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스마트폰사업, 베트남 매각설...'배터리소송' SK에 기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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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스마트폰사업, 베트남 매각설...'배터리소송' SK에 기회 될까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1.02.1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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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빈그룹, MC사업본부 인수설 유력
빈그룹지분 6.1% 보유 SK, 배터리 소송 지렛대 활용?
SK그룹 관계자 "현 상태에서 배터리 분쟁과 연결 쉽지 않아"
업계에서는 베트남 빈그룹의 스마트폰 제조사 '빈스마트'가 LG전자 MC사업본부를 인수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사진=빈스마트 홈페이지 캡처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에 대해 매각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가운데 베트남 빈 그룹(Vingroup Joint Stock Company)이 인수 대상자로 급부상 하고 있다.

이와 함께 LG전자와 빈그룹 간 인수합병(M&A)이 성사될 경우 빈그룹 지주사 지분 6.1%를 보유한 SK그룹이 빈 그룹의 의사 결정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 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마침 SK그룹 내 SK이노베이션과 LG계열인 LG에너지솔루션 간 배터리 분쟁이 첨예화되고 있는 시점에 빈 그룹을 가운데 두고 양사간 대화의 창구가 열릴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사업 영역이 크게 다른 두 분야의 이해 당사자들간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 큰 의미를 두고 있진 않다"며 "다만 빈 그룹의 주주로서 어떤 역할이 주어진다면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지산 키움증권 센터장은 19일 “LG스마트폰 사업부의 인수 기업은 베트남 빈그룹이 될 가능성이 제일 크다”며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빈그룹 입장에서 LG전자의 브랜드 이미지, 특허 등 기술력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자업계에서는 누적적자가 5조원에 달하는 LG전자 MC사업본부를 인수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곳은 중저가 스마트폰의 판매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기업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빈그룹 인수 가능성에 대해 "MC사업본부의 미래 가능성과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 중인 상황"이라며 "결정된 상황은 없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모델이 'LG윙'을 소개하는 모습. 사진제공=LG전자

‘베트남의 삼성’이라 불리는 빈 그룹은 물류·유통·금융·부동산·주택관리·전기스쿠터·전기차·전기버스·스마트폰 등 유통에서부터 제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영역을 확보한 기업이다. 

정재완 사이버한국외국어사이버대학 베트남·인도네시아학부 교수는 “베트남 재계 상위 10위 권에서 국영기업을 제외하면 사실상 민간기업으로는 빈 그룹이 1등”이라며 “1억명에 이르는 베트남 내수 시장을 감안할 때 빈그룹이 LG전자 MC사업본부 인수를 성사시킨다면 유통, AS, 제조 등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고 미국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스마트폰 판매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면 LG전자가 보유한 기술력을 감안할 때 스마트폰 사업부의 부활은 분명히 가능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 내 유통망, 브랜드 이미지, 관련 특허와 연구 개발 인력 등 경쟁력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에 비해 뛰어나지만 조직규모에 비해 판매량이 충분하지 않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 내수 시장만큼이나 빈그룹의 미국 시장 진출에 LG전자 MC사업본부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LG(14%)는 삼성전자(33.2%), 애플(31.5%)에 이어 북미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3위를 기록했다. 

LG전자가 베스트바이 등 미국 내 유통채널과 버라이즌 등 통신사와 협력관계를 맺어 놓은 것도 미국 이통시장에서 영향력 확대를 목표로 하는 빈 그룹에게는 매력적인 자산이다. 

베트남 스마트폰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미국 내 반(反)중 정서가 커지면서 빈 그룹이 북미 시장에서 중국 제조사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아 올 가능성도 커졌다.  

SK그룹 역시 빈그룹과 LG전자의 인수협상 성사시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SK그룹 역시 빈그룹과 LG전자의 인수협상 성사시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SK그룹은 2019년 빈그룹과의 협력 강화 차원에서 빈그룹 지주사 지분 6.1%를 매입했다.
 
금융투자업계 내에서는 빈그룹과 SK그룹과의 협력관계가 향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협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지난 10일(현지 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전기자동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앞으로 10년간 미국내에서 배터리 생산과 판매를 일부 제한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와 SK이노베이션의 연방고등법원 항소 등 향후 재판 절차에 따라 수개월 내지 몇년간 협상국면은 지속될 수 있다. 

미국 내 사용이 불가능한 배터리를 탑재할 자동차 제조사는 사실상 없어, 지난 ITC판결이 확정될경우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미국 시장 뿐만 아니라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의 판로 역시 낙관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업계에서는 LG이노베이션이 수조원대 합의금을 요구하고 있지만, SK이노베이션이 수천억원대 합의금을 제시하는 등 간극이 커 합의점을 쉽게 찾지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양사간 협상 결렬시 오는 2030년까지 약 215조 규모로 성장할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SK이노베이션이 도태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의 유동성 자산 규모가 대략 1조8000억원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어떻게 해서든 LG에너지솔루션과 합의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아야하는 처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양측의 인식 차이가 합의금 액수로 나타난다”며 “의견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맥락에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SK그룹이 빈그룹과의 협력관계를 활용, LG전자 MC사업본부 매각 협상에서 우호적 조건을 만들도록 노력하고, 그 영향으로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간 배터리 협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것을 SK측도 인식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배터리 협상과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 인수설, SK그룹이 보유한 빈그룹 지분을 연계시켜 생각하기는 어렵다”며 “배터리 분쟁과 별개로 의사소통과 협업 차원에서 SK가 빈그룹에 투자한 만큼, 다른 사업간 M&A와 관련한 영향력을 행사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LG와 SK 양측 모두 협상의 의사는 분명이 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SK는 물론 LG역시 가능한 모든 방안을 검토해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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