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부동산대책' 살펴보니...정비사업구역 '투기억제 방안' 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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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부동산대책' 살펴보니...정비사업구역 '투기억제 방안' 실효성 의문
  • 안은정 기자
  • 승인 2021.02.0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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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실수요'와 '투기수요'를 가려낼 수 있나"
"토지거래허가제 한계 분명...제도 보완 제안"
국토교통부가 지난 4일 발표한 '2.4부동산대책'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지난 4일 발표한 '2.4부동산대책'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안은정 기자] “실수요와 투기수요를 구분해주십시오(…)이사한 곳이 갑자기 공공 정비사업 구역으로 지정되면 현금청산 해야하는데, 어떻게 사업구역을 미리 단정하고 이곳을 피해 이사할 수 있나요”.  

지난 4일 국토교통부가 주택공급 확대 방안이 담긴 ‘공공주도 3080+’ 발표 이후 한 누리꾼이 국토부 누리집에 실수요와 투기수요를 정확히 구분해달라며 이같이 호소했다.

국토부는 공급 정책 발표와 동시에 4일 이후 사업구역 내에서 신규 주택을 매입한 경우 우선공급권에서 배제될 뿐 아니라 현금청산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투기 수요가 유입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처라는 것이 국토부의 입장이다.

국토부는 이어 사업예정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 실거주·실경영 목적이 아닌 부동산 매입을 제한하겠다고 나섰다.

문제는 ‘실수요’와 ‘투기수요’를 뚜렷하게 구분할 수 없어 이와 같은 투기억제 대책으로 인해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정책을 면밀히 살피고 보완해 피해자가 발생하는 일을 줄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투기방지 대책...실수요자 피해볼 수 있어

이번 대책에서 투기수요의 철저한 차단을 위해 개발 이후 우선공급권은 1세대 1주택 공급을 원칙으로 한다. 또 대책 발표일 이후 사업구역에서 기존 부동산을 신규 매입할 경우 우선공급권을 확보하지 못하고 주택은 현금청산해야 한다.

정부의 방침대로라면 사업추진 여부조차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집을 매수했다가 나중에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꼼짝없이 쫓겨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통상적으로 장기 거주 목적이 아니라 주택을 매매해 단기 시세차익을 실현하는 세력을 ‘투기수요’로 판단한다. 대표적인 투기수요 억제책으로 불리는 ‘양도소득세 중과세’의 경우에도 2년 이상 장기보유한 1가구 1주택자는 투기 수요로 보지 않아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다만 현실에서는 ‘실수요’와 ‘투기수요’를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지금보다 더 좋은 조건의 집에서 거주하기를 희망하는 실수요자도 존재하는데, 정비사업으로 주거품질 향상이 예상되는 지역에 주택을 매수하려는 자를 무작정 투기세력으로 내몰 수 없다는 것이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무주택자이면서 향후 집을 장만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좋은 주거 환경이 보장되면서 동시에 시세보다 저렴하게 주택을 매입하고 싶어 한다”며 “이처럼 투자 목적도 있겠지만 실거주 목적도 상존하는데 이들을 투기세력으로 볼 수 있느냐”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제 한계 존재해...법과현실 괴리 좁혀야

토지거래허가제 역시 일부 투기수요를 차단하는 효과는 있을 수 없지만 현행 제도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지거래허가제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건물’이 아니라 ‘토지’ 거래를 통제하기 위한 정책이다. 그러나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대상 지역은 토지와 건물이 함께 있는 경우가 많다. 토지만 있는 부동산을 거래하는 것과 토지와 건물이 함께 있는 부동산을 거래하는 것은 차이가 커 제도의 허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6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잠실과 대치동 삼성동의 경우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전보다 시세가 3억까지 올라 신고가를 경신했다. 주택은 토지에 견줘 거래가 잦은데 일반 주거지에 토지거래허가제를 적용하게 되면 정상적인 거래가 위축되거나 가격이 오르는 풍선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법과 현실의 괴리를 좁히는 일이 수반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토지거래허가제의 목적은 토지 투기가 성행할 수 있는 지역에 적용해 투기를 막는 법인데 건물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그린벨트 해제지역처럼 개발이 예정된 땅을 사 지분 쪼개기 하는 행위를 억제하려 토지거래허가제가 도입됐는데 이에 대한 지침은 마련돼 있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지만 주택을 허물고 개발한 아파트 단지나 주거지에 적용하게 되면 일부 투기수요를 막을 수는 있더라도 관련 기준이 미비해 제도를 운용할 때 한계가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기 수요 억제 문제는 복잡하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완벽하게 시세차익을 노리고 부동산 시장에 진입하는 세력을 차단하고자 한다면 지금은 양도소득세를 중과하는 방법밖에 없고 장기 거주하지 않으면 1주택자도 과세해야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투기를 조장하는 일을 줄일 수 있도록 정부의 꼼꼼한 감시도 촉구했다. 이른바 ‘떴다방’처럼 버스를 대여해 매점매석을 조장하는 행위에 대응하는 조직을 강화하고 철저하게 모니터링을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4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는 성명을 통해 “개발정보, 특혜세력을 사전에 알려 투기세력과 건설업자가 토지와 주택을 사재기하려는 투기가 극성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공급 대책을 비판했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정부는 새롭게 들어오려는 수요만 막으려고 하는데 기존에 존재하는 투기세력도 상당하다”며 “이번 공급대책에는 집값 안정화에 대한 대안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기존 소유주에게는 혜택을 주는 것으로 읽혀 투기를 조장하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투기 방지 대책을 시행하겠다는 것 자체가 시늉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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