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국내 OTT] ① 치열해진 ‘오리지널’ 제작 경쟁...'넷플릭스'넘어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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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국내 OTT] ① 치열해진 ‘오리지널’ 제작 경쟁...'넷플릭스'넘어설 수 있을까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1.02.12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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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몇 년간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구도 피할 수 없어"
시작부터 지는 싸움...디즈니·HBO는 IP홀더
체급차이 넘어서는 '콘텐츠 선순환 구조'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라인업. 사진=넷플릭스 캡처
연휴가 대목이었던 지상파 방송사의 ‘특선영화’ 인기가 시들해졌다. OTT(Over the Top·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안방 극장을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코로나19로 영화관을 찾는 관객이 줄면서 개봉예정작이 넷플릭스로 직행하기도 했다. 올해는 디즈니+·HBO맥스·애플TV 등 해외 OTT가 한국에 진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OTT간 피할 수 없는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이 시작됐다고 이야기한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OTT시장에서 자본력이 필요한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이 심해질수록 넷플릭스 영향력은 강해지고 국산 OTT 경쟁력이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OTT 경쟁력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평가하는 구도 자체가 국내 업체를 ‘승산 없는 싸움’으로 끌어들이는 셈"이라며 국내 OTT 업계 앞날을 걱정했다.    

그는 이어 “넷플릭스만큼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은 없다”며 “자본을 투자해 실패하지 않을 배우를 캐스팅하고 능력있는 작가와 감독, CG(컴퓨터그래픽)에 글로벌 마케팅까지 활용하면 사실상 경쟁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오리지널 콘텐츠는 플랫폼 또는 채널 사업자가 직접 투자에 참여해 제작한 자체 콘텐츠를 말한다. 넷플릭스는 지난 2013년 회당 100억원의 제작비를 투자해 만든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독점 공개하며 가입자를 유치하고, 다른 콘텐츠 시청률까지 상승하는 효과를 경험했다. 이후 오리지널콘텐츠는 OTT업계에서 가입자 확보를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됐다. 

국내 OTT업계의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이 분야에서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올해 디즈니 플러스와 HBO맥스, 아마존프라임 등이 들어온다고 하는데 향후 몇 년간 오리지널콘텐츠 경쟁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콘텐츠 투자비 전망. 자료=한화투자증권

문제는 이 같은 자체 제작 콘텐츠 경쟁은 이미 시작하는 지점에서 승자가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콘텐츠만큼 규모의 경제 효과가 확실한 분야가 없다고 말한다. 

웨이브, 왓챠, 카카오TV, 네이버TV, 쿠팡플레이, 씨즌, U+TV 등 국내 OTT 업계는 올해 오리지널 콘텐츠 강화를 위해 거액의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티빙이 향후 3년간 4000억원, 웨이브가 올해 900억원 등을 집행할 예정이다. 업계가 공개한 투자액이 ‘머니게임’이라 불릴만큼 엄청난 규모지만 글로벌 사업자 넷플릭스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전 세계 2억400만 가입자를 확보한 넷플릭스는 영업이익률을 5~6%로 유지하면서 매출액에 버금가는 금액을 콘텐츠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태나 흥국증권 연구원은 "넷플릭스의 올해 콘텐츠 투자 예상액은 200억달러(한화 약 22조원)로 추정한다”며 “올해 한국에만 최대 8400억원까지 투자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디즈니+가 국내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HBO맥스, 디즈니+ 등 올해 진출 예정인 해외 OTT는 자체 지적재산권(IP)를 보유한 기업이라는 점도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에서 국내 OTT업체들이 불리한 이유다.

디즈니+는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의 자체 IP를 보유한 100년 전통의 종합 콘텐츠 그룹사가 운영한다. HBO맥스는 워너미디어가 서비스한다.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등 인기 영화를 배급한 워너브라더스와, 밴드오브브라더스·체르노빌 등으로 유명한 케이블 방송국 HBO 등이 같은 그룹사 소속이다.  

이 같은 경쟁 구도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OTT 시장 규모는 7801억원 수준이다. 수천억원 규모 투자를 매년 반복할 수 없는 시장 규모인데 콘텐츠 투자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OTT 플랫폼 업체의 한 관계자는 “콘텐츠라는 게 아무리 큰 돈을 투자해도 실패할 수 있는 사업”이라며 “할리우드 사례를 보면 천억이 넘는 돈을 들여서 유명 배우, 감독을 썼지만 실패한 사례가 셀 수 없이 많다”고 말했다.

HBO맥스를 서비스하는 워너미디어 그룹은 영화 배급사, 케이블 방송사 등 수많은 자체 콘텐츠를 갖고 있다. 사진=워너미디어 홈페이지 

이어 “오리지널 콘텐츠에만 집중하면 운 좋게 투자금을 ‘영끌’해서 연속으로 10편을 성공시켜도 11번째에 실패하면 가입자 이탈이 발생하는 게 시장"이라며 "콘텐츠가 매우 중요하다는 건 모두 인정하지만 한 두 편의 콘텐츠 성패가 OTT플랫폼 운영에 큰 영향을 주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내 OTT 플랫폼 관계자는 "오리지널 콘텐츠라는게 직접 투자해서 만들 수도 있는거지만 우리만 수급하는 콘텐츠를 의미할 수도 있다"며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수급하는 노하우와 역량으로도 경쟁력 확보가 일정 부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종관 한국OTT포럼 이사(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는 “지난 CES 발표를 보면 OTT 경쟁력 확보를 위해 콘텐츠 오리지널리티가 단기적으로는 가장 필수적 요소라 강조한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최적화된 추천 시스템 등 차별화된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OTT 플랫폼 대전쟁'의 저자 고명석 작가는 “한 통신사가 서비스하는 OTT의 경우 넷플릭스보다 많은 수의 콘텐츠를 확보했으면서도 출범 1년이 지나도록 추천 큐레이션 서비스를 도입하지 않았다”며 “콘텐츠 확보에만 열중하면 오히려 ‘콘텐츠 트랩’에 걸려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 트랩은 사용자·제품·기능 등 외부와 유기적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양질 콘텐츠에만 집중하면 콘텐츠 소비를 성공시키지 못할 수 있다는 경영이론이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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