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이번엔 '루시드모터스'...어떤 회사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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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증시, 이번엔 '루시드모터스'...어떤 회사이길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2.04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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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뱅크 출신의 스팩,  CCIV, 루시드모터스 합병 움직임
일각선 스팩 열풍과 전기차 광풍의 결합, 우려 의견도 나와
미국의 전기차업체 루시드모터스에 대한 열기가 스팩시장에서도 뜨겁다. 사진=루시드모터스 홈페이지
미국의 전기차업체 루시드모터스에 대한 열기가 스팩시장에서도 뜨겁다. 사진=루시드모터스 홈페이지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게임스톱의 엄청난 변동성으로 인해 가려졌으나 이에 견줄만큼 놀랄만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종목이 있다. 바로 CCIV(처칠캐피털IV, Churchill Capital Corp. IV) 이야기다.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 SPAC)인 CCIV는 지난 2일 무려 27.5% 급등한 후 3일 8.25% 급락했다. 3일 급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연초 이후 주가 상승률은 200%에 달한다. 합병 발표 이전의 스팩 주가 상승률로는 사상 최고치다. 

CCIV를 웃고 울게 만든 것은 바로 '루시드모터스'다. 테슬라의 대항마로도 불리는 전기차 업체 루시드모터스는 뉴욕 주식시장에서 이름만 들어도 가슴을 뛰게 만드는 '핫'한 기업이다. 지난해부터 열기가 뜨거운 스팩과, 전세계 투자자들이 열광하는 전기차의 만남에 대해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놓고 있다. 

루시드모터스 거론에 CCIV 주가 들썩

스팩은 기업인수목적 회사를 뜻하는 것으로, 통상 3년 이내에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할 목적으로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빈 껍데기 회사를 말한다. 주식시장에 일단 상장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돈을 모은 후 그 돈을 활용해 회사를 골라 인수에 나선다.

어떤 회사를 인수할지, 인수합병이 원활하게 진행될지 아무것도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월가에서는 '백지수표' 회사라는 표현도 쓴다. 

CCIV 역시 인수 대상을 물색하는 스팩이다. 씨티그룹 출신의 월가 유명 투자자인 마이클 클라인이 세운 회사다.

CCIV는 이전에는 월가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1월11일 루시드 모터스와 합병을 위해 협의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투자자들은 테슬라 주가가 고공행진을 펼쳐왔던 점을 상기하며, 테슬라의 대항마로 여겨지는 루시드모터스와의 협상 기대감에 열광했다.

미국의 대형 커뮤니티인 레딧 주식토론방을 비롯해 스톡트위츠 등 소셜미디어에서도 CCIV는 자주 오르내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부 투자자들은 거래가 임박했는지 여부를 추론하기 위해 수많은 정보를 쫓기 시작했다. 한 회원은 루시드모터스의 본사와 공장, CCIV의 본사가 위치한 지역을 경유하는 개인 전용기의 일정을 보고 CCIV와 루시드모터스 관계자가 협상을 위해 비행기에 오르는 것이 아니냐고 추측, 이를 확인하기 위해 공항에 쫓아가 비행기 인증샷을 남기는 등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3일 CCIV 주가가 8% 빠진 것도 루시드모터스의 영향이었다. 이날 WSJ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거래가 임박한 것은 아니다"고 보도했고, 주가는 순식간에 빠졌다. 루시드모터스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CCIV 주가 역시 요동을 치는 셈이다. 

테슬라의 대항마 루시드모터스?

루시드모터스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테슬라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펼친 것과도 맞물려있다. 지난 2007년 설립된 미국 전기차업체인 루시드모터스의 최고경영자(CEO)는 피터 롤린스로 테슬라의 기술담당 고위직 출신이며, 이밖에도 테슬라 출신이 대거 포진돼있다. 테슬라의 대항마로 불리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전기차 분야의 다른 많은 스타트업에 비해 앞서가고 있는 회사로 평가를 받는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로부터 1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았으며, 최근에는 사우디에 전기차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올해 안에는 전기차 럭셔리 세단인 '루시드 에어'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7000대 생산을 시작으로 점진적으로 생산량을 늘려 연간 3만4000대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하지만 CCIV 주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다. 

WSJ은 "잠재적인 거래 조건이나 루시드모터스의 재정 상태 등 CCIV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정보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다"고 보도했다. 

이 스팩에 투자한 후 이미 차익실현을 마친 한 레딧 회원은 "이것은 밈(일부가 하는 것을 유행처럼 대다수가 따라하는 것) 시장이다. 지금 상황이 바로 그렇다"고 언급했다고 WSJ은 전했다. 

CCIV 주가 추이.
CCIV 주가 추이.

뜨거워지는 스팩 시장...전기차 열풍과 결합하면 더 거품?

워싱턴포스트(WP)는 "스팩은 2020년에 뜨거웠고, 지금은 더 뜨겁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기업공개(IPO)와 관련한 많은 걸림돌이 있는 상황에서 스팩은 변덕스러운 주식시장에 시달리지 않고 자금을 수월하게 조달할 수 있는 대안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올해 지금까지 56개 스팩 조기 공모가 이미 완료돼 160억달러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팩의 해'로도 불린 지난해에는 226개 스팩을 통해 760억달러를 조달한 바 있는데, 현재 추세라면 지난해 기록을 무난히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스팩 중에서도 더욱 뜨거운 분야가 바로 전기차 섹터다. 데이터 제공업체인 스팩리서치 통계에 따르면, 현재 합병 대상을 찾고 있는 287개 스팩 중 많은 수가 기술이나 전기차 등 인기있는 분야에서 인수 기업을 물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자본시장 관리 책임자인 워런 픽스머는 "스팩은 이제 기업상장을 위한 중요한 고려 요인이 됐다"며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스팩과 합병하는 스타트업이 모두 상승세를 지속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한 때 '제2의 테슬라'로 불렸으나 사기논란에 휩싸였던 수소트럭 업체 니콜라와, 의료회사인 멀티플랜은 공매도 세력의 표적이 되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니콜라의 경우 한 때 8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지만 현재 주가는 20달러대 수준이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던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는 "시장이 오를 것으로 생각할 때 거품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그것이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스팩의 열풍이 전기차에 대한 열풍과 더해지면서 '거품'과 '거품'이 만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테슬라의 경우 지난해 미국 시장 점유율이 1.2%에 그쳤지만 시가총액은 8000억달러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거품'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를 합친 것의 7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WSJ은 "수익이 거의 없거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상태인 주식들이 급상승했던 2000년 닷컴버블과의 비교를 촉발시킨다"며 "전기차와 스팩의 결합이 지속 불가능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닷컴 버블 당시 기술회사들의 상장을 이끌었던 데이비드 에릭슨은 "이것은 매우 거품"이라며 "광범위한 스팩과 전기차에 대한 열풍은 나쁘게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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