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와 혁신기업]⑧ '아톰'을 넘는 '비트'의 상상력, 구글과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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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와 혁신기업]⑧ '아톰'을 넘는 '비트'의 상상력, 구글과 넷플릭스
  • 이영원 미래에셋대우 이사
  • 승인 2021.02.09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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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원 미래에셋대우 이사] 1995년, 아직 인터넷이 일반화되기 전이던 1995년에 나온 '디지털이다(Being Digital)'라는 책은 정보혁명 이후의 세상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 바 있다. 

MIT 미디어랩의 설립자였던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가 쓴 이 책은 2000년대 이후는 물론, 현재 정보화 사회의 많은 모습을 예견하고 있다. 특히 정보의 처리속도, 사람과 기계의 인터페이스(손가락을 이용한 터치 인터페이스)의 발전 방향에 대해 통찰력을 보여준다.

아톰(Atom)과 비트(Bit). 이 둘은 디지털 시대를 설명하는 핵심 단어로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가 강조하고 있는 개념이다.

아날로그 세상을 대표하는 아톰, 즉 원자는 우리가 만지고 사용하고, 교환하고 교역하는 상품, 물질의 기본 단위이다. 무게와 부피, 형태를 가지고 있는 모든 상품이 원자를 단위로 구성된다.

반면 디지털 세상을 대표하는 비트는 0과 1로 표시되는 정보이다. 무게도, 부피도 없으며 얼마든지 복제가 가능하고 빛의 속도로 전송이 가능하다.

책 '디지털이다'는 아톰을 기반으로 하는 아날로그 세상에서 비트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세상으로의 전환, 그 가능성과 형태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디지털 세상에 대한 낙관론으로 가득 차 있던 이 책에 대해, 혹자는 닷컴 버블을 겪으며 가치가 상당히 훼손되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닷컴 버블 시대를 지나 코로나 판데믹을 겪으며 언택트 경제가 현실화되고 있는 지금, 25년전 디지털 세상에 대한 희망을 새롭게 읽어보게 된다.

미래 정보혁명을 예견했던 책 '디지털이다'의 저자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 사진=위키피디아

아톰의 아날로그 세상과 대비되는 비트의 디지털 세상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크기와, 속도, 물리적인 제한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라는 점이다.

아날로그 세상에서 물리적인 책과 디지털화된 eBook을 비교해보면 양자의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도서관의 책은 누가 대여해 간 시점에서 다른 사람이 읽을 수 없지만, eBook은 얼마든 복사가 가능해 많은 사람이 함께 공유할 수 있다. 서울에 있는 책을 뉴욕이나 해외의 먼 곳에서 바로 대여해 읽기는 불가능하지만 eBook의 형태라면 공간적 제약 없이 어느 곳에서나 이용가능하다. 시간이 지나 책은 절판이 되거나 서점에서 구할 수 없게 될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로 기록된 책의 경우는 삭제되지 않는 한, 절판이란 없다.

디지털 세상에 초점을 맞추면, 기업의 운영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상품을 제조하고 유통하는 것이 아니라 한계를 지우지 않는 디지털 정보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구글,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은 비지니스 모델

물리적인 한계의 제한을 받지 않는 디지털 세상의 특징을 구현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기업 중 구글(Google)의 모습은 독보적이다.

구글은 1998년 9월에 설립되었다. 1995년 3월 설립된 야후(Yahoo)는 물론, 1997년 5월에 설립된 우리나라의 다음보다도 뒤늦게 생긴 회사다. 후발주자였던 구글은 검색에서 효율성을 무기로 성장하기 시작해, 2004년 4월 지메일(Gmail)을 선보이고 2006년 10월 유튜브(Youtube)를 인수하면서 거침없는 성장을 이어간다.

만우절이었던 2004년 4월 1일 처음 선을 보였던 지메일은 1GB의 편지함 용량을 제공했다. 일반적인 편지함 용량이 100MB에 미치지 못했던 시절, 파격적인 용량의 서비스를 선보였던 것이다. 제한된 용량 때문에 편지함 관리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던 사용자 입장에서는 거의 무제한으로 느껴진 1GB의 서비스는 강력한 흡인력이 있었고, 이메일을 통한 비즈니스 기회도 창출되었다.

