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오지날] 박은석의 소양 부족, '여자친구'의 상식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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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오지날] 박은석의 소양 부족, '여자친구'의 상식 부족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2.04 15:07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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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석 반려동물, 여자친구의 '소원' 사진이 일으킨 논란
대중의 연예인과 셀럽을 향한 기대치는 어떤 걸까
'상식 부족', '공감 부족'이 문제...연예기획사도 세심한 관리해야
'오지날'은 '오리지날'과 '오지랖'을 합성한 표현입니다.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따뜻한 시선으로 대중문화를 바라보려합니다. 제작자나 당사자의 뜻과 다른 '오진' 같은 비평일 수도 있어 양해를 구하는 의미도 담겼습니다. 

 

강대호 칼럼니스트
강대호 칼럼니스트

[강대호 칼럼니스트] 최근 사회문화적 소양 부족과 역사 상식 부족을 비난당한 연예인들이 있었다.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에 출연하여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 ‘박은석’과 인기 아이돌 그룹 '여자친구'의 리더 ‘소원’이 논란의 주인공이다.

무심코 찍은 영상과 사진이 불러온 논란

박은석은 MBC ‘나 혼자 산다’에 최근 2주간 출연해 양평의 전원주택에서 혼자 사는 일상을 보여주었다. 방송에서 박은석은 반려동물인 강아지, 고양이와 함께 즐겁게 지내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이런 박은석의 일상에서 불편함을 느낀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박은석이 예전에 키우던 반려동물들의 행방을 궁금해하며 ‘파양’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박은석과 소속사는 파양이 아니라 그 동물들을 키울 형편이 안되어 가까운 이들에게 맡겼다고 해명했다. 논란은 점점 커졌다. 박은석과 소속사가 해명한 내용이 바로 ‘파양’의 정의였기 때문이다.

대중은 반려동물 입양과 파양을 마치 기호상품 고르듯 처리한 박은석의 과거 행태를 비판했다. 박은석은 자기 처신을 사과했지만, 못내 억울한 심정을 감추진 않았다. 다른 집으로 보낸 그 동물들이 행복하게 살고 있다며.

여자친구의 리더 ‘소원’은 SNS에 올린 사진 한 장이 논란을 불렀다. 어떤 마네킹과 껴안고 찍은 사진이었는데 그 마네킹이 세계 2차대전의 독일군처럼 보이는 군복을 입었기 때문이다.

소원의 사진을 본 많은 대중이 ‘좋아요’를 누르기도 했지만, 나치 독일군 복장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나중에는 비판하는 댓글이 대세를 이루었고, 그 흐름에 전 세계의 팔로워들도 동참했다. 특히 폴란드 등 2차대전에서 독일이 점령했던 나라 출신들의 비난이 거셌다.

이에 대해 소원과 소속사는 ‘여자친구’ 컴백쇼 관련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대여한 경기도의 한 카페에서 개인적으로 찍은 사진이라며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점을 사과했다.

논란이 된 여자친구의 ‘소원’이 올린 사진. 사진=‘소원’의 인스타그램
논란이 된 여자친구의 ‘소원’이 올린 사진. 사진=‘소원’의 인스타그램

인기 유지의 조건, 소양과 상식

이번 논란이 박은석과 소원 개인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예인이나 셀럽이 최소한의 소양과 상식을 가져야 함을 보여준 사례였다. 다시 말해 연예인과 셀럽은 인기를 얻을수록 대중이 기대하는 수준만큼의 사회문화적 소양 혹은 역사 상식을 갖춰야 함을 보여준 것이다.

이러한 소양과 상식은 소신과는 전혀 다르다. 최근 자신이 진행하던 어느 방송에서 하차한 가수 ‘JK김동욱’은 자신의 정부 비판적 발언 때문에 밀려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믿고 안 믿고는 그의 정치적 소신 영역에 속한다. 소신에 대해서는 그가 믿는 바에 대한 강한 믿음이기 때문에 비판할 여지가 다소 줄어든다.

