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행 쿠팡, 다 계획이 있었을 것"...전문가 내놓은 3가지 근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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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행 쿠팡, 다 계획이 있었을 것"...전문가 내놓은 3가지 근거는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2.17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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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쿠팡LLC', 미국 델라웨어州 위치
기업가치·자금조달 모두 美증시가 낫다고 판단
경영진도 미국인·보상체계도 미국스타일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사진제공=쿠팡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사진제공=쿠팡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쿠팡이 한국 증권시장 대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자, 그 이유로 “한국 규제가 싫어서 미국 간 거다”는 식의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차등의결권’이 쿠팡의 코스피나 코스닥 상장에 발목을 잡았다는 거다. 쿠팡이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S-1)에서 창업자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에게 차등의결권을 부여한 게 계기다. 김 의장만 소유할 수 있는 주식(클래스B)의 1주당 의결권이 일반 주식(클래스A)의 29배에 이른다. 

한국은 주식회사에 '주주평등의 원칙'이 적용돼서, 1주당 1의결권을 주고 투자한 만큼만 의결권을 갖는다. 우리나라는 재벌들이 적은 지분을 갖고서 순환출자 형태로 여러 기업을 지배하는 기형적인 지배구조가 많은데, 차등의결권을 부여할 경우 부작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이 기술개발을 위한 자금조달 목적으로 기업 공개 등에 나설 경우 자칫 창업주가 투자자보다 보유지분율이 낮아져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 

때문에 김 의장이 쿠팡 경영권을 확보하고자 사업활동의 주 무대인 한국을 뒤로하고 생면부지인 미국으로 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개인 SNS에 쿠팡과 차등의결권에 관련해 개인 의견을 작성했다. 사진=박상인 교수 페이스북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개인 SNS에 쿠팡과 차등의결권에 관련해 개인 의견을 작성했다. 사진=박상인 교수 페이스북

①상장 예정인 본사 ‘쿠팡 LLC’, 미국에 있다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에 대해 따져보자면, 한국의 쿠팡 지분을 100% 가지고 있는 모기업인 미국 델라웨어주 소재 ‘쿠팡LLC’(현 쿠팡INC)가 뉴욕증시에 상장하는 것이다.

당연히 미국에 있는 본사가 상장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미국 증권시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했을 가능성이 높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개인 SNS에 “사업회사인 국내 쿠팡은 미국 Coupang LLC의 100% 비상장 자회사이고, 미국 모회사의 상장이후에도 여전히 100% 비상장 자회사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보수 언론과 경제지들이 쿠팡이 한국 증시에서 상장하지 않은 이유가 차등의결권 주식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곡해하고 있다”며 “전혀 근거 없는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정호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간사 역시 지난 16일 성명을 통해 "당초 미국 내 투자유치를 위해 설립된 회사이기 때문에 국내 증시에 상장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쿠팡이 지난 12일(현지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S-1) 표지. 사진제공=SEC
쿠팡이 지난 12일(현지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S-1) 표지. 사진제공=SEC

②기업가치·자금조달, 모두 뉴욕증시서 해결하겠단 의도

오히려 쿠팡은 제대로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기업공개 후 더 많은 자금조달을 위해 뉴욕으로 향했다는 게  더 설득력 있다.

뉴욕 증권거래소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자본시장인 만큼, 쿠팡은 원하는 수준의 기업가치평가와 누적 적자를 만회하기 위한 자금조달을 위해 한국 증시보다 더 유리했다는 평가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스타임스(FT) 등 외신은 미국 투자은행(IB)로부터 쿠팡이 500억 달러(55조4000억 원)이상의 기업가치(EV)를 받을 걸로 기대했고, 국내 IB업계에서는 최대 60조 원까지 가능하다는 전망도 내놨다. EV는 기업이 일정기간 미래에 벌어들일 평균 수익을 산정한 후 평균 자본비용(이자율)만큼 할인해 산정한다. 

국내 증시에 상장돼 있는 유통업종인 이마트와 롯데쇼핑의 EV는 각각 4조8000만 원, 3조4000만 원대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매출은 쿠팡보다 월등히 높다. 이마트는 지난해 매출 21조3949억 원, 롯데쇼핑은 16조762억 원을 기록했다. 이 두 유통회사보다 매출액이 적은 쿠팡이 미국 증시에서 높은 EV를 받는 다면, 시가총액이 롯데쇼핑이나 이마트를 앞 설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쿠팡은 신고서에 "자사의 성장 계획으로 인해 가까운 미래에 계속해서 대규모 자본 지출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것과 같이, ▲풀필먼트 ▲클라우드 ▲미디어 ▲배달 등 다양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시킬 계획이다. 

하지만 쿠팡의 아킬레스건은 4조5000억원에 이르는 누적적자다. 지난 2018년 이후부터 꾸준히 줄여나가고 있다고 하더라도 아직 재무제표가 탄탄하다고 보기는 힘들다.

공격적인 사업 확장으로 매출액을 꾸준히 늘리고 적자를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국내 증시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투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뉴욕증시 상장이 꼭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쿠팡 상장 신고서에 공개된 쿠팡 임원진들. 사진제공=SEC
쿠팡 상장 신고서에 공개된 쿠팡 임원진들. 사진제공=SEC

③쿠팡, 경영진부터 보상체계까지 '전부 미국식’

더군다나 쿠팡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임원들은 2명 빼고 전부 미국인이다. 김범석 의장마저도 한국계 미국인이다.

미국의 유명 경영진들을 쿠팡으로 포섭한 이유가 지난 2011년 쿠팡 설립 당시부터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했던 김 의장의 의지를 실현시키기 위함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쿠팡 경영진에는 현재 공유택시 우버 시스템을 만든 투안 팸(52)이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자리해 있고, 비상임이사로는 미국에서 벤처캐피털을 운영 중인 닐 메타(36)가 2010년부터 포진해 있다. 지난 1월에는 정보기술 기업을 운영 중인 해리 유(61)가 합류했다. 

특히 최근 상장을 앞두고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고프라브 아난드(45)로 교체하면서 아마존을 닮으려는 쿠팡의 ‘글로벌 DNA’에 힘을 실었다. 신임 CFO는 아마존 클라우드서비스(AWS), 핀테크, 국제 소매업 부문 재무 책임자로 지낸 아마존 통(通)이다.

이렇듯 미국 내 기업 경영 베테랑들이 쿠팡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기업의 보상 체계도 자연스럽게 미국 스타일을 따른다. 

미국은 회사 실적이 좋으면 경영자에게 최고의 보상을 해주는 것이 자연스러운 ‘경영자 천국’이다. 쿠팡은 이를 빼다 박았다. 신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정액 급여 이외에도 조건이 붙은 스톡옵션·장려금 등 다양한 형태의 주식 보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가장 큰 보상을 받은 임원인 투안 팸은 2020년 9월 영입된 후 두 달 만에 2700만 달러(약 300억 원) 상당의 주식을 성과급으로 받았다. 정액 급여(약 9억원) 30배 수준이다. 김 의장 역시 4조원이 넘는 누적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지난해 158억 원의 보상을 받았다. 

최근 SK로부터 시작돼 지금 불길이 번지고 있는 LG전자, 네이버 등 대기업의 '직원 성과급 논란'과 견주어 보았을 때, 이 같은 임원 보상 체계 방식은 국내 정서와는 어긋나는 부분이 적지 않지만, 미국식 사고에선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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