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미나는 '게임스톱' 주가...美레딧 군단도, 서학개미도 '골머리'
상태바
멀미나는 '게임스톱' 주가...美레딧 군단도, 서학개미도 '골머리'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2.03 15: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폭등했던 게임스톱 연이틀 폭락에 투자자들 '혼란'
지난주 뒤늦게 동참했던 서학개미들도 고민 깊어져
일부 게임스톱 열풍 주동자 "손실나도 계속 보유" 독려
일부 투자자들은 SPAC으로 이탈
지난주 폭등세를 보였던 게임스톱이 이틀 연속 폭락하자 서학개미들은 물론 레딧군단들까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주 폭등세를 보였던 게임스톱이 이틀 연속 폭락하자 서학개미들은 물론 레딧군단들까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마치 로켓에 올라탄 듯 높이 치솟던 게임스톱이 이제는 연료가 바닥난 듯 다시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주 400% 이상 폭등했던 게임스톱은 지난 1일 뉴욕증시에서 30% 급락한 데 이어 2일에도 60% 추락했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주가 흐름에 게임스톱의 주가 상승을 주도했던 레딧 군단도, 게임스톱에 뒤늦게 투자했던 국내 투자자들인 서학개미들도 모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모습이다. 

롤러코스터 올라탄 게임스톱 주가..골머리 앓는 서학개미들

게임스톱 주식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제대로 탔다. 비디오 게임 체인점인 게임스톱은 미국 대형 커뮤니티인 레딧의 주식토론방 월스트리트베츠(WSB)에서 이름이 언급되기 시작하며 주가가 날개를 달았다.

1월 중순만 해도 10달러대에 머물렀던 게임스톱은 불과 2주 후인 28일에는 한 때 400달러대를 넘어섰다.

펀더멘털과 관계없이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면서 헤지펀드들이 대규모 공매도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개인 투자자들, 이른바 '레딧 군단'들이 이끄는 매수세는 월가의 거대세력을 무너뜨리며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후 로빈후드 등 온라인 주식 플랫폼이 신규 주식 거래 제한에 나서면서 주가는 순식간에 고꾸라졌다. 게임스톱은 지난 2일 9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주 최고점에서 80% 이상 폭락한 수준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주가 하락에 베팅을 하며 버텨온 헤지펀드들이 다시 돈을 벌고 있고, 개인 투자자들의 이익이 사그라들고 있다"면서 "두 세력간 싸움에서 대세가 역전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최근 게임스톱 주가가 연일 하락하면서 게임스톱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주 게임스톱 주가는 하루 평균 50%가 넘는 강세를 보였고, 이는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 즉 서학개미들을 게임스톱으로 끌어들였다. 

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지난주부터 본격적으로 게임스톱 주식 거래에 나섰다.

게임스톱 주식은 지난달 26일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 상위 50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서학 개미들은 지난달 27일 총 789만달러 규모를 거래한 데 이어 28일 1억274만달러, 29일 1억3962만달러, 2월1일 6억3052억달러, 2월2일 6억7170억달러 규모를 거래했다. 

특히 2월 1일과 2일은 게임스톱 주식이 각각 30%, 60% 폭락했는데, 이 때 국내투자자들의 게임스톱 거래 금액이 6억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1일 국내투자자들의 게임스톱 매수 규모는 3억2101만달러에 달했으며, 매도 규모는 3억951만달러로 매수금액이 매도세를 소폭 웃돌았다. 2일에는 매수 규모가 3억1494만달러, 매도 규모가 3억5676만달러로 매도 금액이 매수세를 상회했다.

주가가 폭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매수 금액과 매도 금액이 각각 3억달러를 웃돌면서 주식을 사는 이들도, 파는 이들도 상당히 많음을 보여줬다. 연일 폭등하던 주식이 급작스럽게 폭락세로 돌아서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엇갈리는 대응을 보인 셈이다. 