하지만 박은석과 소원의 사례는 소신이 아닌 기본적인 소양과 상식 차원의 문제였다. 요즘의 대중은 연예인과 셀럽이 재능은 물론 소양과 상식까지 갖추기 바란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이기도 했다. 소양과 상식은 언제부터인가 인기를 유지하기 위한 필요조건이 되었다.

그렇다면 대중은 자신의 스타들에게 어느 정도의 소양과 상식을 갖추길 바랄까. 아마도 기대치가 아주 높지는 않을 테다. 다만 사회문화적으로, 역사적으로 함께 공감할만한 수준 정도였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에 논란을 일으킨 두 명은 ‘상식 부족’과 ‘공감 부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소원’의 경우 역사 상식 부족이 논란을 부른 사례다. 아이돌 그룹 ‘여자친구’는 회사에 매출기여도가 높아서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혹은, 감시)하고 있었을 텐데 나치 독일군과 비슷하게 보이는 마네킹과 사진 찍는 걸 미리 거르지 못한 소속사와 관계자도 역사 상식이 부족하다. 그들의 해명과는 달리 개인 사진뿐 아니라 '여자친구' 컴백 영상 배경에도 찍혔다니 회사 책임도 크다.

박은석은 처음에는 대중의 지적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듯하다. 자신은 그것이 파양이 아닌 것으로 믿고 있었고, 사과한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과문의 행간을 해석해보면 ‘많은 대중이 비난하니까 사과는 하겠지만 다른 집으로 간 아이들은 지금 잘살고 있다고!’ 하는 뉘앙스가 풍긴다.

세간에서 암묵적으로 합의한 파양의 범위와는 상관없이 본인의 잣대를 여전히 믿는 모습이다. 한마디로 사회문화적 인식 혹은 공감 부족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박은석과 반려견. 사진= 박은석의 인스타그램
박은석과 반려견. 사진= 박은석의 인스타그램

잣대의 기준과 수준은 어디까지

물론 이들에게 관대한 대중도 있다. 많은 이는 박은석과 여자친구의 소원을 감싼다. 그들이 일부러 그랬을 리는 없고, 몰라서 그랬을 것이라며. 그렇다면 모르고 저지르면 허용할 수 있는 일이었을까.

법률을 예로 들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모른다고 해서 죄가 안 되거나 용서하지는 않는다. 물론 정상참작은 한다. 완전히 몰랐다면. 하지만 박은석과 소원의 경우는 완전히 모를 수 없는 데서 비판을 받는 경우다. 평소 세간의 관심사에 눈을 돌렸다면 절대 벌어지지 않았을 문제인 것이다.

반려동물의 입양과 파양 문제를 지난 수년간 얼마나 많은 활동가와 미디어가 언급했는가. 만약 반려동물을 키우거나 키우려 한 사람이라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을 문제였다.

나치 독일군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일본의 욱일승천기 사용에 분노하는 이유가 그것이 나치의 ‘하켄크로이츠’ 문양처럼 전범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2차대전에 책임이 있는 나치 독일군이 연상되는 마네킹이라니. 우리 근대사와 세계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살펴봤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을 그저 멋진 사진 배경으로만 여긴 것이다.

너무 가혹한 잣대일까. 그렇다면 대중은 연예인과 셀럽에게 어떠한 잣대를 어디까지 갖다 대야 할까. 예전에는 그저 인기만 있으면 모든 게 용서가 되었는데 지금은 대중의 사회문화적 그리고 역사 인식 수준에도 맞춰야 하니 참으로 연예인과 셀럽 노릇 하기 어렵게 되어버렸다.

