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의 과학과 철학] 코로나19 백신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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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의 과학과 철학] 코로나19 백신 이후
  • 정연섭 '크로의 과학사냥' 저자
  • 승인 2021.02.08 11: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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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사병, 천연두, 스페인독감 극복했듯...'이제 희망을 노래하자'
인공지능, 치료제 개발에 투입하고, 지도자들은 '높은 꿈' 제시할 것
재택근무·배달문화 뿌리내릴까...어쨌든 인류는 진보의 길 다시 걸을 것이다
정연섭 칼럼니스트
정연섭 '크로의 과학사냥' 저자

[정연섭 '크로의 과학사냥' 저자] 정상화의 기쁨

우리나라도 2월 중순 코로나19 전담 의료진을 시작으로 요양시설 입소자, 보건의료인 순으로 백신을 접종한다. 2분기에는 65세 이상 국민이 혜택을 입고 하반기부터는 전 국민이 주사를 맞는다. 감염위험이 높은 그룹부터 접종하여 여름이 오기 전에 감염자 수를 줄이겠다는 의도도 보인다. 우리보다 먼저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이스라엘은 92% 정도 예방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계절 독감의 백신 예방 효과가 80% 수준이니 코로나 백신의 우수성을 가름할 수 있다.

코로나 기간에는 암울한 소식에 억눌려 내일을 준비할 의욕이 없었지만 이제 희망을 노래하여 보자. 필자도 코로나 이후의 경제상황을 전망하여 진로를 정하고 주식 종목도 교체해야 한다. 산책하시는 분들을 위해 지난 주말에 길옆의 말라버린 풀을 베어내고 땅도 일구었다. 지난봄 홀로 피었다가 홀로 진 벚꽃의 슬픔을 오는 봄에는 겪지 않았으면 한다.

저녁마다 문을 닫았던 카페가 곧 불을 밝히고, 지하철 좁은 좌석을 비집고 들어오는 얌체마저 반갑다. 학회장은 전국에서 몰려온 참가자로 시끄럽고 대전 월드컵 경기장에서 환호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코로나19에 즉효인 치료제가 아직 없고, 바이러스 변종이 여기저기 발생하므로 올해 안에는 정상 복귀는커녕 마스크도 벗을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틀린 주장은 아니지만 반대 시각도 가능하다. 여름에는 코로나19 활성이 저하되므로 백신의 힘을 빌린다면 정상적인 삶이 일찍 올 수도 있다. 최악의 상황이 전개되더라도 현시점에서 인간이 코로나19를 이긴다는 확신은 충분하다. 역사를 보자.

코로나19에 갇힌 삶
코로나19에 갇힌 삶

전염병 극복의 역사

1347년 10월 흑해에서 들어온 12척의 배에는 선원들이 거의 죽어 있었고 산 자들의 몸에는 검은 종기가 가득했다. 유럽 '흑사병'의 시작이다. 초대받지 않은 병은 지중해 항로와 대서양 항로를 따라 순식간에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갔고 6천만 유럽 인구 중에 3분의1이 죽어 나갔다.

쳐다보는 것만으로 전염된다고 믿어 환자 집을 태웠고 의사도 환자 치료를 기피했다. 정성 들인 기도에도 효과가 없어 성직자의 권위도 떨어졌다. 신의 저주를 풀 희생양으로 유태인을 학살했다. 흑사병은 페스트균을 지닌 쥐벼룩에 물려 감염되는데 중세시대에는 이를 알 수가 없었다.

노동을 떠받치던 농노가 흑사병으로 사망하자 봉건제도는 무너졌고 근대사회가 열렸다. 유럽 인구는 200년이 지난 후에야 흑사병 이전의 인구로 회복되었다. 요새 젊은이들이 코로나19를 이기듯이 당시에도 3의2 인구는 흑사병을 이겨냈다.

인구가 줄고 도피하여 거리두기가 지켜졌고 생활환경이 개선되어 쥐가 구멍 속에 숨은 탓으로 보인다. 이후 숨은 쥐가 땅 위로 나올 때마다 흑사병은 간헐적으로 발생했다. 지금도 흑사병 발생이 간혹 보고되지만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어 팬데믹으로 확대되지 않는다.

16세기 신대륙에 착륙한 에스파냐의 코르테즈 군대는 600명 남짓했다. 비록 미신에 빠져 있었지만 남미의 문명을 건설한 아즈텍 군대는 30배가 넘었다. 승리의 추는 아즈텍 군대를 가리켰지만 전세를 바꾼 힘은 '천연두'였다. 천연두가 유럽 감염자로부터 남미 원주민에게 옮겨갔다. 남미는 온갖 동물들이 사육되는 유라시아에 비해 청정 대륙이라 천연두가 없었고 면역능력도 약했다. 천연두가 퍼지자 남미 원주민은 거의 몰살되었다.

