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미래] ①만년적자에도 뉴욕상장...'성공' 자신하는 이유는
상태바
[쿠팡의 미래] ①만년적자에도 뉴욕상장...'성공' 자신하는 이유는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2.21 11: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송’과 ‘물류’로 시장 점유율 확장 중
IT기술과 오프라인 물류센터의 만남
고객 수 점점 많아져…사업 확장의 기반 마련
단기성에 연연 않고 장기 비전에 '집중'
쿠팡이 지난 12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S-1)에 소개된 쿠팡. 사진=SEC
쿠팡이 지난 12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S-1)에 소개된 쿠팡. 사진=SEC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쿠팡이 11년 만에 미국 뉴욕증권거래소로 직행한다. '만년 적자 기업'이라던 쿠팡 기업가치는 500억 달러(55조원)를 상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통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으로 확보한 투자금으로 쿠팡이 아마존을 벤치마킹해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 전망한다. 3편에 걸쳐 쿠팡의 미래를 분석한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쿠팡이 지난 12일(현지시각) 본문만 196쪽에 달하는 상장 신고서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측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기업공개(IPO)를 위한 9부 능선을 넘었다. 

쿠팡의 상장 준비는 차분히, 그러나 공격적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8월 미국 뉴욕에서 전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기업설명회(로드쇼)를 진행했을 당시, 쿠팡이 투자자에게 제시한 기업가치는 약 130억 달러(약 15조 원)였다.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쿠팡의 기업가치는 3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대표적인 경제신문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쿠팡의 IPO에 대해 “2014년 알리바바그룹 이후 가장 큰 외국 회사의 상장이 될 것”이라며 “쿠팡의 기업가치가 500억 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때 자본잠식에 빠지기도 한 ‘만년 적자’ 쿠팡이 어떻게 사업을 펼치고 있지도 않은 뉴욕 시장에서 500억 달러(55조4000억 원)에 이르는 몸값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 

쿠팡 가입 연차에 따른 구매 금액 증가율. 사진=SEC
쿠팡 가입 연차에 따른 구매 금액 증가율. 사진=SEC

가파른 韓 이커머스 성장, 가속도 붙은 쿠팡

쿠팡은 자체 분석을 통해 한국 이커머스 시장 규모가 지난 2019년 1280억 달러(141조 원)에서 오는 2024년 2060억 달러(228조 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현재 4위인 일본(1870억 달러)은 물론, 3위인 영국(1536억 달러)까지 가뿐히 제치고도 남는 수준이다.

3년 안에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의 가능성이 있는 시장에서 승기를 잡는다면, 이는 단순히 국내 점유율 1위 이상의 파급력이다. 

더 놀라운 건 쿠팡의 성장 속도다. 쿠팡의 지난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13%에 그쳤다. 1위인 네이버(17%)와는 아직 차이가 있다. 

하지만 쿠팡을 이용하는 고객 수, 상품 구매액, 재구매율 등은 모두 상당히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쿠팡이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었던 이유다.

실제로 지난 달 쿠팡은 해외 기관투자자들로부터 한국 내 점유율이 너무 낮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한국에서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내용을 파운더스 레터에 실으면서 투자자들을 설득시켰다. 

쿠팡의 자신감은 곧 상장 신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지난해 쿠팡에서 제품을 한 번이라도 구입한 적 있는 고객 수는 지난해 4분기 기준 1480만 명으로, 2019년 동기 대비(1180만 명) 25.9% 늘었다. 한국인 10명 중 3명 꼴로 쿠팡을 이용한 셈이다. 

또 기존 고객들의 재구매율이 2020년 기준 90%에 달하고, 구매 금액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4분기에만 1인당 평균 256달러(28만 원)를 구매했다. 1년 전과 비교했을때 59% 증가한 수준이다.

더구나 전체 고객의 32%에 이르는 470만명은 로켓와우 멤버십 가입자다. 이들은 미가입자 대비 4배 이상 구매한다. 한마디로 돈을 잘 쓰는 충성고객들이 많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온라인 쇼핑 성장 속도가 통상 20%인데, 쿠팡 성장 속도는 그걸 뛰어 넘는다”면서 “지금은 2위지만 로켓 배송과 자체 물류센터라는 강점을 가지고 있어 머지 않은 미래에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쿠팡 물류센터 직원들이 진열대에서 고객에게 배송할 제품을 골라내고 있다. 사진제공=쿠팡
인천 쿠팡 물류센터 직원들이 진열대에서 고객에게 배송할 제품을 골라내고 있다. 사진제공=쿠팡

‘로켓배송’의 기반이 된 기술 혁신

쿠팡은 지난 2020년 말 기준으로 전국 30개 도시에 100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확보하고 있으며, 국내 인구의 70%가 쿠팡 물류센터에서 7마일(약 11.3km) 이내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순히 많은 물류센터를 확보하고 있다는 이유로 새벽배송과 당일배송이 가능하진 않다.

