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상승 정점 왔나?...'WTI마저 60달러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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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상승 정점 왔나?...'WTI마저 60달러 돌파'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2.16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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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가격 13개월만에 배럴당 60달러대 회복
명분 잃은 중동 산유국, 원유감산 정책
원유 수요 회복 기대감과 사우디 등 감산 영향
내달 4일 예정된 OPEC+ 회의, 감산 여부 관건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배럴당 60달러대를 넘어선 가운데 오는 3월4일 예정된 OPEC+ 회의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배럴당 60달러대를 넘어선 가운데 오는 3월4일 예정된 OPEC+ 회의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배럴당 60달러대를 넘어섰다.

WTI가 60달러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13개월만이다. 유가가 연일 랠리를 펼치면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한 가운데 산유국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유가 랠리를 뒷받침했던 강력한 요인 중 하나가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조치였는데, 유가가 높아질수록 감산 명분은 약해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역시 산유국들간의 이견이 벌어질 수 있다며, 유가 전망와 관련해 조심스러운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유가랠리 원동력은 "수요회복 + 공급감소"

15일(현지시간) WTI는 배럴당 60.10달러를 기록했다. WTI는 올해 이후 24% 오르며 랠리를 지속중이다. 지난해 11월2일 33달러대까지 떨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3개월여만에 2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WTI를 60달러대 위로 끌어올린 직접적인 요인은 텍사스를 강타한 한파의 영향이다. 한파가 텍사스를 비롯한 여러 지역을 강타하면서 연료 수요가 높아진데다, 텍사스에 밀집해있는 석유 생산시설이 타격을 받으면서 공급에도 차질이 발생한 것. 

텍사스 한파가 유가를 끌어올리기 이전에도 유가는 랠리를 이어왔는데, 여기에는 수급적인 요인이 컸다. 코로나19 확산세가 한 풀 꺾이면서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고 이로 인한 원유 수요 회복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의 감산이 이행되기 시작하면서 공급이 줄어든 점도 유가 랠리의 강한 원동력이 됐다. 

실제로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지난해 4월 이후 감산 합의를 통해 지금까지 원유 생산량 21억배럴 가량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산유국들은 코로나19보다 17% 적은양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연합체인 OPEC+가 1월부터 감산량을 하루 720만배럴로 줄였으나, 사우디아라비아가 2월과 3월 자발적으로 100만배럴 추가 감산 계획을 발표하면서 유가를 지탱하고 있다. 

유가 오를수록 감산 명분 약해져...공급 변수 발생할수도

문제는 유가가 60달러대 위로 상승하면서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을 지속할만한 명분이 약해졌다는 점이다. 유가 랠리를 떠받쳐온 강력한 모멘텀이었던 '공급'에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실제로 지난 1월 OPEC+는 2월 산유량과 관련한 합의에서도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OPEC의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1월의 감산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반면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등은 증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OPEC+는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에만 증산을 허용하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자발적으로 감산에 나서면서 합의를 이룬 바 있다. 

1월초 WTI가 50달러대를 넘나들고 있었던 당시에도 이견이 컸는데, 현재 60달러대까지 올라서면서 3월4일 예정된 회의에서 감산이 지속될 가능성이 더욱 줄어들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전망이다.

컨설팅업체 크리스톨에너지의 최고경영자(CEO)인 캐롤 나클은 "다음 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하루 100만배럴 규모의 생산을 재개해 전세계 공급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선 상황에서 감산 명분이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유례없는 유가 상승은 협상국들 사이에서 긴장을 조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사우디와 러시아의 원유 생산과 관련한 이견은 손익분기점에서 비롯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전체 국가 예산에서 석유산업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손익분기점은 약 66달러대다. 사우디아라비아 입장에서는 현재 수준보다도 유가가 더 올라야 이익이 발생하는 것이다.  

반면 러시아의 경우 손익분기점이 30~40달러로 사우디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BCS글로벌마켓의 분석가인 로널드 스미스는 "석유가 배럴당 45달러 이하라면 OPEC+ 회원국들이 감산에 합의하는 것이 매우 쉽다"면서 "또 65~70달러일때는 모든 회원국들이 증산을 해야 할 때임에 동의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손익분기점이 국가마다 다른 만큼 50~60달러 사이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이해관계가 갈리게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여기에 이라크와 나이지리아 등 그동안 감산 쿼터를 준수하지 않았던 국가들이 3월4일 회의에서 증산을 주장할 가능성도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급이 다시 늘어나는 만큼 수요도 충분히 회복된다면 유가가 현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반면,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유가는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JBC에너지의 유진린델 분석가는 "수요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며 "미래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유가가 혼자 앞서가고 있을 뿐, 현재의 펀더멘털에 비하면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KPMG의 에너지 부문 대표인 레지나 메이어는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개인적인 견해로는 가격 거품이 너무 심각하다"며 "WTI 가격이 58달러 이상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 추이.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 추이.

내달 4일 OPEC+회의, 감산 지속 여부 논의

일부 전문가들은 유가 랠리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반다인사이트의 반다나하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조치, 미국의 한파로 인한 공급차질, 미국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 등 여러가지가 유가 랠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은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눈에 띄게 꺾였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미국 내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5만2785명으로, 5만명대로 줄었다.

미국에서는 지난 1월8일 신규 확진자 수가 30만명대를 넘어선 후 줄곧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고 있고, 경제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만큼 현재 유가는 정상 수준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리스타드 에너지의 석유부문 부사장인 파올라 로드리게스 마시우는 "WTI가 60달러대를 넘어선 것은 오랜 고통 끝에 시장이 마침내 숨통을 틔웠다는 느낌"이라며 "이는 유가 시장이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왔다는 느낌을 준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부 전문가들은 유가가 정상 수준을 벗어났다고 말하지만, 일각에서는 유가가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결국 유가의 향방은 3월 예정된 회의에서 산유국들이 감산을 중단할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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