천연두 바이러스는 수만 년 전부터 인류와 함께 하였다. 천연두는 수시로 지구 곳곳에 창궐하여 지금까지 5억 명 이상을 죽였다. 전쟁으로 죽은 사람보다 많다. 영국의 제너(1749~1824)가 소에서 종두법을 개발하여 사망자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1980년 세계 보건기구는 천연두 완전 소멸을 선언하였다.

1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18년 초여름 스페인과 인접한 미군 병영에서는 독감 환자들이 나타났지만 여느 계절 독감처럼 진정되었다. 그 해 가을에 미군들이 고향으로 귀환하면서 2차 유행이 나타났는데 더 이상 계절 독감이 아니었다. 50만 명의 미국인이 사망했고 독감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죽음은 언제나 주위를 맴돌았고 거리에는 고아들이 울부짖었다. 요즘처럼 마스크를 끼고 거리두기를 하며 발버둥 쳤지만 세계 인구의 30% 수준인 5억 명이 감염되었고 5천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스페인 독감'은 한 차례 더 유행을 보이더니 1919년 4월 눈 녹듯이 사라졌다. 기록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과학자들도 정확한 이유를 모른다. 바이러스의 변형으로 치사율이 약화되었거나, 감염 후에 집단면역이 생겼거나, 계절적 요인이 작용했거나, 겁먹은 개인의 철저한 방역 덕분이라고 추정할 뿐이다. 4가지가 협력하여 독감을 밀어냈을 수도 있다. 스웨덴은 크로나 19에 집단면역을 시도했는데 스페인 독감에서 힌트를 얻은 듯하다.

2005년 미국 연구팀이 알래스카에 묻힌 스페인 독감 희생자로부터 바이러스를 분리하여 인플루엔자 A형(H1N1)임을 밝혔다. H1N1은 2009년 세계적으로 6천 명의 사망자를 낸 신종플루와 유사한 바이러스이다. 신종플루는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로 치료된다.

인류의 역사는 사망자 숫자만으로 따지면 인간과의 전쟁보다는 전염병과의 사투였다. 스페인 독감에서는 젊은이가 더 희생되었다는 예외가 있지만 대체로 노약자들이 감염되어 조금 일찍 사망한 측면도 있으므로 전염병에 의한 사망자 숫자는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긴 하다.

더 중요한 교훈은 인간은 수많은 전염병을 모두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코로나19에도 인류는 백신 이후를 기대할 자격이 있고 새로운 시대의 향한 숙제를 알 필요가 있다.

백신과 치료제

치명적인 바이러스도 시간이 지나면서 숙주와 공존하도록 변형된다. 숙주가 없으면 바이러스도 살아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은 바이러스가 얌전해질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 없다. 바이러스는 인간을 몰살시키고 돼지에게로 갈 수 있고 더 지독한 바이러스가 나타날 수도 있다.

이제 인간은 분자생물학 덕분에 바이러스 구조와 특성을 알 수 있다. 흑사병, 천연두, 스페인 독감의 실체는 수백 년이 걸려 알려졌지만 코로나19는 거의 한 달 만에 규명되었고 백신도 1년 안에 개발되었다. 그러나 1년 동안의 격리와 거리두기에 지쳤고, 한 번뿐인 젊음 시절을 갇혀 지낸다고 생각하면 1년이라는 백신 개발 속도는 결코 빠르지 않다.

백신과 다르게 코로나19의 치료제는 여전히 개발 중이다. 대개 집단 면역이 60% 형성되면 일상으로 돌아간다고 하지만 운이 없으면 감염될 수 있다. 치료 후유증이 남는다면 마스크를 선뜻 벗을 수 없다. 인간의 본성은 마스크와 거리두기를 용납하지 않는다. 따라서 백신 못지않게 치료제 개발도 필수적이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 역량은 코로나19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향후 끊임없이 나타날 신규 바이러스와 변종 바이러스도 묶어야 한다. 백신과 치료제의 후보 물질을 인공지능을 통해 설계하고 임상 시험기간을 당기도록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풍부한 유동성 속의 빈곤

코로나19 대책으로 모든 국가는 양적완화에 준하는 방식으로 돈을 쏟아부었다. 넘치는 자금은 부동산으로, 주식으로 흘러들어 시장을 달구었다. 필자도 오랫동안 퇴직연금을 들었지만 코로나19의 유동성 덕에 수익률을 회복했다. 반면에 식당, 카페, 극장 등의 동네상권은 폐업 수준이다. 앞으로 단체 경기장이 텅 빌 듯하니 프로구단을 처분하는 회사도 있다. 정부는 지역경기를 살리기 위해 여행을 장려했지만 코로나 확진자가 증가하자 비난을 받았다. 영세 사업자들은 정부 지원금, 지역 지원금으로 한 달을 버텼지만 다음 달이 걱정이고 국가도 재정 부담으로 걱정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어서 마스크를 끼고 살 수 없다. 백신 이후에 식당, 카페, 극장, 경기장도 정상으로 되돌아오겠지만 경제체제를 이번 기회에 바꿀 필요가 있다. 흑사병이 근세를 열었듯이 경제 구조를 수술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영세 사업장이 많다. 퇴직 후에 생계 수단으로 가게를 열지만 망하기 십상이다.

