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도어대시" 최악 손실 후 빛 보는 소프트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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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도어대시" 최악 손실 후 빛 보는 소프트뱅크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2.0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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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대시·오토1 등 비전펀드 투자기업 급등...비전펀드 수익률도 성과
FT "장기간 투자 손실 후 비전펀드 운명에 변화 엿보여"
애널리스트 "증시 호황 사라지면 비전펀드 성과도 흔들릴 듯"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가 지난해 최악의 손실을 기록한 후 성과를 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가 지난해 최악의 손실을 기록한 후 성과를 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지난해 5월 일본기업 사상 최대의 손실을 기록하는 '불명예'를 얻었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SBG)의 실적이 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증시의 투자심리가 살아나면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크게 부각된것이 소프트뱅크 그룹의 비전펀드 수익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최악 손실 후 드디어 수익내는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 

7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가 장기간의 투자 손실을 기록한 후 운명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8일 예정된 소프트뱅크의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면 이같은 견해는 더욱 명확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는 FT의 언급대로 장기간의 투자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소프트뱅크그룹이 공개한 2020년 1~3월 적자는 1조4381억엔(약 16조5000억원) 규모였는데, 이는 소프트뱅크 창사 이래 최대 적자이며 분기 적자 액수로는 일본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였다. 

당시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최악의 실적을 발표하면서 "인생관을 되돌아보고 있다"고 탄식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소프트뱅크 실적 악화의 '주범'은 비전펀드였다. 비상장 신생기업에 집중 투자했던 10조엔 규모의 비전펀드는 우버와 위워크 등에 대한 투자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으면서 소프트뱅크그룹에도 치명타를 안겼다. 특히 코로나19 타격으로 인해 '공유'를 꺼리는 인식이 확산된 점도 비전펀드 수익률에는 악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기술기업들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회복되기 시작했고, 비전펀드 내 이름을 올렸던 일부 종목들의 눈부신 성과가 이어지면서 비전펀드의 운명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다는 것이 FT의 설명이다. 

FT는 "소프트뱅크가 우버의 최대주주가 된 지 3년만에 드디어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며 "지난 1월 비전펀드가 우버 주식 17%를 20억달러에 매각한 데 이어 나머지 지분의 현재 가치가 105억달러에 달해 기술기업 중심으로 투자에 나선 비전펀드가 50억달러의 장부상 이익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어대시는 비전펀드 명예 회복의 주역이었다. 미국판 음식배달 업체인 도어대시는 코로나19 기간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고, 지난해 12월9일 뉴욕증시에 상장하면서 주가가 폭등하는 등 시장의 주목을 한눈에 받았다. 

소프트뱅크는 도어대시의 최대주주로, 2018년 초부터 비전펀드를 통해 총 6억8000만달러(약 7600억원)를 투자했다. 지난 5일 도어대시 주가인 181.2달러를 기준으로 비전펀드 지분가치를 계산하면 약 115억달러(약 12조7000억원)에 달하는데, 이는 투자 규모 대비 무려 17배의 이익을 거둔 것이다.

독일 온라인 자동차 중개 플랫폼인 오토1 역시 지난 4일 독일 주식시장에 성공적으로 데뷔하면서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39% 급등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8년 오토1에 4억6000만유로를 투자해 오토1 지분 20%를 취득했다. 오토1의 주가가 폭등하면서 소프트뱅크 지분 가치 역시 3배 뛰어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항암제 개발 제약 스타트업인 릴레이 테라퓨틱스는 지난해 7월 상장했는데, 소프트뱅크는 3억달러 규모를 투자했고, 이는 현재 14억달러의 가치로 올라섰다. 

이밖에도 온라인 부동산 스타트업인 오픈도어는 스팩을 통해 상장했으며, 중국의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인 디디추싱 역시 이르면 올 하반기 상장에 나서는 등 비전펀드 미래를 밝게 해 주는 부분도 적지 않다고 FT는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한국의 쿠팡을 비롯해 소프트뱅크 투자 기업 최소 6개 회사가 올해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소프트뱅크의 모든 종목이 다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FT는 정통한 관계자를 통해 "인도의 스타트업 호텔체인 오요, 미국 건축 스타트업 카테라, 영국 소재 공급망 금융 전문 투자회사인 그린실캐피탈 등에 대한 투자 부진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소프트뱅크 주가 추이.
소프트뱅크 주가 추이.

"증시여건 바뀌면 비전펀드 전망도 흔들릴 것"

FT는 8일 소프트뱅크가 발표할 2020년 10~12월 실적이 긍정적일 것으로 내다봤지만, 투자자들이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비전펀드 수익률이 글로벌 주식시장 전반의 호조로 인한 것인 만큼 주식시장 환경이 바뀔 경우 비전펀드의 수익률 또한 다시 부진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씨티그룹의 미쓰노부 츠루오 애널리스트는 "투자자와 소프트뱅크 모두 현재의 주가 상승이 초저금리와 시장 유동성에 따른 것임을 알고 있다"며 "만일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자산 매입 규모를 줄임으로써 유동성을 긴축하거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나서기 시작하면 그간 많이 오른 기술주를 중심으로 시장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사람들은 음악이 멈추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며 "소프트뱅크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산을 매각하고, 부채를 줄여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비전펀드는 지난해 3월 위기를 극복한 듯 보이지만 테이퍼링이 시작된다면 또다른 스트레스 테스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손 회장은 지난해 11월 뉴욕타임스(NYT) 딜북 컨퍼런스에서 "올해 약 40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매각할 예정이었지만, 세계적인 비상사태가 일어날 경우 회사에 유동성을 주기 위해 800억달러 규모를 매각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익명의 애널리스트는 "소프트뱅크가 잘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시장이 IPO 기업들을 갈망하고 있기 때문에 터무니없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문제는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는지 여부"라고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의 정치적 리스크가 부상하고 있는 점도 소프트뱅크의 우려 요인으로 분석했다. 

최근 비전펀드의 투자종목 중 중국 기업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정치적 리스트가 부각되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는 것. 

이 신문에 따르면, 비전펀드 1호의 지역별 투자기업들을 보면 46%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지역이며, 2호 펀드의 경우 지난해 9월말 기준 13사 중 40%가 중국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손 회장 역시 지난달 말 세계경제포럼이 주최한 온라인 컨퍼런스에서 "지금은 미국이 기술 혁신의 중심이지만, 앞으로는 중국이 이끌어갈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중국 시장에 대한 관심을 표명한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시장에서는 성장성을 높이 평가하기도 하지만 중국 정부의 정치적 리스크에 대한 경계심이 남아있다"며 "사업을 전개함에 있어서 정치적 요인이나 미·중 갈등의 미묘한 움직임을 읽는 것은 간단하지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손정의 회장은 소프트뱅크 회장직을 내려놓고 비전펀드 등 그룹 전반의 투자 전략에 집중할 방침임을 전했다.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부사장이 오는 4월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승진하며, 손 회장은 '창업자 이사'가 된다. 손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글로벌 투자 및 전략 수립에 전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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