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개미투자자 집결지된 '레딧' 주의보...이젠 '대마초'까지 묻지마 투자
상태바
美, 개미투자자 집결지된 '레딧' 주의보...이젠 '대마초'까지 묻지마 투자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2.15 15: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약용 대마 생산 '틸웨이·선다이얼·오로라캐너비스' 동반 급등
'결과는 레딧 참패'...단기 상승 후 상승폭 반납
레딧 투자자들 "미 대마초 합법화 기대"
미국 대형 커뮤니티 레딧의 주식토론방에서 대마초 관련 종목들이 거론되면서 해당 기업들의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대형 커뮤니티 레딧의 주식토론방에서 대마초 관련 종목들이 거론되면서 해당 기업들의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미국 주식시장에서 대마초 관련주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임스톱과 은(銀) 가격 등을 끌어올렸던 미국 대형 커뮤니티 레딧의 주식토론방 월스트리트베츠 (WSB)에서 대마초 관련 주식이 언급되면서 관련 종목의 주가가 요동을 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모멘텀과 전혀 관계가 없는 주식들이 치솟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레딧 군단의 최근 관심은 '대마초'"

미 증시에서 이른바 '레딧 군단'의 힘은 상당히 막강해졌다. 

특히 레딧 군단들이 가장 먼저 주목했던 게임스톱 주가가 불과 일주일만에 8배 이상 급등하는 것을 경험한 투자자들은 레딧 군단이 어떤 종목에 관심을 갖는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간) "대마초 관련주는 레딧 군단을 중심으로 주가가 요동을 친 가장 최근의 주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데이터 제공업체인 퀴버 퀀티터티브에 따르면, 지난 10일 월스트리트베츠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상위 5개 기업 중 3개가 대마초 관련 회사였다. 

반다리서치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2월초 이후 대마초 관련 주식에 440만달러 이상을 투자했는데, 이는 전월의 2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월스트리트베츠에서의 거론은 엄청난 자금유입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는 주가의 폭등세였다. 

캐나다 의료용 대마초 회사로 미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틸레이는 지난 10일 장 중 67달러대까지 치솟았다. 8일 25달러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불과 이틀만에 2배 이상 치솟은 것이다. 온라인 주식 플랫폼인 로빈후드 앱에서 11일 두번째로 거래량이 많은 종목으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금요일에는 다시 29달러대로 주저앉으며, 상승폭의 대부분을 반납하기도 했다.

틸레이의 경우 영국 제약사 그로우파마와 광급계약을 체결한 것이 호재가 되기도 했으나, 레딧에서 거론된 이후 주가 급등세가 두드러졌다.  

캐나다 대마초 회사인 선다이얼 역시 로빈후드 앱에서 11일 가장 많은 거래량을 기록한 주식이었다. 선다이얼은 8일 1달러대에서 출발한 후 11일에는 4달러까지 치솟았다. 12일 2달러대로 다시 떨어졌으나, 주간 상승률은 83% 수준에 육박했다. 

캐나다의 대마초 회사인 오로라캐너비스의 움직임도 화려하다. 뉴욕 주식시장에서 지난 5일까지 12달러대에 머물던 이 회사 주가는 10일 한 때 19달러대에 육박했고, 이후 12일 다시 12달러대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전형적인 투기적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모닝스타의 벤 존슨 패시브펀드 리서치 담당 이사는 "걷잡을 수 없는 황소 떼가 '밈(meme)' 주식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며 "오늘의 그들의 관심 분야는 대마초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밈'이란 '모방'이라는 뜻으로, 온라인 상에서 유행어 등을 모방해 새로운 영상을 만드는 것을 일컫는다. '밈 주식'이라고 하면 온라인 상에서 너도 나도 달려들어 투자에 나서는 주식을 말한다. 대표적인 밈 주식이 바로 게임스톱이다. 

문제는 이같은 밈 주식의 운명(?)이 지나치게 짧은데다, 옮겨가는 속도도 지나치게 빨라졌다는 점이다. 이는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투자에 나설 때 적지 않은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뜻도 된다. 