도전적인 대기업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첨단 중소기업이 이를 뒷받침하면 산업인력을 흡수할 수 있다. 국내 기업끼리 견제하기보다는 세계와 경쟁해야 한다. 기업가들은 새로운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과학기술자들은 신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지도자들이 높은 꿈을 꾸지 않으면 민초들이 빵으로 다투게 된다.

지역경제는 자기 마을 사랑에서 시작된다. 유럽의 모든 마을은 마을 사랑으로 조성되었다. 그들은 마을의 아름다운 건축, 뛰어난 인재, 멋있는 문학과 예술을 마을의 보물로 여기고 지켰다. 자유로운 영혼을 지녔지만 자신의 집은 맘대로 할 수 없었다. 조화된 도시 미관을 따라야 했다. 우리는 해외여행을 자랑하듯이 자기 마을을 자랑할 필요가 있다.

재택근무

코로나19 탓에 당겨진 면이 있지만 미래에는 재택근무도 작업방식의 한 형태가 될 것이다. 출퇴근 시간 혼잡을 피할 수 있고 통근거리 제약이 사라지므로 원거리 근무도 가능하다. 근무자는 업무목표를 부여받아 홀로 수행하다가 팀 전체로 협의해야 할 경우에만 만난다. 육체노동은 재택근무를 적용할 수 없지만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개발, 디자인 등 정신노동은 적용할 수 있다.

재택근무 조건으로 정보보안이 요구된다. 회사의 승인된 서버에만 모든 문서가 기록되고 작업 도중 수시로 갱신된다. 모든 문서들은 중요도에 따라 분류되고 접근 권한이 부여된다. 작업자 컴퓨터에는 인쇄나 저장이 허용되지 않는다. 카메라로 화면을 촬영하여 정보를 유출할 수 있으므로 재택근무 상황의 감시 촬영이 요구될 수도 있다. 사생활 침해 논란이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재택근무를 강제할 수는 없다.

배달문화

코로나19로 배달산업이 번창하였다. 동네 시장으로 발을 뜨기보다 온라인 앱으로 손이 가고 있다. 우리 동네 대형마트는 작년 매장 통폐합시 살아남았지만 찾는 고객의 수는 줄었다. 입점한 매장도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존폐가 걱정되어 일부러 동네 매장에서 스마트 TV를 구매하기도 했다. 코로나가 물러나도 이전만큼 고객이 회복될지는 의문이다.

배달 종사자는 피곤하지만 집안의 소비자는 편하다. 배달원 출입을 막은 아파트에 살면서도 음식을 문 앞까지 주문하는 씁쓸한 기사도 올라온다. 온라인 상품은 진열 공간을 차지하지 않아 구매 가격이 낮다. 물건의 품질을 손으로 확인할 수 없는 단점이 있지만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할 소비자라면 동네 매장에서 상품을 확인하고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도 있다.

배달문화는 개인을 고립시키고 동네 상권을 위축시켜 바람직하지 않다. 점심시간에는 사람들이 마을을 돌아다녀야 한다. 필자도 딸에게 짝을 찾으려면 집 밖으로 나가라고 잔소리한다. 동네 매장 판매자에게 혜택을 부여할 방법을 찾을 수가 있을까? 국가가 온라인세를 징수하여 동네 매장 판매자에게 나눠 드리고 싶다.

인류는 전염병을 이겨낼 것이다. 그리고 사회적 동물의 본능대로 서로 만나고 사랑을 나눌 것이다. 사진= 연합뉴스
인류는 전염병을 이겨낼 것이다. 그리고 사회적 동물의 본능대로 서로 만나고 사랑을 나눌 것이다. 사진= 연합뉴스

진보의 기회

전염병은 지구 탄생과 함께 인류를 괴롭혔지만 인간은 극복하여 왔다. 인간은 결코 전염병에 굴복하여 마스크 착용이나 거리두기를 삶의 영구적 방식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간은 본능을 거스리는 장애물과 전염병을 제거하기까지 지식과 과학을 진척시켰다.

코로나19로 잠시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곧 벗어난다. 일부 사람들은 코로나19를 과학문명의 저주로 오해하지만 인류는 이전 사회로 역행할 수는 없다. 원시 시회였다면 코로나19로 피해가 더 컸을 것이다. 필자가 코로나19 이후 사회에 대해 몇 가지 진보 방향을 제시했지만 변화는 독자의 몫이다.

● '크로의 과학사냥' 저자인 정연섭 연구원은 서울대 화학 석사 후에 LG화학연구소, 한국전력연구원 거쳐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에 재직하고 있다. 50여 편 발표 논문, 10여 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원전 설계 및 수출로 한국원자력학회 기술상, 산자부 표창을 받았다. '크로의 과학사냥'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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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지 2021-02-10 17:49:52
강제접종 절대반대!
백신은 맞을사람만 맞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