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는 원자재] ②원자재 시장, 슈퍼사이클 도래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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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대는 원자재] ②원자재 시장, 슈퍼사이클 도래했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2.1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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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철광석·옥수수 등 일제히 가격 급등
광범위한 원자재 가격 전반적으로 오르는 일은 드물어
슈퍼 사이클 진입 여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 엇갈려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각광받는 만큼 랠리 이어질 듯
경제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구리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제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구리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코로나19의 긴 터널의 끝이 보이고,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으면서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를 점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월가에서는 투자자들에게 원자재의 비중을 늘리라는 투자 조언도 내놓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있고, 코로나19 백신의 효과가 나타난다면 경제회복이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원자재 수요가 회복되면서 가격도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구리·철광석·곡물 가격 등 일제히 급등 

경제의 바로미터로 여겨져 '닥터코퍼'라는 별칭도 갖고 있는 구리는 지난해 3월말 톤당 4600달러대까지 떨어졌다가 지난 1월 톤당 8100달러대까지 올랐다. 이는 2013년 이후 최고치다. 

철광석 가격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 철광석 가격은 톤당 160달러선까지 올라서며 2011년 9월 이후 1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첨단산업 핵심 소재인 희토류 가격이 1년 전의 2배 수준으로 오른 것은 물론 옥수수 가격을 비롯한 곡물가격도 일제히 급등했다. 옥수수는 1부셸당 5.5달러에 육박하는데, 이는 2013년 이후 7년여만에 최고치다.

미국 농무부는 "전세계 콩의 3분의 2를 수입하는 중국에서 엄청난 수요를 보임에 따라 상품 가격이 상승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자산관리 전문기관인 서머헤븐이 추종하고 있는 27가지 원자재 바스켓으로 구성된 지수는 1월 중순까지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달성했다. 

서머헤븐의 커트 넬슨 전략가는 "이것은 정말 드문 일"이라며 "우리는 과거 50년을 돌아봤지만, 모든 원자재 가격이 한꺼번에 오르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기조로의 전환이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원자재의 수요가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앞서 청정에너지 및 기후변화 대응 인프라 구축을 위해 향후 4년간 2조달러를 투자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친환경 전환을 위한 각종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구리를 비롯해 철광석, 은 등 각종 원자재 수요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구리가 필수적으로 활용되며, 태양광 설비를 위해서는 은이 필수 원자재
로 꼽힌다. 

FT는 "초록색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갈색 금속이 필수적"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원자재 슈퍼사이클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와

이같은 점을 감안할 때 원자재 가격의 강세 흐름은 물론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고 보는 분석가들도 나오고 있다. 

FT는 "일부 투자자들과 분석가들은 최근의 원자재 가격 강세는 업종 전반의 강세장의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며 "유가와 금속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0년대의 슈퍼사이클의 반복을 예상하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21년 상품 전망을 V자 형태로 제시하는 것은 아주 쉽고 대체로 정확하다"면서 "하지만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V자형의 상품가격 회복이 훨씬 더 길고 구조적인 강세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슈퍼사이클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스위스의 투자은행인 줄리어스베어의 노르베르트 뤼커 이코노미스트는 "역사적으로 볼 때 슈퍼사이클은 30~40년마다 일어났는데, 가장 마지막은 2000년대 중국의 산업화 당시였다"며 "사이클 전환이 그렇게 빠르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볼 때 이번 움직임을 슈퍼사이클로 보기에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자산관리 기관인 나인티원의 조지 쉐블리 포트폴리오 매너지는 "원자재 시장이 사이클적인 회복에 나서고 있는 상황은 맞지만, 이것은 미국과 중국, 유럽 지역에서의 공급 차질과 관련이 있다"며 "더 광범위한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2~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되는 옥수수 3월물 가격 추이.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되는 옥수수 3월물 가격 추이.

달러화 약세 속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원자재 각광 

슈퍼사이클이 도래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당분간 원자재 랠리가 이어간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특히 최근 달러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고 있고,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를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달러 약세는 원자재 가격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원자재가 주로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를 보인다.

여기에 세계적으로 저금리 환경이 지속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는 점도 헤지 수단으로서의 원자재 가치를 높여주는 부분으로 해석된다. 

코어 커머디티의 엘리엇 갤러는 "미국 달러화의 약세, 저금리 기조, 인플레이션 우려 등 상품 시장의 거시경제적 환경은 최근 10년래 가장 강력하다"며 "펀드 매니저들이 앞다퉈 인플레이션의 헤지 수단으로 원자재 비중을 늘리는 점도 수급적 강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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