 15일 업데이트된 한인포스트 집계에서 현지 한국인 확진자는 97명으로 7명 증가, 귀국 확진자는 184명으로 37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현지 한인동포들이 코로나 확진 시 현지 방역당국이나 대사관에 보고하기보다 신속한 귀국을 선택한다는 것이 더욱 명백해졌다.

국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사이트(http://ncov.mohw.go.kr/search/search.jsp)를 통해서도 확인가능한 해외유입 코로나 확진자들 중 인도네시아에서 도착한 한국인 숫자가 지금도 거의 매일 추가되고 있다.

이는 의료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감염되면 엄청난 금전적 지출을 감수해야 하는 인도네시아보다 한국의 코로나 정책과 의료시스템이 더 신뢰할 만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로, 아마도 인도네시아 한인사회에서만의 문제는 아닐 듯하다.

이들은 확진자와 밀접 접촉했거나 의심의 여지가 없는 코로나 증상이 발현된 사람, 또는 래피드테스트 양성결과를 받은 사람들이 현지 보건당국에 보고되는 PCR 검사를 추가로 하지 않고 곧바로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것이다.

나름대로 주변 감염을 막기 위해 온몸을 꽁꽁 동여매고 구석자리에 앉는다 해도 결과적으로 승무원과 다른 승객들을 위협하는 행위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세상에 내던져진 현지 한인교민들에게 그것은 어쩌면 '최후의 보루'와도 같은 것이었다. 막다른 골목에서 최선의 살 길을 찾으려는 그 결정을 무조건 이기적인 행위라고 폄훼하며 비난하기 어렵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공무원들이 코로나19 위험성 캠페인을 위해 가짜 관 들고 행진하는 모습. 사진=AP/연합뉴스
지난해 인도네시아 공무원들이 코로나19 위험성 캠페인을 위해 가짜 관 들고 행진하는 모습. 사진=AP/연합뉴스

본국 방역당국 새 조치...교민들 근심 커져

그런데 지난 2월 10일 한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세계 해외입국 내국인에 대해 출발일 기준 72시간 내 발급된 PCR 음성확인서 제출의무를 부과하기로 한 것은 이같은 인도네시아 교민들의 '최후의 보루'를 무너뜨렸다. 이 확인서를 제출하지 못하면 한국에 도착하더라도 임시생활시설에서 자비로 14일 격리해야 하는데, 정작 문제는 확인서를 소지하지 않으면 현지 발권 카운터나 탑승 게이트에서 항공기 탑승 자체가 거부될 것이란 점이다.

인도네시아 방역당국의 백신접종 계획엔 현지 외국인들에 대한 사항은 누락되어 있다. 본국은 재외공관을 통한 1월 29일 공지를 통해 재외동포들의 접종계획을 밝히고 있으나 귀국해서 접종하라는 취지이므로 귀국 시 자가격리 14일, 대부분 백신이 2주 후 한번 더 접종해야 하니 또 14일, 인도네시아 돌아온 후 호텔격리 5일 등을 감안하면 근로비자를 받아 현지 직장을 다니는 동포들로서는 시간 상 백신접종 목적 귀국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 때문에 현지 한인사회의 실망감과 상실감이 현지 한인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상황이다.  2월 15일자 한인포스트는 "본국은 현명한 묘책을 강구해 자국민을 저버리지 말아 달라"는 동포들의 목소리를 실었다.

외국인들에게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적용되고 있던 PCR 음성확인서 소지의무가 한국인 교민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은 2월 24일부터다. 불안감에 휩싸인 교민들의 억울한 감정과는 별도로, 바이러스 유입을 막아야 하는 본국 방역당국의 입장 역시 충분히 이해된다. 예외적으로 2주의 시간을 두고 미리 공지한 것도 나름대로 당국의 배려로 읽힌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는 재외동포들을 위해서는 그 배려의 폭을 조금 더 넓힐 지혜가 절실한 시기다.

● 배동선 자카르타 통신원은 1995년 당시 (주)한화 무역부문 주재원으로 인도네시아에 입성했다. 2016년 제18회 재외동포문학상 소설부문 수상했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 인도네시아 통신원을 지냈고, 재인도네시아 한인 100년사 편찬위원회 공동 총괄편찬위원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사>가 있고, 한국외대 양승윤 명예교수와 함께 <막스 하벨라르>를 공동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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