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부자 아랍은 어쩌다 화성을 꿈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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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부자 아랍은 어쩌다 화성을 꿈꿨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2.10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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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세계 5번째...아말 화성탐사선 화성궤도 진입 성공
석유 의존도 낮추기 위한 경제다각화 성과
UAE, 국민에게 과학적 영감 주기 위해 적극 투자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말' 화성 탐사선이 화성 궤도 진입에 성공하자 UAE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말' 화성 탐사선이 화성 궤도 진입에 성공하자 UAE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아랍에미리트(UAE)가 쏘아올린 아랍권의 첫 화성 탐사선 '아말(희망을 뜻하는 아랍어)'이 화성 궤도에 9일(현지시간) 진입했다. 

이에 따라 UAE는 미국과 구소련, 유럽우주국(ESA), 인도에 이어 다섯번째로 화성 궤도 진입에 성공한 국가로 이름을 올렸다.

우주개발산업에 있어 후발주자로 알려진 아랍권 국가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둔 가운데 '석유부자' UAE의 야심찬 목표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UAE "2117년 화성에 정착촌 건설하겠다"

UAE는 오는 2117년 화성에 정착촌을 건설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2117년 화성에 '화성과학도시(Mars Science City)'를 건설하고, 지구가 겪고 있는 환경오염 및 식량부족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삼겠다는 목표다. 

불과 50년전 사막 한 가운데 나라를 세웠던 UAE의 놀라온 성장 속도를 감안할 때 이같은 UAE의 목표는 마냥 허황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 일환인 화성 탐사 프로젝트 역시 성공적으로 목표를 달성해낸 점은 이같은 기대감을 더했다. 

일본의 닛케이아시아는 "2117년 화성에 정착촌을 건설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는 UAE의 전반적인 목표는 국가의 과학기술 능력을 향상시켜 석유 의존도를 낮추며 경제를 다각화하겠다는 것"이라며 "아말 화성 탐사선 역시 그 목표를 향해가는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UAE는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오래전부터 공을 들이고 있다. UAE는 지난 2014년 7월 화성 탐사 프로젝트를 공식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2006년부터 인공위성 두바이샛 1호와 2호를 한국기업 세트렉아이를 통해 개발, 2009년과 2013년 발사에 성공한 바 있다. 2006년부터 우주개발에 적극 투자하며 과학기술 발전을 도모하고 있었던 셈이다. 

석유의존도 높은 UAE, 경제 다각화 위해 안간힘

UAE가 경제 다각화를 목표로 삼게 된 점, 그리고 그 중에서도 과학 기술 발전에 보다 주력하게 된 점은 UAE의 독특한 경제 구조와 관계가 있다. 

지난 2017년 UAE 정부의 공식 자료에 따르면, 석유 및 가스 등이 UAE의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9.5%에 달한다. 석유가 전체 경제의 30%를 차지하다보니 유가에 따라 경제가 흔들리는 일도 적지 않았던 것이다. 

무역금융 플랫폼인 트레이드파이낸스글로벌은 "UAE는 2018년부터 의료 및 재생에너지에 대해 주도적인 투자를 이어왔고, 경제 다각화를 이루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당시에도 유가의 급격한 변동이 있었지만, UAE는 경제 다각화를 통해 비교적 잘 버텨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2018년 10월 배럴당 70달러대를 넘나들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불과 두달만인 12월말에는 50달러대 아래로 급격히 떨어지는 등 유가의 변동성이 극심했다. 하지만 경제 다각화를 통해 넉넉한 재정을 확보했던 UAE는 충격을 상당부분 흡수했고, 이로 인한 경제적 타격 역시 거의 없었던 것. 이에 UAE 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경제 다각화에 나서기 시작했던 것이다. 

코로나19는 이같은 움직임을 더욱 강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UAE의 주요 도시인 두바이의 경우 무역과 여행, 관광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지역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유가가 한 때 마이너스로 폭락하고, 관광업이 순식간에 얼어붙으면서 UAE 지역이 경기침체에 크게 노출되자 경제 다각화의 중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꼈다는 것이다. 

닛케이아시아는 "여기에 UAE의 경우 외국인 노동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필요성을 더욱 높였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방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UAE의 경우 자국민인 에미라티의 비중은 20%가 채 되지 않는데다, 특히 두바이에서는 민간부문 취업자의 98%가 외국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노동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민의 교육 수준과 성취도를 높이기 위해 과학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집중적으로 해온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UAE 화성 탐사 프로젝트를 주도한 옴란 샤라프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아랍 청년들이 '스템(STEM, 과학·기술·공학·수학)'을 공부할 수 있도록 영감을 주고 싶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화성궤도 진입을 확인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화성탐사 프로젝트의 목적은 세가지로, ▲학생들에게 미래에 대한 꿈을 심어주고 과학 및 기술 분야에 뛰어들도록 유도하는 것 ▲화성탐사 프로젝트 자체를 관련 과학기술 산업 육성의 기회로 활용하는 것 ▲이를 통해 당면한 국가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UAE는 오는 10월부터 6개월간 두바이 엑스포 2020을 추진해 27만70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해내고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지난해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1년 연기됐다. 

이와 함께 '스마트 두바이 2021'도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두바이를 인공지능(AI)의 허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UAE 정부는 AI를 비롯한 스마트 기술을 통해 2035년까지 UAE GDP를 1.6%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UAE 화성 탐사선 아말의 일러스트. 사진=연합뉴스
UAE 화성 탐사선 아말의 일러스트. 사진=연합뉴스

"아말, 아랍권의 새로운 희망"

이날 화성 궤도 진입에 성공한 '아말'은 향후 화성시각으로 1년(687일)간 55시간마다 한 차례씩 화성을 공전하면서 대기와 화성 표면, 계절의 변화 등을 관측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UAE는 '아말'의 화성 궤도 진입을 계기로 과학 기술 발전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하며, 이를 통해 '석유 중심'의 경제에서 벗어나 다각화된 경제를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UAE의 총리이자, 부통령 겸 두바이 지도자인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은 "이번 성과로 우리는 아랍권 역사상 우주에서 가장 먼 거리에 도달했다"며 "아랍권 전체에 다른 세계와 경쟁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IT 전문지 더 버지는 "UAE 관계자들과 프로그램 엔지니어들은 아랍권 국가에서는 처음으로 '아말'이 화성 탐사 임무를 수행하게 돼 국가적으로도 상징적인 성과로 보고 있다"며 "UAE 정부는 걸프 국가들이 석유 의존이 높은 경제에서 벗어나 과학 분야를 더욱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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