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의 '글로벌 넘버원' 또다시 적중?...CJ의 '백조' 된 슈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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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의 '글로벌 넘버원' 또다시 적중?...CJ의 '백조' 된 슈완스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2.11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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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 ‘슈완스’ 힘입어 영업익 1조415억 기록
이재현 회장, ‘글로벌 영토 확장’에 대한 의지 강해
“2021년, 슈완스와 함께 ‘넥스트 만두’ 발굴할 것”
미국 내 CJ제일제당 '비비고' 브랜드 제품들. 사진제공=CJ제일제당
미국 내 CJ제일제당 '비비고' 브랜드 제품들. 사진제공=CJ제일제당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CJ제일제당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집콕’과 ‘혼밥’ 열풍으로 지난해 최초로 1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코로나19 전에 이뤄진 조직 개편을 통한 수익성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 글로벌 시장에서의 사업 확장이 빛을 발했다.

CJ대한통운을 제외한 제일제당의 지난해 단독 매출은 2019년 대비 10.9% 늘어난 14조1637억 원, 영업이익은 73% 늘어난 1조415억 원이다. 글로벌 사업 부문의 가파른 성장으로 해외 매출 비중이 60%를 넘겼다.

눈에 띄는 건 식품 사업 부문이다. 매출이 전년 대비 12% 증가한 8조9687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 매출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해외 매출이 4조1297억 원으로 31% 늘며 성장을 주도했다. 전체의 46%를 차지한다.

그중 3년 전 논란 속에 인수한 슈완스의 활약은 발군이다. 슈완스는 지난해 2조8322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기업인수가격배분(PPA) 요인을 제외할 경우 영업이익은 1891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65% 증가했다. CJ제일제당이 작년에 거둔 영업이익 1조415억원의 18.2%를 차지한 셈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18년 11월 미국 2위 냉동피자 업체인 슈완스컴퍼니를 2조800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CJ가 당시 밝힌 인수 목적은  미국 내 생산 기지와 유통 채널 경쟁력을 대폭 강화시키기 위함이었다.

실제 CJ는 슈완스 인수를 통해 월마트, 코스트코, 크로거 등 미국 주요 유통 채널은 물론 푸드시티, 하이비 등 중소형 슈퍼마켓까지 총 3만개 이상 점포에 '비비고'를 공급할 수 있는 유통망을 확보하게 됐다.

이재현 CJ그룹 회장(가운데)이 미국 LA에서 그룹 글로벌 경영전략회의를 열었다. 사진제공=CJ그룹
이재현 CJ그룹 회장(가운데)이 미국 LA에서 그룹 글로벌 경영전략회의를 열었다. 사진제공=CJ그룹

당시 시장에서는 CJ제일제당의 슈완스 인수 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인수 대금이 2조원을 넘는 탓에 투자에 따른 자금부담이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다. CJ그룹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M&A(인수·합병)이기도 했다. 

게다가 CJ제일제당은 브라질 셀렉타 인수, 바이오사업 부문 생산라인 증설 등으로 이미 유동성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태였다. 여기에 슈완스 인수까지 진행하면서 제일제당 재무구조에 빨간불이 켜져 CJ그룹 자체가 흔들릴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제기됐다.

이런 우려는 재무제표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슈완스 인수의 영향으로 CJ제일제당의 2019년말(단독 기준) 부채 총계는 11조2784억 원으로 급증했다. 2018년 7조2528억 원이던 부채 총계가 단번에 4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

하지만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030년까지 3개 이상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겠다"는 '월드베스트 CJ'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해 그대로 밀어부쳤다. 슈완스 인수 당시이던 2018년 말 이 회장은 ‘글로벌 영토 확장’에 대한 포부를 밝히며 “‘글로벌 넘버원 CJ’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경쟁사들이 따라올 수 없을 만큼 큰 격차를 벌여나가는 ‘초격차’ 역량의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확장 일변도의 전략을 펼친 건 아니었다. '군살빼기'도 병행했다. CJ제일제당은 커진 재무부담을 줄이기 위해 2019년 말부터 유휴 자산을 매각하며 순차입금을 줄였다. 부동산 매각 규모만 1조3000억 원이었고, 3000억 원가량의 해외 상환전환우선주발행도 진행했다. ‘비상경영’ 체제로 재무적 안정을 꾀한 것이다. 

그 결과, 2019년 4조8017억 원에 달했던 순차입금은 지난해 6000억원 가까이 감소한 4조2276억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도 130%대로 떨어졌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CJ제일제당이 운영 중인 비비고 팝업 스토어에서 현지 손님들이 주문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제공=CJ제일제당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CJ제일제당이 운영 중인 비비고 팝업 스토어에서 현지 손님들이 주문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제공=CJ제일제당

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의 미국 사우스다코타 공장 신설에도 규모가 큰 금액이 투자되는 만큼, CJ가 당분간 외형확장 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고 있다.

내수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 방점을 찍은 CJ의 성장전략에 대해 증권업계의 반응도 우호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식품담당 한 애널리스트는 “슈완스의 B2B는 매출이 감소했고, 원화 강세로 인한 환율 영향은 아쉬운 부분”이라면서도 “B2C가 워낙 고성장 했으며 미국 내 저변을 확대한 냉동식품 시장 지배력을 고려하면 성장률은 견고한 상태”라고 말했다. 

심지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매출 부문에서 K-푸드 포트폴리오의 확대 및 슈완스 그로서리 모멘텀 본격화로 작년의 기저효과 부담에도 불구하고 올해 안정적인 이익 증가를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넥스트 만두’를 찾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치킨도 미국에서 반응이 좋은 걸로 알고 있고, 그 외에도 햇반, 쌈장 등 K-소스, 김 등도 후보군”이라며 “미국 내 성장 가능성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한 후 슈완스와 협업을 통해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제로 미 PGA투어 더CJ컵에서 슈완스와 함께 한식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면서 “슈완스가 미국 내 사업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협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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