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의 이유있는 변신...통신사 넘어 '구독경제 플랫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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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의 이유있는 변신...통신사 넘어 '구독경제 플랫폼'으로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1.02.17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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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가입자 2900만명 확보...AI·빅데이터 활용도 높아
"요금체계와 멤버십 포인트로 구독경제 생태계 구성 가능"
해외 사업자, 자회사 적극활용..구독경제 영역 넓힐 듯
SKT는 올해 구독경제 모델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사진=SKT블로그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산업계 전반에서 구독경제 모델을 확대하는 가운데 SKT가 이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플랫폼 기업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구독경제는 일정 금액을 지불한 소비자가 정기적으로 필요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받아보는 서비스를 말한다. 구독경제 시장은 식음료 배송 등 유통업계뿐만 아니라 네이버·카카오·넷마블 등 IT기업과 현대차 등 완성차 업계까지 가세하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17일 SKT 관계자는 “구독경제 서비스는 V컬러링 등 이미 시작한 부분도 있고 내부적으로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는 중”이라며 “한 번에 상품 몇 종을 한꺼번에 공개하는 게 아니고 단계적으로 범주를 늘려가는 방식으로 서비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T 지난 3일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금년 MNO(이동통신사업)는 AI 플랫폼 기반 구독형 컴퍼니로 진화해 나가고자 한다”며 “이동전화 회선 또는 스마트폰의 틀을 넘어서는 다양한 구독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며 구독자 또한 SK텔레콤 이동전화 고객에 한정하지 않고 전국민을 대상으로 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SKT가 교육, 여행, 모빌리티, 식음료 등을 추가하며 구독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SKT는 구독경제 플랫폼되고자 할 것"

전문가들은 구독경제 분야에서 SKT의 성장성이 큰 이유로 ▲2900여만명의 이동통신 가입자 ▲인공지능(AI)·빅데이터 경쟁력 ▲ 요금체계와 멤머쉽 포인트 등을 활용한 외부업체와 협력 등을 꼽는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2900만 가입자를 확보한 SKT가 축적한 데이터를 활용해 구독경제 모델을 강화하면서 플랫폼 사업자가 되려고 하는 것”이라며 “쿠팡 기업가치가 55조로 추산되는 이유 역시 1500만 가입자를 기반으로한 구독경제 플랫폼 경쟁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SKT가 텔레콤 사업자에서 구독경제 플랫폼 사업자가 되면 사업 확장 가능성이 완전히 달라진다”며 “KT나 LG유플러스와는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사업자가 된다”고 덧붙였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SKT가 확보한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자는 2926만1390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41.5%를 점유한 시장 1위 사업자다. 점유율 24%를 차지한 2위 사업자 KT 보다 1000만명 이상의 고객 정보를 더 가지고 있다. 

핸드폰 요금 납부 방식을 구독경제 과금 체계에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사진=픽사베이

SKT는 지금까지 고객이 매달 지불하는 통신비에 인터넷TV(IPTV), 영상 컬러링인 V컬러링,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플로(FLO)와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서비스(OTT) 웨이브, 클라우드 게임 등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구독경제 영역을 점차 넓혀왔다. 

이학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는 “구독경제 모델에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SKT는 빌링(과금체계)역시 강점”이라며 “구독경제에서는 빌링(과금)역시 복잡하고 중요한 요소인데 핸드폰 요금과 멤버십 포인트를 구축한 SKT는 이를 활용해 플랫폼 구축이 가능한 사업자”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과 협력으로 경쟁력 강화할 수도 

이동통신 가입자의 멤버십 포인트를 활용해 추가 요금 결제 없이도 꽃, 커피, 식음료, 양말 등 구독 사업 모델을 확장할 수 있는 분야가 넓어 사업 확장성이 용이하다는 평가다. 이를 위해 SKT는 공산품 제조 중소기업들과도 협력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가입자를 몰아주는데 통신사보다 유용한 파트너는 없다”며 SKT는 5G 등이 보급되면서 매월 10만원 가까운 통신비를 내는데 익숙해진 소비자를 수천만명 규모로 확보하고 있어 추가 서비스를 붙이기 쉽다며”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유통업계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으로 사업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독경제가 중요한 트렌드로 성장하고 있다. 현재 구독 비즈니스를 위한 마땅한 플랫폼과 과금 방안이 없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SKT와 협업을 거부할 이유역시 딱히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SKT가 중소기업에겐 구독경제 플랫폼이 될 수도 있다. 사진=픽사베이

조혜정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플랫폼과 AI 등 데이터 활용이 어려운 중소기업이 그동안 성장하고 있는 구독 비즈니스모델을 적용하는데 있어서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며 “SKT같은 대기업이 혼자 다할 수 없는 부분을 중소기업이 참여해 협력하고 제도적 차원에서 상생을 추구할 수 있다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곧 SKT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 구독경제 특성상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내는 고객의 수가 많아지면 ‘규모의 경제’ 효과가 발생한다. 가입자 성향을 분석해 수익률과 성공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사업 진출이 쉬워진다. 다양해진 사업 모델을 기반으로 개인별 맞춤화 서비스를 제공하면 경쟁사와의 격차는 더 커질 수 있다.

이렇게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야가 다양해지면 SKT, 11번가 등 SKT자회사-중소기업과 스타트 업 등을 잇는 구독경제 플랫폼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Lock-in(락인) 효과=구독경제 선순환'

SKT의 또 다른 강점은 비통신 자회사와 경쟁력 있는 해외 사업자를 구독경제에 활용할 역량을 갖췄다는 점이다. SKT는 당장 구독경제 서비스에 티맵모빌리티, 11번가, ADT 캡스, 플로, 웨이브 등 자회사를 활용할 수 있다. SKT는 지난해 11번가 커머스 사업 혁신을 위해 아마존과 지분 참여 약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서 카카오와 경쟁 중인 티맵모빌리티는 지난해 12월 출범 당시 “구독 서비스 형태로 내비게이션·택시호출·대리운전·차량공유·렌터카·주차·전동킥보드·대중교통 나아가 플라잉카까지 아우르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 가구가 교통비로 월평균 35만원을 지출하는데, 관련 시장에 구독경제 모델을 도입해 가구당 교통비 지출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티맵모빌리티 구독 모델을 SKT 구독모델과 결합하면 구독 모델 사업 생태계는 다시 한 번 큰 폭으로 넓어진다.

구독 사업 생태계가 넓어질수록 매월 일정 구독료를 내는 구독경제 특성상 이용자의 다른 서비스 이용이 제한되는 잠금효과(Lock-In Effect)도 강해진다. 이는 곧 구독경제 영역을 확대할 때 해외 사업자를 상대로 SKT의 협상력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SKT 관계자는 “SKT 자회사나 SK그룹 계열사와의 협력만을 보는 것은 좁은 시각”이라며 “구독경제는 해외 파트너는 물론 경쟁사하고도 경계를 뛰어넘는 초협력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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