레딧군단 역시 고민 깊어져..토론방에서 의견 엇갈려

비단 서학개미들만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상승세를 주도해 온 '레딧 군단' 역시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다. 

FT는 "치솟는 손실 속에서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견이 높아지고 있다"며 "일부 투자자들은 분노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레딧의 주식토론방 WSB에서 일부 투자자들은 게임스톱 주식을 매각하겠다고 나서지만, 또다른 이들은 팔지 말고 그대로 보유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레딧의 게임스톱 열풍을 주도했던 인물 중 한 명인 키스 질이 주식을 그대로 보유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키스 질은 6개월 전부터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게임스톱 주식을 홍보한 인물로, 레딧 주식토론방에서도 매수를 강하게 독려했던 인물로 꼽힌다. 

그는 지난 2일에만 1300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했고, 1일 500만달러 손실까지 더하면 1800만달러(약 200억원) 가량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팔지 않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많은 투자자들이 레딧 토론방에서 그가 차익실현에 나섰는지 여부를 궁금해하고 있다"며 "하지만 그가 계속 보유할 것임을 피력하자 많은 이들이 '그가 보유하면 나도 보유한다'며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게임스톱의 광풍을 지켜본 많은 이들이 레딧 주식토론방에 새로 발을 들여놓으려 하자 기존의 WSB 회원들의 반발도 극심해지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게임스톱 광풍을 일으켰던 레딧 주역들은 새로운 회원들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며 "WSB의 기존 회원들은 운영자에게 신규 가입자들을 금지하거나 그들이 해당 방의 대화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WSJ에 따르면, 한 회원은 "새로운 가입자들이 우리를 망치기 위해 이곳에 오고 있다"며 강한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소액 투자자들의 한계라는 평가도 나온다. 

ABC뉴스는 "분석가들은 엄청난 주가 후퇴 속에서 소액 투자자들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보스턴 파트너스 글로벌 시장 조사 책임자인 마이크 뮬라니는 "이것은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일이며, 결국 주식시장은 탐욕과 공포에 의해 움직인다는 오래된 전제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주 거래에 새롭게 뒤어든 이들, 특히 매수에 나선 이들이 안쓰럽다"고 말했다. 

레딧에서 이름을 올리며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집중됐던 게임스톱(파란색), AMC엔터테인먼트(빨간색), 블랙베리(하늘색)의 주가 추이. 자료=블룸버그, 파이낸셜타임스
레딧에서 이름을 올리며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집중됐던 게임스톱(파란색), AMC엔터테인먼트(빨간색), 블랙베리(하늘색)의 주가 추이. 자료=블룸버그, 파이낸셜타임스

레딧 군단의 새로운 관심은 스팩(SPAC)

한편 레딧의 일부 회원들은 최근에는 스팩(SPAC)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WSJ은 "게임스톱의 데이 트레이더들은 이제 스팩을 주시하기 시작했다"며 "당장 그 회사가 어떤 기업을 사들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투자에 나서는 것은 투기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스팩은 기업인수목적 회사를 뜻하는 것으로, 통상 3년 이내에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할 목적으로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백지 상태의 회사를 말한다. 주식시장에 상장해 일단 개인 투자자들에게 돈을 모은 후 그 돈을 활용해 회사를 골라 인수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회사를 인수할지, 인수합병이 원활하게 진행될지 여부도 확신하지 못한 상황에서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3년 이내에 합병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투자자는 공모가 수준의 원금과 약간의 이자만 돌려받는다. 

제이 리터 미국 플로리다대 금융학과 교수에 따르면, 올 들어 상장된 스팩은 거래 첫날 평균 6% 이상 상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평균 1.6% 상승세를 보였음을 감안하면 최근 SPAC 시장이 상당히 뜨거워졌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WSJ은 "투자자들은 결국 회사가 매력적인 거래를 완성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위험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게임스톱 등을 끌어올린 개인들의 영향력을 강조하면서 SPAC 투자를 따라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