연예인 지망생이나 예비 셀럽에 투자하는 연예기획사는 어쩌면 새로운 관점의 ‘매몰비용(Sunk Cost)’을 투입해야 할지도 모른다. 언제 뜰지 모르는 그들을 위해 소양과 상식도 대중의 기대치에 맞게 교육해야 하는데 그 비용은 회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데뷔하고 인기를 얻은 후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소양과 상식 함양에 들어가는 지출 또한 ‘매몰비용’으로 잡히긴 마찬가지일 테지만.

논란이 심해지고 문제가 커지면 연예인이나 셀럽은 방송을 하차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대중문화계에서 은퇴해야 할지도 모른다. 대중의 심기를 거슬리면 대중이 끝까지 물어뜯기 때문이다. 그러니 매몰비용 아까워 말고 아낌없이 투입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글을 마무리할 즈음 어떤 망상이 떠올랐다. 대중의 그런 문제의식을 정치인과 법조인 그리고 경제인과 관료들에게도 들이대면 어떨까 하는. 물러나고 은퇴할 때까지 물어뜯는 그런 전투력을 연예인이나 셀럽만큼이나 관심받는 걸 좋아하는 사회 지도층에게 써보면 우리나라가 어떻게 변할까 하고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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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사회 2021-02-05 00:13:28
적어도 직업 글을 쓰는 사람이면 사회적 책임이 있는 법인데 읽으면서 기가막혀 입이 벌어질정도입니다.
정치인도 물고 늘어져야한다는 논리가 섬칫합니다.
대한민국을 투견판으로 만들고 싶으신가요?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감을 고취시키 위해 고민한 후 쓴 글도 아니고 물고 늘어지는 사회가 되었으니 그들의 잣대에 어긋나지 않게 소속사에서 상식을 가르치고 소양을 가르치라는 말은
정말 가관입니다.
혹시 꼭두각시가 필요한가요?
아니면 무결점 신이 필요하신가요?
배우, 가수는 단지 직업입니다.
그들도 성인이고 우리가 미숙하거나 의도치않게 소소한 말 실수를 하듯 그들도 그정도입니다.
그들 사생활까지 관음증 환자들처럼 프로그램으로 제작하여 찾고 즐기면서 말실수 하나 행동 하나 다 평가하고 비난하는 수준 세상 부끄럽지말입니다.

유리멘탈 2021-02-04 22:01:07
요즘 기자들. 기삿거리 하나 터지면 아주 연예인들 죽을때까지 물어뜯는다. 이런 기사때문에 공인들은 아무것도 할수없음. 공인이기에 조심해야하는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그들도 인간이다.
실수는 누구나 할수있고 공인이지만, 그들도 인간인데..
대한민국은 연예인들을 교과서처럼 대한다.참 암담하고 안타깝다.
개나 고양이를 반려견,묘 로 생각하면서 그외 동물들은 잡아먹는게 인간인데 유기한것도아니고 파양한게 머 그리 잘못한일인지..
나치가아니라 그냥 마네킹으로 생각했을거다. 당연한거아닌가?
그런거 하나하나까지 생각하면서 어떻게 살수있나..?
기자들이며 악플러들이 여태껏 죽인 연예인들이 수두룩이다.악플도 살인이고 본인 살자고 남 죽이는 행동이다.
안타깝다. 이런 현실이..

박은석씨팬이었던사람 2021-02-04 20:56:43
지당한 말씀이네요. 7~8마리나 파양해놓고 잘 살고 있다는 발언은 자기합리화이자 공감부족이 아닌가 의문이 듭니다.

오류 2021-02-04 17:40:53
마치 물어뜯는 의식이 상식과 가치의 기준이고 소양있다는 얘기로 들리네요. 그들의 얘기를 정당화 시키기엔 방법이 너무 치졸하다는 얘기입니다
소름돕습니다.
서로 관점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것이 논쟁이 되고 이슈가 되어 아젠다를 형성한것 아니고 한 사람이 잘못했다고 사과하는데도 토씨 하나까지 의미를 따지고 든다면 이 사회는 더는 대화가 안 되는 이미 잘 못 된 사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