반다 리서치의 수석 전략가인 패텔 비라즈는 "레딧, 트위터 등에서 어떤 종목들이 거론되면 상당한 자금이 유입되면서 주가를 끌어 올리는 것을 볼 수 있다"며 "특히 투자자들이 어떠한 종목 등에서 빠져나와 아주 빠르게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이는 매우 드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레딧 투자자들 "합법화 기대...장기적으로 큰 기회"

대마초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순식간에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레딧의 일부 투자자들은 여전히 "장기적으로는 큰 기회"라며 낙관론을 피력하고 있다. 대마초는 미 연방 차원에서 여전히 불법으로 남아있는데, 올해 연방 차원에서 합법화될 경우 그 수혜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과 함께 여러 주에서 치러진 대마초 합법화 여부를 결정짓는 선거에서 많은 지역들이 대마초 합법화 법안을 통과시켰고 12월에는 '대마초 합법화 법안'이 미 의회 하원을 통과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해 대마초 사용과 관련해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한 때 대마초 관련주들이 바이든 테마주로 분류되기도 했다. 

CNBC에 따르면, 현재 오락용 대마초 사용을 합법화한 주(州)는 총 15개주다. 파이퍼 샌들러의 분석가들은 연방차원에서 오락용 대마초 사용이 합법화된다면 2030년까지 대마초 1150억달러의 시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틸레이 주가 추이.
틸레이 주가 추이.

합법화 모멘텀과 최근 급등한 종목 연관성 없어

하지만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모멘텀이라고 여기는 '합법화' 수혜가 최근 급등세를 보이는 종목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틸레이, 선다이얼, 오로라캐너비스는 모두 캐나다 대마초 기업들이다. 캐나다의 경우 대마초 생산이 합법적이기 때문에 미국 거래소에도 상장할 수 있는 반면, 미국 기업들은 대마초가 연방정부 차원에서 여전히 불법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대마초 관련 기업들이 상장을 못하고 있는 상태다.

설령 미 연방정부에서 대마초를 합법화한다 하더라도 캐나다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뚜렷한 길을 갖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내 합법화 기대감으로 캐나다 기업들의 주가가 오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풋힐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코레이 바우어는 "투자자들이 너무 앞서갔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캐나다 대마초 회사 주식을 사들이고 있고, 이들 기업은 미국에서 합법화가 추진된다 하더라도 직접적인 수혜자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들이 캐나다 기업에 돈을 쏟아붓는 것이 미국 연방정부의 합법화 혜택을 기대하는 투자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지금까지는 미국 대마초에 투자할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으로 캐나다 대마초 기업들에게 일종의 '대리 투자'를 해왔다"면서 "하지만 올해 미국의 오락용 대마초 합법화 전망이 밝아진다면 미국 기업과 캐나다 기업간 동등성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대마초 기업에 투자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캐나다 대마초 관련 기업들이 각광을 받았지만, 미국의 기업들이 합법적으로 상장할 수 있게 된다면 캐나다 기업들에 대한 투자 매력도는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언론은 "캐나다 대마초 기업들은 미국의 합법화 노력이 탄력을 받는다 하더라도 미국 시장에 지품을 판매할 수 있는 뚜렷한 길을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들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여전히 입증되지 않은 점도 큰 부담이다. 

오로라캐너비스의 경우 앞서 지난해 10~12월 분기에는 조정 EBITDA(상각전 영업이익)를 플러스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직전분기(2020년 7~9월) 1050만달러 손실보다도 더 악화된 1210만달러의 대규모 손실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팩트셋에 따르면 월가에서는 오로라 캐너비스가 주당 0.31센트의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주당 1.37달러의 순손실을 기록, 예상보다도 크게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금융정보 사이트인 시킹알파는 "분석가들은 오로라 캐너비스 주주들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훨씬 더 큰 고통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했다"며 "실적을 보면 오로라 캐너비스의 주가는 정당화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주주들은 현재의 가격을 이용해 이 주식을 매도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TFMG의 뱅킹 및 대마초 전문가인 제이슨 윌슨은 "지난 며칠간 가격 상승세가 매우 강했던 점을 감안할 때 향후 대마초 주가의 변동성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