기술 기반 플랫폼을 통한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융복합 시너지는 쿠팡만의 경쟁력이다. 100개 이상의 물류센터는 쿠팡의 데이터 시스템을 기반으로 움직인다.

쿠팡 앱에서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 ‘애플워치’를 주문해도 다음날 오전 중이면 집 앞에 도착해 있다. 고객이 직접 매장을 다녀오는 것보다 더 빠르게 받아볼 수 있는 것이다.

쿠팡은 제품을 일반 물류센터처럼 카테고리나 종류별로 구분해 보관하지 않고 종류 구분 없이 소량씩 배치하는 랜덤스토우(Random Stow) 물류 보관 기술을 사용한다. 아마존과 똑같다. 제품을 아무 곳에나 ‘무작위로(random) 집어넣는(stow)’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고도의 알고리즘으로 제품별 배치를 설계한 것이다.

또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AWS)를 기반으로 한 대규모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 주문량 폭증에도 시스템 대응을 할 수 있으며, 수 백 만개의 셀렉션과 이를 단 몇 시간 만에 처리하는 오프라인 기반 물류인프라 등도 갖춰져 있다. 쿠팡이 자랑하는 ‘로켓배송’과 ‘로켓제휴’가 가능한 이유다. 

쿠팡, 가두리 양식으로 한국 장악할까 

전자상거래는 한번 시장에서 확고한 우위를 차지하면 시장점유율 50%를 넘기는 건 어렵지 않다. 미국 시장의 선두주자인 아마존도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이 50%에 이른다.

김 교수는 “현재 작년 기준 전체 소매 매출이 500조 원 중 170조원이 온라인 쇼핑이며, 온라인 쇼핑 가운데 70%가 모바일 쇼핑이다”면서 “스마트폰 중심으로 모든 기업이 재편이 되고 있는데 쿠팡은 애초 모바일 중심으로 혁신을 잘했다”고 말했다. 

이어 “쿠팡은 (많아지고 있는) 고객들의 정보와 커지고 있는 물류센터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을 할 걸로 보인다”고 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사진제공=쿠팡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사진 왼쪽)과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사진제공=쿠팡

쿠팡의 최대주주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이미 이러한 상황이 도래할 것을 예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은 지난 2018년 쿠팡에 20억 달러를 추가 투자했을 당시, 비전펀드의 성과를 발표하는 설명회 자리에서 “쿠팡은 한국의 아마존에 해당하는 회사로,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압도적인 1등이고 급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쿠팡은 성장 의지가 확고하다. 상장 신고서에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단기적인 재무성과를 포기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당분간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데 올인하겠다는 의미다. 

2월 초만 해도 쿠팡이 특허청에 출원한 상표 건수는 132개였는데, 19일 기준으로 140개다. 지난해 쿠팡의 상표권 출원 건수가 758건이고, 한 달 평균 63건 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올 들어 두 달도 채 안 되는 동안 전년 대비 두 배가 훌쩍 넘는 상표권을 출원했다. 

쿠팡은 강력한 기술 기반 플랫폼과 커지고 있는 고객 수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업을 영위할 계획이다. 현재 하고 있는 ▲풀필먼트(로켓제휴) ▲클라우드(클라우드스토어(가제)) ▲미디어(쿠팡플레이) ▲배달(쿠팡이츠)도 확장시켜 나가면서 동시에 중고차 사업, 보험업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압도적인 고객 빅테이터를 적극 활용한 멀티 플랫폼을 구축이 성공한다면 시너지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는 국면이다.   

쿠팡은 이번 IPO를 통해 최소 10억 달러(1조1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 공포와 이에 따른 국채금리 상승으로 미 주식 시장이 주춤하는 모양새라 시장 일각에서는 원하는 수준의 자금을 조달하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기우에 불과하다는 게 중론이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사람들이 정책기관의 장기적인 저금리 유지 계획을 인식하게 되면 현재 나타나고 있는 주식시장 조정은 마무리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제는 점점 코로나19에 관한 우려는 줄어들고, 민간 부분 회복이 나타나기 시작할 것으로 본다”면서 “쿠팡이 상장하는데 있어 악재라고 할 수 있는 큰 이슈는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