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용적률 700% 상향, 화재발생시 대책은..."고층건물 불나면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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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용적률 700% 상향, 화재발생시 대책은..."고층건물 불나면 속수무책"
  • 안은정 기자
  • 승인 2021.02.08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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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공급대책, 용적률 최대 700%까지 대폭 완화
건축법 시행령, 피난 안전 구역 설치 의무 면제 받을 수 있어
소방안전 중점관리대상에 고층 주거지 포함 안돼
지난해 10월 8일 울산 남구에 위치한 33층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0월 8일 울산 남구에 위치한 33층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안은정 기자] 국토교통부가 역세권 고밀개발을 위해 용적률을 대폭 상향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5년 이내 고층 건물이 빠르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또 서울역 쪽방촌 정비사업을 통해 지상 최고 40층 주상복합 아파트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는 주택 공급을 위해 용적률 완화 카드를 고려하고 있지만 고층 주거지 화재 발생 시 대응할 소방 체계는 개선할 부분이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일 국토부는 ‘공공주도3080+’ 대책에서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역세권 고밀개발, 저층주거지, 준공업지구)의 용적률을 최대 700%까지 상향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또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을 진행해 용적률을 최대 120%까지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지난 7일 서울역 쪽방촌 정비사업을 통해 민간분양아파트를 지상 최고 40층 주상복합아파트로 조성할 예정이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지난 국정감사 당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30층 이상 고층 건물은 아파트 3885개 복합건축물 690개, 업무시설 90개 등 총 4692개로 집계됐다. 고층 건출의 약 80%가 주거지인 셈이다.

2025년까지 정부가 발표한 공급대책이 시행되면 전국에 약 83만6000호의 주택이 공급된다. 용적률 완화에 따라 고층 주거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재에 취약한 고층 건물은 화재 대응에 더 큰 주의가 필요해 용적률 상향에 따른 소방 기반시설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건축법 시행령, '피난 안전구역 설치 의무' 면제 가능

8일 소방청에 따르면 30층 이상 고층건물에서 발생한 화재 건수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총 493건(▲2017년 145건 ▲2018년 193건 ▲2019년 155건)을 기록했고 누적 피해액 역시 98억원에 달한다.

‘초고층 및 지하연계 복합건축물 재난관리에 관한 특별법’에서는 30층 이상이거나 높이가 120미터 이상인 건축물을 '고층건축물'로 지정하고 있다. 법에 따라 30층 이상 49층 이하인 주상복합 아파트의 경우 피난안전구역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실제 지난해 10월 울산 남구 달동 삼완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피난 안전 구역이 인명 피해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2011년 국토부(당시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을 보면 국토부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공동주택은 120cm 기타건축물은 150cm 폭의 계단을 조성하면 피난안전구역 설치 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다.

시행령에 따라 한 층 전체를 비워둬야 하는 비효율적인 문제 등 각종 셈법이 현실에 작용해 교묘하게 법망을 피하는 일도 발생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 교수는 “피난 안전 구역은 확실히 고층 건물 화재 피해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되지만 피난 안전 구역 설치에 따른 비용이 건물 소유주나 입주민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있어 반발이 심하다”며 “이런 상황 때문에 아파트의 경우 법을 완화해 의무를 면제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소방안전 중점관리대상에 '주상복합' 제외도 문제

소방청에 따르면 소방안전 중점관리대상에 30층 이상 주상복합 아파트는 제외돼 있다. 소방안전 중점관리대상은 연면적 1만5000㎡ 공장 및 창고시설 등 다수 인원이 사용하는 건물에 화재 발생 시 대형화재로 확대될 우려가 높은 화재취약대상을 가리킨다.

공하성 교수는 “고층건물일수록 화재진압 속도가 많이 느려진다”며 소방안전 중점관리대상에 주상복합 아파트를 포함하는 방안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소방차가 화재 현장까지 도착하기까지 통상 7분이 걸리고 고가굴절사다리차를 펼치는 데에도 시간이 걸려 저층 건물처럼 바로 투입돼 화재를 진압하는 것과 시간차가 크고 피난 동선도 길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소방청 관계자는 “현재 국토교통부와 고층 건물 화재 대응 시스템 강화를 위해 긴밀히 협의 중”이라며 “주상복합 아파트를 소방안전 중점관리대상에 포함시키기 위해서 현재 고층 건물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도시화가 되는 상황에서 고층 건축물을 짓고 용적률을 완화하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피할 수 없어 충분한 대안을 갖고 안전성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토지가 한정된 상황에서 고층 건축물을 짓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그런 측면에서 고층화에 따라 물리적으로 위험한 환경은 증가할 수 있는 있지만 고층 건축물이라고 꼭 위험성이 크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고층화는 피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에 따라 안전 계획을 어떻게 수립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화재는 소방 시스템 강화뿐 아니라 건축의 피난 강화 규정도 있으니 이런 규정들이 신뢰성 있게 마련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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