유튜브 역시 용량의 제약을 넘어선 파격이었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용량의 제약으로 인해 액티브 X(Active X) 기술을 이용한 제한된 서비스정도만 가능했으나 유튜브는 별도의 브라우저를 설치하지 않고도 동영상 스트리밍이 가능한 서비스를 시작한다. 물론 서버 등 비용문제가 발생했고, 2006년 구글이 인수한 이후에도 수익이 발생되는 시점은 2010년까지 미뤄졌다.

하지만 이메일과 마찬가지로 동영상 서비스에 있어서도 용량의 제한이라는 아날로그적인 문제인식을 넘어 고객의 효용이 발생하는 수준의 디지털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구글은 업계내 확고한 지위를 구축하게 된다.

구글은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어 디지털 세상을 구현한 선도기업중 하나다. 사진=연합뉴스

구글 검색이나 지메일, 유튜브, 그리고 구글 포토(Google Photo)와 같은 서비스에서 확인할 수 있는 구글의 강점은 비트의 세상에서 한계를 설정하지 않는 대담하고 개방적인 발상이다.

개인 이메일 계정을 거의 무한대의 용량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거나, 동영상을 용량 제한없이 업로드하고 내려받을 수 있게 하고, 또 클라우드를 이용해 개인에게 무제한의 사진 저장공간을 제공하는 방식을 통해 새로운 표준을 만드는 방식을 보인 것이다.

제한없는 용량과 간결하고 빠른 서비스로 확보된 점유율은 광고 등을 통한 수익의 원천이 되었고, 유선 인터넷에서 출발한 서비스는 무선 모바일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점유율로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 컨텐츠의 총아, 넷플릭스

또다른 디지털 세상의 모델로 넷플릭스(Netflix)가 있다. 네그로폰테 교수는 저서 '디지털이다'에서 비디오 대여 산업의 쇠락을 예측한다.

고객들이 컨텐츠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아톰(비디오 테이프)을 이용하고 반납할 때 비용을 지불하고 심지어 벌금(연체료)까지 물어야 하는 비효율이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컨텐츠를 디지털로 기록하고 스트리밍을 통해 서비스하는 방식의 우위를 예상했던 것이다.

1995년의 시점에서 비디오 대여업의 강자는 블록버스터(Blockbuster LLC)였다. 그 시점 존재하지 않았던 넷플릭스는 1997년 설립되었고 1998년 온라인으로 DVD대여업을 시작했다. 이후, 2007년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디지털의 문법을 따른 동영상컨텐츠 업체로 전환되었고, 전통적인 비디오 대여업은 막을 내리게 되었다.

디지털화 되어 저장되는 정보, 컨텐츠를 아날로그 방식의 비디오 테이프에 저장해 유통하는 방식은 사라지고 직접 디지털 정보가 유통되는 시대로 변모한 것이다.

코로나 팬더믹 이후 세상은 정보의 유통과정에서 아날로그적인 요소를 보다 배제하고 직접적인 디지털 정보(비트)의 유통으로 변해가고 있다. 거대한 규모의 전시시설을 이용해 열렸던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IT제품 전시회 CES도 오프라인 전시공간을 배제하고 온라인 상에서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 세상으로의 전환이 점차 가속화되어가는 지금 아톰에 기반한 아날로그적 제한으로 디지털 상상력을 가둬둘 수는 없다. 디지털 혁신은 저장공간의 물리적인 크기, 정보처리 비용 등 기존의 한계를 넘어서는 방향으로 발전해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영원 이사는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에서 리서치 업무를 시작해 푸르덴셜투자증권, 현대차투자증권에서 투자전략을 담당했다. 미래에셋대우에 합류한 이후 해외주식 분석업무를 시작, 현재 글로벌 주식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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